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밑에 딱딱한 얘기를 좀 했죠?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게이들의 양로원 ‘메종 드 히미코’의 마스터 히미코(다나카 민 분)의 동성 애인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죠 분)는 말기암으로 죽어가는 히미코를 위해 그의 딸 사오리(시바사키 코우 분)를 메종 드 히미코의 아르바이트로 채용합니다. 늙은 게이들 사이에서 어색해하던 사오리는 차츰 어울리며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하루히코와도 가까워져 갑니다.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 감독의 2005년작 ‘메종 드 히미코’는 전작 ‘조제’와 여러모로 유사합니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관객을 어루만지는 듯한 분위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색적인 음악, 그리고 한번쯤 생각할 여유를 던지는 풍경 인서트 등은 ‘조제’와 비슷합니다. 장애를 가졌지만 꿋꿋한 조제가 주인공이었던 ‘조제’처럼 ‘메종 드 히미코’는 자신과 죽은 어머니를 불행하게 만든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꿋꿋한 사오리가 주인공입니다. 장애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격리된 생활을 하는 조제처럼 ‘메종 드 히미코’에도 이웃의 손가락질 받는 신세인 늙은 게이들이 등장합니다. ‘조제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물고기’ 장면과 비슷한 분위기의 장면도 있습니다. 물론 그 장면의 진행은 조금 다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제’처럼 ‘메종 드 히미코’도 사랑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히미코의 동성 애인 하루히코와 딸 사오리 사이의 묘한 긴장감과 공감, 그리고 간질거리는 듯한 줄다리기는 ‘조제’처럼 직선적인 것은 아니지만 훨씬 고급스럽고 은유적이며 암시적입니다. 왜냐하면 ‘메종 드 히미코’는 ‘조제’처럼 사랑 이야기가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히코와 사오리 이외에도 히미코를 비롯한 늙은 게이들과 사오리가 일하는 건축 회사의 전무 호소카와(니시지마 히데토시 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내러티브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풍부한 영화가 될 수 있도록 일조합니다. 중간에 삽입된 짧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도 흥미진진합니다...
‘피와 뼈’에 등장했던 오다기리 죠, ‘배틀 로얄’의 시바사키 코우, ‘돌스’의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 눈에 익은 배우들인데도 전작들의 이미지와는 차이가 상당해서 오다기리 죠는 이동건, 시바사키 코우는 이나영이 연상되었습니다. 얼굴의 잡티나 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바사키 코우보다는 이나영이 더 예쁘지만 오다기리 죠의 용모는 정말 대단해서 이동건 쯤은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지간한 남자 배우를 보면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오다기리 죠만큼 대단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키는 ‘왕의 남자’의 이준기가 여성적이라면 오다기리 죠는 중성적입니다. 구레나룻에 담배를 물고 있을 때에는 남성적인데 몸에 꼭 맞는 하얀색 수트를 입고 춤을 출 때에는 선이 곱고 예뻤습니다. 퇴폐적이면서도 깔끔하고 깊이가 있는 오다기리 죠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이별로 끝난 ‘조제’의 후속작이지만 ‘메종 드 히미코’의 엔딩은 희망적입니다. 여운을 던지면서도 희망적인 ‘메종 드 히미코’는 ‘조제’보다 미묘하고도 애매한 주제를 섬세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PS
오늘따라 네멋만큼이나 좋아하는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의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는다구.'라는 츠네오의 대사가 가장 찡하더군요.
첫댓글 반갑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나에게 있어서 2005년도의 영화.. 재개봉에 못 본게 안타까웠던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지금 극장에 개봉중인가.. 보고잡네.. ^^
시바사키 코우....!!! ㅋ "조제.."의 엔딩도 열라 희망적이더만..뭐.ㅋ 암트은 이 영화를 보고싶은데..이 변방에는 걸려있지가 않다!! -__+
이슬양..시네코아에서 한다..메종 드 히미코...쥑여... 크롬님..저예산 영화의 배급쿼터제가 이루어져한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부산 서면 cgv에서 하지만..마산에서 가기엔 좀 무리인가요?
아..저도 조제..참 맘에 담아두고 있는 영환데..긁적..조제와 이별하고 돌아선 츠네오가 길거리에서 오열하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납니다..별로 외롭지도 않아..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하던 조제의 말도..ㅎ1ㅎ1..메종 드 히미코..맘에 담고싶은 영화네염.+_+.
20세기소년... 동갑내기~!! 그때 말 텄었는데... 말씀을 오리시니...난감!!^^ 서면은.....멉니다. 아주... 흑흑.
아..저주받은 기억력...크롬..맞다..저예산독립영화를 볼수 있는 공간이 지방에는 없는게 아쉽구나..
지난 주말에야 보았따는... 영화도 좋았지만((갠적으로 음악은 밸로..))... 아아~ 오다기리 죠! 허리띠는 안메도 좋아! 그 살폿 웃음이라니... 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