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의 “꿈을 이루란 것은 아니다, 꾸기라도 해라”는 말이 영영 뇌리에 남습니다.
정말 꿈을 꾸고 있으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첼로의 송옥숙씨를 보는 내내 저희 언니를 보는 듯 했습니다.
연령대도 비슷하고 연주하는 모습도, 연습했던 과정도 언니를 보는 듯 했으니까요.
저 보다 4살 위인 언니도 제 모교인 중앙고(제주상고)를 졸업했습니다.
어렸을 때 집안 사정상 저희 집 남매들은 중앙고를 다니며 주경야독을 해야만 했지요.
언니의 꿈은 음악가였습니다.
중학교 시절, 등교하는 운동장에 흘러나오는 즉흥환상곡을 듣고 쓰러져 양호실에 실려갔던 울 언니.
레코드를 수집하며, 리스트 작성하며 금쪽처럼 껴안고 자던 우리 언니.
은행에 취직하고 새벽마다 피아노 렛슨 받으며,
목돈 만들어 처음 구입한 재산이 피아노였습니다.
70년대라 없는 집(?)에 커다란 피아노 들어오는 게 눈치 보였는지
집에서의 반응은 이루 말 할 수 없어
두달 동안 피아노 뚜껑조차 열어보지 못한 채 이불속에 얼굴을 파 묻으며 눈물을 흘렸었지요.
너무나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며, 삶의 보람도 느끼며, 성가대 반주도 근 20년은 했나 봅니다.
은행에 근무 하는 동안 영어통역과 야간을 졸업하고
4년전 국민은행의 과장까지 근무를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꾸어오던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는지
그 나이에 첼로전공으로 대학에 입학을 하더군요.
교수님들의 의아한 눈총을 마다하며 얼마나 연습에 매진을 했는지
자동차 핸들을 왼손은 셋째, 넷째 손가락사이에 끼고 운전하며 손가락 벌어지는 연습을 했다네요.
이제 불과 몇 달 후면 제주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합니다.
얼마 전 졸업 발표회 겸인지 연주회를 가졌었지요.
그동안 보아오기만 했던 웅장한 무대에,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청중들의 숨을
멈추게 만드는 가운데 첼로연주를 멋있게 하고 있는 사람,
50중반의 나이에 꿈을 이루는, 바로 언니의 모습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의 눈에 눈물이 팽그르 돌더군요.
이번 연말에는 오케스트라 협연을 한다고 합니다.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는 동안 우리 언니의 역경을 보는듯한 아름다운 모습들이
지금은 내내 아쉽기만 하네요.
첫댓글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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ㅉㅉㅉ 열정과 끈기 , 그리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구나
존경스럽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감동였겠구나.뜻이 있는곳에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자랑스런 언니를 둬서 부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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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나이에 다른 전공도 아니고 예능쪽에 ........ 정말 대단하다....
오!!~후!!~ 와!!~~감동!! 감동!!~아름다운 모습이 그려지네.ㅎ
베토벤바이러스에서 정희연역으로 나와 어려움속에서도 첼로를 켜고싶어하는 그 열정을 보며 찡한 감동받았는데 언니분은 실제니까 얼마나 감탄스러웠을까! 정출이도 그렇고 언니도 그렇고 나이들수록 더 아름답게 사는구나! 대단하다~
조카가 취미삼아 하다가 대학 입학하면서 서울 올라오는 바람에 첼로가 놀고 있는게 너무 아까웠나봐. 그래서 언니가 좀 배운다 싶더니 자기가 하게 된거야. 베바를 보면서 우리언니도 똥.떵.어.리 취급 받는건 아닌지? 싶은 생각까지 다 들었단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