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잎새를 떨구지 않는 낙엽활엽수
장산과 춘천산책로 주변의 다양한 낙엽발생지연 현상들
장산은 아직 늦가을이다. 곳곳에서 낙엽활엽수들이 단풍을 매단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낙엽발생지연’이라 하는데 겨우내 나뭇가지에 죽은 잎들이 떨어지지 않고 늦겨울이나 이른 봄까지 남아 있는 현상을 말한다.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현상일 것인데 장산과 춘천(대천)산책로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 처음 이런 현상을 알아차린 것은 2021년 경이다. 장산 등산로변에 겨울이 되어도 잎을 고스란히 가지에 매단 감태나무들이 있었다. 물론 잎이 누렇게 물든 상태였지만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마치 여름처럼 무성하게 가지에 붙어 있었다.
이듬해에는 누렇게 변한 단풍을 매단 감태나무가 더욱 늘어나 마치 늦가을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참나뭇과 낙엽활엽수와 오리나무 등에서도 낙엽 발생 지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장산과 더불어 춘천산책로의 크고 작은 나무들 가지에도 잎사귀들이 옹차게 달라붙어 있었다. 특히 늦가을에 새로 돋아난 자귀나무 새순은 색만 퇴색된 채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 갈수록 심해지는 낙엽활엽수의 잎새 매달기
올해 들어 대천호수 주변의 사방오리나무는 푸른색마저 다 빠지지 않은 잎을 매달고 있다.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야 할 낙엽활엽수에서 잎이 매달려 있는 현상이 갈수록 번져 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이변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지난 1일 국립수목원은 북반구 온대활엽수림 나무에서 나타나는 ‘낙엽발생지연(leaf marcescence)’현상을 연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가 나와봐야 그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낙엽성이 사라지는 현상이 지구온난화와 결코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