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9회말 2아웃부터
장석민
주말에 점심을 먹은 후 조금 나른 해지는 시간
졸음을 쫓으려고 TV를 켠다.
나는 낮잠을 자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입주해서 사는 동안 줄곧 지상파 공청 안테나에 의해 TV를 보다 보니 기본적인 몇 개 채널만 보았다.
하긴 TV 보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나오던 TV가 얼마 전부터 가끔씩 안 나오는 현상이 생겨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 공청 안테나를 관리하는 업체가 있는데 설비가 노후되어 그런다고 하며 업체에 전화해서 고치라고 하겠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그러길 몇 차례 하다 보니 짜증이 난다.
가끔씩 보던 TV도 막상 안 나오니 답답하긴 하다.
그러던 차에 아이들이 인터넷TV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는 그동안 핸드폰 교체할 때 핸드폰, 인터넷, TV 결합 상품으로 하면 요금이 저렴 하다고 권유하는 것도 모두 뿌리쳤었다.
인터넷TV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가끔씩 속도가 느려지거나 연결이 안되는 현상이 TV에서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TV 공청 안테나가 말썽이니 어쨌건 바꾸어보자고 하여 인터넷TV로 바꾸게 되었다.
TV채널 몇 개만 보다가 여러 가지 많은 채널이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넒어졌다.
채널 검색을 하다 보니 야구 중계를 하고 있다.
제51회 봉황대기 전국 고교야구 대회 결승전이라고 되어 있다.
그 채널을 선택해서 보았다.
오랜만에 고교야구를 보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정말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1970년대는 고교야구가 지금의 프로야구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
모든 언론을 장식한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를 비롯해 지역마다 야구 명문 고등학교가 있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고교야구를 보니 재미있다.
결승전에 오른 두 팀은 야구 명문고등학교다.
충북 청주에 있는 세광고등학교와 대구에 있는 대구고등학교의 경기다.
TV를 켰을 때 7회초 진행중이었는데 세광고의 공격이었다.
영대영으로 팽팽하던 균형을 드디어 세광고가 깼다.
2대 0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9회말이 되었고 대구고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세광고 투수가 긴장했는지 선두타자를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켜서 노아웃에 1루가 되었고 이어서 볼넷을 허용하여 무사 주자 1,2루가 되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투수 보크로 인해 무사 주자 2,3루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두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잡아 투아웃 주자 2,3루가 되었다.
예전부터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을 해왔다.
대구고에서 대타를 내보냈다.
세광고 투수가 너무 긴장해서 일까
투아웃 잡은 후 약간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랬을까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투구를 했고, 타자는 이것을 놓치지 않고 좌중간 2루타를 쳐냈다.
순식간에 동점이 되었다.
그리고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은 이른바 ‘승부치기’다.
축구에서는 ‘승부차기’고 야구에서는 ‘승부치기’다.
주자를 1,2루에 두고 공격을 시작한다.
세광고 공격이 삼중살로 끝나고 대구고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승리의 여신은 대구고를 향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대구고의 스퀴즈 작전으로 한 점을 뽑아 경기에 마침표를 찍고, 대구고가 우승을 차지 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 대구고의 집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고, 결과론이지만 9회말에 선두타자가 나갔을 때 투수를 바꾸어야 할 타이밍이라고 봤는데 세광고 감독은 투수를 바꾸지 않고 계속 던지게 한 것이 이상한 느낌이다.
어쨌건 두 팀 모두 고생했다.
이 경기를 보면서 미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인물 ‘요기 베라’를 떠올리게 된다.
요기 베라는 본명이 로렌스 피터 베라(Lawrence Peter Berra)인데 생김새가 인도의 요가 명인 같다고 해서 베라와 친분이 있던 유명한 코미디언인 밥 호프가 “요기”(요가하는 사람)라는 별명을 붙여 줬고, 이것을 그냥 선수 등록명으로 쓰면서 ‘요기 베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정작 그는 요가를 할 줄 모르고, 인도 태생도 아니며,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요기 베라는 선수 생활을 대부분 뉴욕 양키스에서 했고, 우승 10번, 올스타 15회, MVP 3회 등이며, 영구결번 포수다.
선수를 은퇴하고 뉴욕 양키스 코치, 감독도 하고, 뉴욕 메츠 코치, 감독을 했다.
