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낭만등반가 박종구 고문님과 함께하는 일몰등반
1. 일시 : 2024년 11월 3일(일)
2. 날씨 : 맑음 (최저 8°C / 최고 21°C)
오후 6시 이후, 최대풍속 5m/s ~ (태풍 콩레이 여파)
3. 등반지 : 북한산, 백운대 - 녹두장군길 (4P / 최고난이도 5.11a)
4. 등반형태 : 트래드 등반
5. 참석자 : 박종구, 권봉희, 조민구, 김다은(guest), 장원석, 장소문, 반재각
개인적으로 올해 기억에 남는 등반 몇가지를 말하라면 무조건 <달맞이등반>을 말하고 싶은데요. 아무생각없이 따라 간 달맞이등반에서 왜 우리가 달맞이 등반을 왔는 지, 왜 이 길로 오르는 지, 이런 저런 설명을 들으며 팀워크를 만들어 가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등반 실력이 형편없어서 그런지 감성등반이 늘 가장 좋더라고요. ㅎㅎㅎ 달맞이등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오던 영란언니가 <일몰등반>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종구고문님은 낭만등반가라 등반에 컨셉이 있어서 좋다고, 일몰등반이 진짜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등반 전 부터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북한산탐방로 입구에 도착하니 국립공원국민구조단이 탐방객을 대상으로 CPR(심폐소생술) 체험교육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백운대피소에 오르니 상연이가 마중나와 있어 더욱 반가웠습니다. ㅎㅎ
주말마다 비가 오던 지난 여름과 달리 요즘은 주말마다 날이 좋아 참 다행입니다.
오늘의 등반지는 백운대탐방로 > 백운대피소 > 암문(위문)까지 올라 (좌측: 만경대릿지 가는 길 / 우측: 정상 방향) 암문 통과 후 등산로를 따라 내려 가다 데크길이 끝나고 우측으로 출입통제안내판이 있는 흙길로 빠져 진행하면 어프로치가 끝납니다. 지난 일몰등반은 신동엽길로 올랐다고 들었는데 신동엽길이 어렵다고 들은 바 있어 걱정했으나 이번에는 비교적 쉬운 난이도인 녹두장군길로 오르자 하셔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ㅎ
장비를 체결하고 긴장감 넘치는 데덴찌 타임(조편성 시간)이 지나 김개남장군길조와 녹두장군길조로 편성이 되었습니다. 영란언니는 얼른 실력을 키워서 빨리 선수팀(?)으로 넘어오라고 했지만 저는 그냥 지금 이대로도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습니다요. ^___^ (실력을 안 늘리고 싶은건 아니지만 도통 늘질 않는 걸 우쩐데..?ㅋ)
김개남장군길로 허웅영 대장님이 먼저 등반을 시작합니다.
우리팀도 종구고문님이 녹두장군길 위로 오름짓을 시작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아래 턱까지는 좌측으로 돌아가면 거의 그냥 걸어 올라갈 수 있고 고문님이 서 있는 턱까지는 우측 바위에 몸을 비비적대며 올라가면 그나마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약간 크럭스 구간입니다. ㅋ 종구고무님 말씀이 볼트 위치가 바뀐 것 같고 뭔가 이상하고 어려워졌다고 굉장히 오랫동안 고전을 하셨고 나중에는 인공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퀵도 걸고 슬링도 거셨는데 실상은 볼트와 볼트 사이 숨겨진 턱같은 게 있어서 그냥 일어설 수 있는 곳이었고, "뭐야, 아무것도 아니었잖아?"하고 되게 황당해 하는 고무님의 표정이 뭔가 엄청 웃겼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생각보다 쉬운가보다 했는데 막상 또 제가 가 보니 저는 텐을 왕창 받아도 잘 못가겠더라고요.. 엉엉 ㅋㅋ 우측 크랙으로 보이는 것은 손이 들어갈 공간이 아니고, 바위는 엄청나게 챔기름을 발라놔서 최대한 위쪽으로 손을 뻗어 크랙너머 바위를 핀치처럼 잡아야 하는데 일어설 때 약간 오버처럼 몸이 뒤로 젖혀져서 넘 무서웠습니다. 결국 슬링에 몸을 맡겨 하이 스텝으로 영차영차 .. ㅋ
이 때 고문님이 넘 어려워하셨고 길이 아닌 것 같다고 계속 그러셔서 개념도를 찾아봤는데 찾는 것 마다 개념도가 뭔가 이상하긴 했습니다.
