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에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은 지금 거대한 혼돈속에 놓여 있습니다. 4년전인 2020년 격돌했던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와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다시 맞붙는 리턴매치가 거의 확실시되자 양측간의 살벌한 공격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미국 대선 선거전에서 찾기 힘든 치열한 난타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벌써 양자간 토론을 벌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개 토론에 자신이 있다 그런 말이겠죠. 대단한 코미디같기도 하고 막장 드라마같기도 한 지금 미국의 대선 분위기를 바라보고 있는 타국의 필자로서는 참으로 의아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도 세계의 리더 국가이자 경찰 국가이자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그 원대한 희망이 존재했던 나라치고는 상당히 궁상맞은 일들이 지금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미국에 저렇게 인물이 없을까 생각도 듭니다.
미국은 먼저 전세계적으로 정치적 리더들의 연령을 엄청나게 높여 놨습니다. 미국이 하면 다 괜찮게 보이나 봅니다. 예전같으면 벌써 은퇴해서 한가로이 정원을 가꾸고 이웃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그런 선행을 할 시간인데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은 그 나이에 아직도 권력을 잡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바이든 후보의 나이는 82살입니다. 트럼프 후보의 나이는 78살입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가운데 최고령 신기록을 연일 세우고 있습니다. 양측 후보가 80살이 넘었거나 80에 가까운 경우는 지금껏 전세계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평균 수명이 높아지는 시대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 미국 대통령 바이든 후보의 잦은 말실수는 이제 뉴스거리도 아닙니다. 이번에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기억해내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하마스가 기억이 나지 않는지 머뭇거리다가 그냥 반응이 있었다...라며 주체를 명시하지 못했고 다시 반대편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다라고 얼버무렸다고 합니다. 또한 지난 4일 유세에서는 예전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를 회고하던중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혼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입니다. 물론 나이 82살에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나이에 그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은 동네 경로당 할아버지가 아닙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그런 할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그냥 대통령입니까.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영향력과 파워를 가진 그런 자리의 인물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자리에 엉성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 앉는다는 것은 여간 우려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다른 나라의 정치지도자가 나이가 많든 적든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싫든 좋든 신경을 쓰야합니다. 그만큼 미국은 한국에게 대단히 영향력이 있는 나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나와 나의 자식 그리고 후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 바로 미국 대통령이란 말입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폐렴에 걸린다는 말도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냥 우스갯소리가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후보는 어떤가요. 트럼프 후보는 이런 저런 범죄행위에 연루돼 기소됐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 유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제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합니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퇴행을 보여준 사건으로 인식되는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를 배후에서 부추겼다는 이유로 트럼프후보는 기소됐습니다. 이와관련해 트럼프후보에 대한 공직 피선거권을 박탈한 콜로나도주 대법원의 결정이 적절한가를 따지는 재판입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주마다 서로 다를 수 있으며 그런 상황이 자칫 전국적인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있어 연방 대법원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양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미국 대선을 9개월가량 앞두고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전례가 없는 정치적 대격변의 회오리속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던 그야말로 격렬한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래저래 트럼프 후보는 논쟁의 중심이자 핵심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종 기소속에 놓여 있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도 그 논쟁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사법기관과 대통령 사이에 심각한 의견 대립과 나아가 미국의 법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트럼프는 재임내내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그런 후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 속내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 후보가 좋아서가 아니고 상대 후보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생각해 할 수 없이 그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가 상당한 상황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가 아닌 차악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참 딱한 이유입니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그냥 유권자들입니까. 미국에서 투표권이 있는 미국 시민들이 그냥 사람들입니까. 미국에서 태어나 살았거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미국의 시민권자가 된 사람들 아닙니까. 그렇게 나름 대단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기준치고는 참 처량해 보입니다. 자신들이 선택할 인물 그리고 자신의 나라를 이끌 인물을 자신들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한 진리입니다. 그런 인물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미국인들은 그동안 과연 무엇을 했는지 너무도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 선거는 이제 9개월정도밖에 남기지 않았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던 그 후유증과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어느 국민이든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게 된다는 그 준엄한 정치 명언이 다시 한 번 생각납니다.
2024년 2월 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