요기 베라가 유명해진 것은 야구선수로서도 잘해서 그렇지만 그의 명언이 한 몫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을 한 장본인이다.
이 말은 뉴욕 메츠 감독 시적이었던 1973년에 한 말로, 그때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꼴찌를 하고 있었는데(1973년 7월 선두 시카고 컵스와 9.5게임차였다)
어느 기자가 “이번 시즌은 가망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자 쏘아붙이듯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 해 메츠는 베라의 말처럼 기적적으로 동부 디비전 1위를 차지했고, NLCS에서 신시내티를 격파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장렬하게 패배하고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 말은 이후 요기 베라의 자서전에서도 Yogi: It ain't over라는 제목으로 사용되었다.
운동경기나 인생이나 치열한 접전 속에서 마지막 이닝이 올 때가 있다.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아야 한다.
나는 어쩌다 보니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매년 국문학과, 문예창작과 등 글 쓰는 것을 전문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되고 있는가?
그 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 동안 인생을 살아오면서 글 쓰는 것과는 전혀 동 떨어진 일을 하다가 나이 들어서 시작한 글쓰기가 때론 힘들고 어렵다.
그런데도 계속 붙들고 끄적끄적 뭔가를 쓰고 있다.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 혹은 글 쓰는 재능이 특출난 사람들의 문장을 보면 뭔가 다르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위축될 때도 있다.
글 쓰는 재능도 없으면서 글 쓰는 공부도 체계적으로 한 것도 없으면서 왜 글쓰기를 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냥 쓴다”, “글자가 있으므로 쓴다”라고 답 할 수밖에 없다.
산악인들에게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면 “산이 저기 있어서(because it’s there)”라고 답하듯이 나는 그냥 쓴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가슴에 쌓인 것이 많아서, 혹은 한(恨)이 많아서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자는 시 쓰는 사람은 업보 때문에 시를 쓴다고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글은 계속 쓸 것이고 써야만 한다.
글을 쓰는 것이 마치 독백을 하듯이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삼 이 나이에 유명한 시인이 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유명한 수필가가 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어쩌면 9회말 투아웃 상황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집중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요기 베라의 명언을 빌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러므로 쓸 수 있는 뎨까지는 쓸 것이고 써야만 한다.
비록 혹평을 받더라도 멈출수 없는 상황에 와 있다.
나는 글을 쓴다.
아직 가슴 속에는 해야 할 말들이 많이 남아 있으므로.
첫댓글 수필을 잘쓰고 있습니다
나도 수필과 시를 쓴다면 끌적거리지만 제대로 된 글이 없습니다
글은 소질이 있으야 할것 같습니다
뭐 업보가 많다든지 한이 많다던지 하는 것은 글에 도움이 조금 될지 모르나
꾸준히 쓰다보면 좋은 글이 나올것입니다
선생님 수필은 좋습니다 나이가 얼마나 되셨는지 모르나 열심히 하면 좋은 글이 나올 것입니다
청천 선생님!
감사합니다.
글 쓰기를 시작했으니 꾸준히 써 봐야 할 것 같습니다.
9회말 2아웃이라는
짜릿한 영광의 순간은
같은 팀이 아니여도 환희를 안겨주곤하지요~
저도 그래요ㅎㅎ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씁니다.
작가님 응원합니다.
敍琳 선생님!
감사합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좋은 글도 나오겠지요.
고교야구 인기 시절 그립네요 그래요 선생님글 진솔하고 아름답습니다.
임창순 선생님!
감사합니다.
요즘엔 프로야구 중계방송을 가끔씩 보긴 하지만
예전의 고교야구 보다 재미가 없네요.
그 때의 감성과 달라져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공감합니다.
9회말로 치닫고 있는 인생인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졸필이더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글을 쓸 예정입니다!
혹시 9회말에 대구고의 극적인 승리와 같은 명작을 얻게 될지도~(명작을 얻지 못해도 좋구요)^^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어쩌면 글을 쓰고 있으므로, 글을 쓰는 순간은 행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쓰다 보면 좋은 글이 나올 것이라는 꿈을 안고 오늘도 쓰고 있습니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장 시인님,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면서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명작이 탄생하리라 믿습니다.
화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