1P 초입이 좀 난해해서 그런지 녹두장군길 스타트가 모드변경길로 2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바로 옆에 볼트가 계속 보였고 1P 확보점에서 만나는 듯도 합니다. 다음에 갈 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로 종구고문님은 거의 달리듯 가셨습니다. ㅎ 녹두장군길은 최고난이도가 5.10a(1P)라 난이도가 어렵지는 않다고하는데 우리팀은 총 7명이라 종구고문님이 우선 선등하시고, 봉희선배님이 반자 묶은 상태에서 뒷자를 추가로 묶어 2줄로 올라갔습니다. 세컨인 봉희선배님이 확보를 하면 2줄을 올려 2팀으로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고, 써드가 2명 올라가면 다시 종구고문님이 선등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저는 말자라 종구 고문님 얼굴 뵐 일이 거의 없었지요. ㅎ
크럭스 구간 통과하면 바로 출발하는 식으로 더블로프로 진행하니 확실히 등반 속도가 빨랐습니다.
두 번째 게스트 등반을 온 다은님은 지난 등반(고독길)에 약간 아쉬움이 있었던 것 같아 이번 등반은 만족할만한 등반이 될 지 내심 걱정되었는데 아주 호기심천국에 의지도 강한 것 같아서 만족을 하던말던 등반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등 대장님이 고생하시는 동안 뒤에서 말자들은 아주 신이 났습니다. ㅎㅎ 알록달록 색을 입은 북한산 위로 한크랙도 함께 물들어 갑니다.
민구고문님 롱다리 사진도 한 장 맛깔나게 찍어드리고 하하호호 웃고 떠들다 보니
드디어 종구고문님 엉덩이를 영접하게 됩니다.
순번 기다리면서 까베스통 연습을 하다 밑에서 재각선배님한테 계속 혼나던 원석 선배님은 위에 와서도 연습을 해서 계속 혼납니다. ㅋ 사실 저도 한번에 잘 못해서 매번 배워도 2~3번을 다시 해야 성공하는데 옆에서 같이 하면 셋뚜로 혼날 것 같아서 혼나는 원석 선배님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ㅋㅋㅋ 이상하게 집에서 연습할 땐 잘 되는데 바위에 붙으면 긴장이 되서 그렁가 잘 안되더라고요. =_=a 멋쩍게 핑계를 대봅니다. 흐흐..
