미역국 / 오성일
아내 생일 전날 퇴근길에 쇠고기 미역국 한 봉지를 샀습니다 아내는 아직 퇴근 전입니다 미역국을 냄비에 붓고 참기름도 몇 방울 넣었습니다 내일 새벽 나 깨기도 전에 출근할 아내가 데워만 먹으면 되겠다 생각하다가 도로 일어나 미역국을 데웠습니다 내일 새벽엔 다 식어 다시 데워야 한 대도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랬습니다 쓸데없는 짓이랄 수도 있겠으나 마음이 꼭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턴가 미지근해진 마음을 좀 데워야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 시집 『미풍해장국』 (솔, 2021.12)
* 오성일 시인
1967년 경기도 안성 출생, 연세대학교 졸업
2011년 『문학의 봄』 등단
시집 『외로워서 미안하다』, 『문득, 아픈고요』, 『사이와 간격』, 『미풍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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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을 사다가 끓였다고 생각했는데, 미역국을 사다가 데운 것이었군요. 시인님께는 미역국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제가 알려 들어야 하겠습니다.
소고기 미역국 맛있게 끓이는 방법 : 미역을 사다가 물에 불린다. 미역에 이물질이 있을 수 있음으로 불린 미역을 깨끗한 물에 씻는다. 냄비에 불린 미역과 참기름을 넣고 살짝 볶는다. 깨끗하게 정리한 소고기를 넣고 볶는다. 물이나 쌀뜨물을 넣는다(저는 쌀뜨물을 넣습니다). 얼려둔 곰탕이 있으면 같이 넣어준다. 팔팔 끓인다. 다진 마늘을 넣어주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한다.
미역국을 끓이는 것은 간단합니다. 된장국만큼이나 쉽습니다. 국이 대부분 쉽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을 선호하는 까닭, 한번 끓여 놓으면, 여러 끼니를 먹을 수 있고, 반찬 없이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데요, 요즘은 나트륨 과다 섭취 문제로 국이 인기를 잃어가고 있죠. 그래도 한국 사람들이 국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날씨가 쌀쌀한 겨울이면 국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따뜻한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온몸이 따뜻해지죠. 특히 쌀쌀한 아침, 그것도 모든 것들이 잠든 생일 새벽, 출근할 아내를 생각하면서 미역국을 직접 끓어 주지는 못해도 미역국을 마련해 주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만큼은 참 따뜻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녁에 한 번 더 데운다고 해서 그 온기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쓸데없는 짓이라 누구는 그 마음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꼭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시인의 마음을 잘 알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와 여러분 그리고 시인이 공유하고 있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의 마음일 것입니다.
아내가 몇 달 동안 집에 있었습니다. 무릎 수술을 해서요, 병가를 썼거든요. 참 좋더라고요. 아내가 있으니까요. 저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출근을 시작합니다. 성치 않은 무릎으로 출근하는 아내를 보면서, 미안함…. 푹 쉬라고 얘기하고 싶은데요. 그런데, 쉬는 것도 쉬는 것이 아니겠죠. 마음 편하게 쉬는 것이 쉬는 것일 테니까요.
저도 열심히 미역국이나 끓여야 하겠습니다. 아침 일찍 든든하게 식사하고 나갈 수 있도록. 그런데 제 아내는 아침에 식사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잠을 자는 편이지요. 또, 일어나자마자 먹지를 못한다고 하네요. 저녁에 만들어 놓은 국은 제 차지입니다. 저는 일어나자마자 먹을 수 있는 위장을 지녔거든요. 잘 먹는 것도 큰 복중의 하나입니다.
- 시 쓰는 주영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