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 중에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원래 값어치가 있는 것은 낡거나 헐어도 어느 정도는 본래의 값어치를 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제값을 한다는 것이어서 좋은 의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 말이 달리 들린다. 그래도 먹을 만한 ‘준치’가 아니라 부패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썩은 준치’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하고 이미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 것 같은 인물들이 다시 살아나 과거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7일 김운용씨와 김홍업씨 등에 대한 가석방을 발표했다. 가석방의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법무부의 공식적인 입장발표였다.
그런데 과연 국민도 이번 가석방이나 지난번 특별사면에 대해 법무부의 발표를 납득할까? 우리국민은 과연 아래의 두 가지 보기 중에 어떤 선택을 할까?
첫째, “전(前) IOC 위원이신데 뇌물 받은 것이 뭐 잘못이겠습니까? 대통령 아들이 실수 했겠지요. 이제 그만 나올 때 되었지요. 잘 했습니다” 하고 박수친다.
둘째, “역시 권력이 중요해, 그것 봐! 정치인은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는다니까? 죄를 지어도 툭하면 병보석하지, 조금만 있으면 가석방되지, 얼마 있으면 또 특별사면되지, 결국 죄를 지어도 벌을 꼬박 받는 것은 빽도 없고 권력도 힘도 없는 일반인뿐이라니까?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힘이 있거나 빽이 있거나 돈이 있어야돼! 억울하면 출세하라 이런 말도 있잖아!”라고 한다.
법이 공정함을 잃게 되면 그것은 법이 아니라 힘을 가진 합법적 폭력이 된다. 법대로 하자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라 정의를 가장한 권력의 횡포가 된다. 공정하지 못한 법은 그래서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이번 법무부 발표에 포함된 이들이 유력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 일반 수형자들이라도 과연 형기의 1/3만 마치고도 가석방될 수 있었을까? 그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법무부에 묻고 싶다.
이번 ‘유력인사’의 가석방을 보자. 한국스포츠계의 태양왕으로 군림하던 사람이 공금 횡령 등으로 처벌을 받고,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이들은 구속집행정지, 형집행정지 등으로 석방과 재수감을 넘나들었다가 이번 가석방 명단에 올랐다. 김운용씨는 형기의 59.9%만 복역하고 9개월 23일이나 남은 상태다. 형기의 3분의 1을 넘기면 해당 교정기관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하지만 통상적으로 모범수라 하더라도 형기의 80%는 넘어야 가석방이 나올 수 있는 전례에 비춰보면 김운용씨의 가석방은 너무 이르다. 더구나 IOC위원 사퇴를 조건으로 가석방을 한다는 이른바 빅딜설 등의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그 소문을 다룬 기사를 힘으로 누르고 루머로만 떠돌던 가석방을 발표한 것이다.
유력인사의 가석방과 지난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처럼 권력의 측근 혹은 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죄를 지어도 죄 값을 받지 않고 법그물 사이를 죄다 빠져나가는 것이 법의 심판이고 정의라면, 더 이상 사법 정의에 기대할 것이 없지 않을까? 법이 힘 있는 자들만의 것이라면, 힘없는 백성들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지금 법무부를 상징하는 로고를 보고 있다.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저울, 치우치지 않게 공정하라는 의미. 그러나 과연 법은 공정한가? 법무부의 저울이 기울어져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인가?<한나라 홈피> |
첫댓글 이성권 의원님...ㅎㅎㅎ...ㅎㅎㅎ...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