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3. 나무날. 날씨: 아침나절 겉옷을 입다가 낮에는 겉옷을 벗어도 괜찮다. 저녁에는 찬바람이 분다.
아침열기-수학(구구단, 설계도)-택견-점심-청소-설장구(1,2학년 난타/3,4학년 설장구/5,6학년 사물놀이)-시소 만들기-마침회-6학년 영어-교사회의
[설계하고 만들고]
아침 걷기를 줄곧 두 번째 숲 속 놀이터로 가고 있다. 봄 비 오기 전에 간단하게 아이들이 바라는 놀이감을 같이 달기 위해서이다. 밀밭을 보자 아이들이 또 밟는다며 달려간다. 이제 밀밭 색깔이 더 푸르다. 그사이 많이 자랐다. 저마다 숲 속 놀이터에 달고 싶은 것이 많다. 그물침대, 그네, 줄타기, 나무집까지 상상이 끝이 없다. 오늘은 숲 속 탐험을 한다. 안 쪽으로 더 들어가 마을 샛길로 나오는 곳이라 짧지만 길을 만들어가는 셈이다. 줄곧 가면 길이 된다 하지 않던가. 들어가니 작은 텃밭이 나오는데 사다리가 있어 아이들이 또 올라가본다. 작은 농구장까지 갔다 철봉 매달리기를 한참 했다. 어릴적 기억에 여자어린이들이 매달리기를 잘했던 기억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말했더니 아이들 모두가 자기 잘한다며 철봉에 매달린다. 왔던 길로 되돌아오며 하루 흐름을 이야기 했더니 수학 시간에 뭘 만들자 한다. 그래서 셈 공부랑 만들 놀이감 설계도를 그리기로 했다. 학교로 들어와 누룩효모 항아리를 관찰했다. 빡빡하게 물을 빨아들인 모습이 신기한데 냄새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술빵을 부풀리는 누룩 효모 소리와 모습을 줄곧 관찰할 것이라 날마다 보는 즐거움이 있다.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암송한 뒤 어제 학교 마치고부터 아침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다. 윤태집에서 인웅이와 오제가 잠을 자고 왔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며 저녁에 같이 논 이야기를 한참 한다. 아침에 규태랑 같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해서 3학년은 어른이 같이 타야 한다는 걸 다시 확인해줬다.
수학 시간이다. 구구단 표 완성하기를 해보는데 저마다 마치는 시간이 다르다. 먼저 마친 어린이는 수학 공책에 구구단를 2단부터 덧셈식으로 바꾸어 하나하나 써가며 삼각형을 만들도록 하니 저마다 속도로 할 수 있다. 하나씩 더해 가며 구구단 표를 완성해 가는데 다음에는 구슬수학으로 한 번 더 하고, 그림으로 더 하면 더 익숙하겠다. 공책에 천천히 곱셈을 덧셈으로 바꾸어 정리하는 건 힘들지만 뜻과 원리를 반복하는 힘이 된다. 선그리기로 구구단을 반복하고 있으니 곧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곱셈식을 스스로 세울 수 있게 되겠다.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나무 시소 설계도를 저마다 그려본다. 선생이 미리 준비한 여러 모양의 시소를 본 뒤 저마다 만들고 싶거나 타고 싶은 시소를 그려보는데 역시 기발하다. 기본형부터 위로 올라가는 시소, 지붕이 있는 시소, 구르는 시소, 열두 가지 시소 설계도가 나왔다. 모양만 잡기로 했는데 길이까지 써 넣은 어린이도 있다. 열두 개 설계도를 붙여놓고 모두 살펴보며 서로 상상력에 감탄한다. 낮에 잠깐이지만 시소 만들기를 해보기로 했다.
수업 뒷정리하고 마당으로 내려갔더니 모두 택견을 하는데 한쪽에 단희가 쪼그려 앉아있다. 권진숙 선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지켜보고 있는데 조금 뒤에도 그대로 있다. 가서 물어보니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하지 않아 한참을 기다렸다. 춥냐고 물으니 춥다고 해서 위에 올라가 옷을 다시 입고 오라고 했더니 다녀온다. 모자를 뒤로 돌려쓰고 있는데 택견 선생님이 모자를 벗으라고 해서 속상해서 슬펐다 한다. 학교에서는 머리를 감지 않거나 머리가 흐트러진 어린이들이 모자를 돌려쓰면 수업이나 활동할 때 괜찮은데 모자를 벗으라고 해서 속상했다는 게다. 다행히 곧 슬픈 마음이 풀어져 택견을 같이 했다. 점심 먹으며 택견 선생이 단희와 말을 나누고 가서 고맙다.
낮 공부로 설장구를 치는데 사물놀이 소리가 커서 선생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꽹과리를 막고 쳐야 하는데 처음이라 신이 나게 치나보다. 다음 수업 때 조절을 부탁하기로 하고, 두 장단을 배운 뒤 지난번에 배운 세 장단과 합쳐 반복해서 쳐보고 일찍 수업을 마무리 하고 숲 속 놀이터로 갔다.
큰 통나무를 아이들이 골라온 뒤, 낫과 톱을 써서 통나무 껍질을 벗기고 손질을 했다. 도구를 쓰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 참 좋아하는 어린이들이라 곳곳에서 신이 났다. 장갑을 끼고 안전규칙을 단단히 지키는 아이들답게 낫이랑 톱을 잘 쓴다. 셋마다 통나무 하나를 맡아 잡아주고 번갈아 낫으로 껍질을 벗기고 굵은 잔가지는 톱으로 자르는 솜씨가 안정됐다. 그래도 긴장을 한 선생은 이곳저곳 다니며 살피다가 손질된 통나무를 시소 모양으로 잡아봤다. 시간이 없어 구멍도 뚫지 못하겠고 할 수 없이 임시로 시소 모양만 잡아 못을 쳐놓고 활동을 정리했다. 완성되지 않은 시소라도 아이들은 아주 신이 나서 탄다. 스스로 만든 놀이감이니 부족하더라도 좋은 게다. 둘이서 타다, 셋이서, 넷이서 타니 작은 통나무에 여덟 어린이가 양쪽으로 나뉘어 균형을 잡는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서 어린이들은 두 번째 숲 속 놀이터에 숨겨 놓자는데 시간이 없어 그냥 놔두고 다른 어린이들도 놀도록 했다. 조금 위험해 보이는 놀이감이 더 안전하게, 조심스럽게 놀 수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사고는 순간이라 내일은 한쪽으로 치워놔야겠다.
마침회에서는 하루 슬프거나 속상한 일이 있거나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가 날마다 터져 나온다. 주로 놀다가 일어나는 일인데 어린이들 세상에서는 일상이지만 날마다 듣고 말하며 맺히지 않도록 줄곧 나눈다. 오늘 하루 저마다 누군가를 속상하게 한 적이 있는 어린이는 손을 들어보라니 많은 어린이들이 든다. 누군가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는 어린이는 손을 들어보라니 반쯤이 된다. 날마다 1학년부터 6학년이 어울려 살아가는 작은 학교에서는 날마다 규칙을 배우고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배우고 있다. 학교마치고 또 놀러가는 아이들 얼굴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