그리고 다은님이 너무 예쁘지 않냐며 휴대폰으로 찍어 보여준 사진을 보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등반은 만족스러운가보다 하고요. ㅋ 기분이 좋으면 세상만사가 다 아름답게 보이는 거 아니겠습니까.ㅋㅋ 다은님을 어서 한크랙에 물들여야겠습니다. 아주 빠져나갈 수 없이 말이죠 ㅋㅋ
3P~4P 는 김개남장군길과 약간 만나는 느낌이라 허웅영 대장님과 인사도 할 수 있었습니다.ㅋ 우측에는 백운대 등산하며 보았던 오리바위가 있고요. 난이도 5.6으로 걸어가는 구간인데도 저는 쉽지 않더라고요. 괜히 짱구굴린다고 우측으로 기어 올라가서 갔다가 난이도를 더욱 어렵게 개척해서 가버렸습니다.;
만경대리지와 재각선배님~ 브이~
3P부터는 올라가면서 등산로를 계속 만나서 재미있었습니다. 원석선배님은 재각선배님을 만날 때마다 장가 안 간다고 혼났는데ㅋ 저한테는 애기를 데리고 오면 봐준다고 약속도 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 (재각선배님 약속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저는 등반 다녀올 테니 밑에서 저의 아기를 부탁드려요~~~ ㅋㅋㅋㅋ)
올라가서 장비 정리하고 쉬고 있으니 반가운 얼굴이 빼꼼~ 올라옵니다. ㅎ
이후부터는 고생하신 김개남팀을 위해 제가 파워 빌레이 봤습니다. ㅎ
형복님이 사온 편육과 여러 간식들을 나눠 먹으며 휴식 타임 ~ 도착하는 김개남팀 다들 표정이 어둡습니다 ㅋㅋㅋㅋㅋ
빌레이 보느라 얻어 먹지 못하고 있는 저를 위해 은혜로운 재각선배님께서 입에 편육이랑 마늘도 넣어주셨습니다! ㅋ 선배님 감사합니다!
백운대 루트가 석양빛을 받으며 오르기 좋고, 조금 일찍 올라 저 멀리 바다에 비춰지는 붉은 윤슬을 보면 근사하다고 하는데 이 날은 노을이 흉내만 내고 일찍 퇴근을 해버려서 제대로 감상을 못한 거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우당탕탕 한크랙 설악캠프 이후 이날도 정말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 같지만 내용 생략하겠습니다. ㅋ 패잔병같은 모습으로 올라온 영란언니 사진으로 슬슬 마무리하겠습니다. ㅋ 맨날 아파서 이제는 아프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 약골 영란언니 얼른 체력을 키워서 완등 후에도 만취영란의 웃는 얼굴을 보여주시라구요~ ㅋ
전체 사진 찍어준다고 했는데 아무도 협조를 안해줘서 월간 산 잡지 포스터처럼 오히려 힙하게 나왔네요.
저랑 지수님은 백운대 정상에도 다녀왔습니다.
힘들어 죽겠다면서 사진찍어준다고 하면 한껏 포즈잡는 김영란씨 ㅋㅋㅋㅋㅋ
우째 맨날 급하게 올라가고 마무리되어서 정상 단체사진이 없네요. 아쉬운대로 지나가는 외쿡인들에게 부탁해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쌩큐~
그리고 정상에서 못찍은 단체사진은 뒷풀이 장소에서 챙겨보았습니다. ㅎ 요즘 만나는 날마다 한크랙이 북적북적해서 좋네요. 한크랙 화이팅입니다!
등반보고 완료! 빌레이 해제~~~~
첫댓글 함께 누리지 못해 언제나 슬픔이...
용암문이 아니고 백운대 암문(예전에는 위문이라 불렀음)이 옳습니다. 용암문은 만경대릿지 끝에.
오오.. 저는 여태 거기가 용암문인줄 알았습니다. ㅋ 사람들이 왜 위문이라고 부르나 했는데 그냥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군요. ㅋ 나름 검색도 해보고 작성한 것인데 아마도 저처럼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ㅎ
나도 용암문인줄 알았는데.ㅋㅋㅋ
내년에는 신동엽길로 가자. 이몰 신행. ㅎㅎ
원래 일몰 산행은 쫑바위 때. 지는 해를 보면서. 한해 무사 등반에 감사를 느끼고, 내년의 안전 등반을 기원 하는 의미이죠. ~~~. 모두에게 감사한 한해였습니다
마음은 선수팀인데 현실은 짜바래기.ㅠ
올해는 어차피 끝났으니 내년엔 정말 선수가 되자구요! 우리도 할 수 있어!
아직 이끝났는데 소문 영란 대둔산 댓글 언능다세요. 조은말할때요.
다양한 루트를 등반하면서 얻는 특별한 영감들이 차곡차곡 쌓여 인생의 전기傳記가 되어가고 있네요....
항상 소문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