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다, 싫어하다 따위의 말에서 나타나는 '~아/어하다'는 아직 우리말 규범 문법에서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는 않지만 대개는 심리 형용사의 어간에 연결어미 아/어와 일종의 접미사인 하다를 붙여 심리 동사를 파생시킨 것이라 보면 되는데 심리 형용사가 보통 1인칭을 화자로 한다면 심리 동사는 3인칭을 화자로 합니다.
1. 나는 네가 좋다/싫다/귀엽다/무섭다/짜증난다.
2. 걔는 너를 좋아한다/싫어한다/귀여워한다/무서워한다/짜증내한다.
그러나 서술이 아니라 3인칭 화자의 말을 전달하는 경우에는 1인칭처럼 형용사를 쓸 수 있습니다.
3. 걔는 네가 좋대/싫대/귀엽대/무섭대/짜증난대.
3인칭을 주어로 하는 경우 심리 형용사는 어색한 반면에 1인칭은 심리 동사도 자유롭게 씁니다.
4. ??걔는 네가 좋다/싫다.
5. 나는 너를 좋아한다/싫어한다.
6. 걔는 너를 좋아한대/싫어한대.
보조 형용사 싶다도 비슷한 꼴입니다.
7. 나는 집에 가고 싶다.
8. 집에 가고 싶니?
9. 걔는 집에 가고 싶어한다.
10. 걔는 집에 가고 싶대.
일단은 여기서 하다를 접사로 보고 앞의 성분과 붙여 쓰는 게 알맞습니다.
다만 가령 기쁘다, 귀엽다, 무섭다, 두렵다처럼 단일어인 경우에는 하다를 붙여 파생시켜도 별 무리가 없지만 짜증나다, 화나다, 열받다, 불쾌하다처럼 '짜증이/화가 나다, 열을 받다, 불쾌+하다' 같은 기존의 파생어를 다시 '짜증내하다', '화내하다' 따위로 파생시켜 쓰면 뭔가 어색한 구석이 있긴 한데 이런 말을 규범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는 다소 불명확하지만 일단은 앞의 경우처럼 일관성 있게 붙여쓰는 게 좋겠고 그게 아니면 다음처럼 해결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11. 너한테 연락 안 했다고 너무 불쾌해하지 마.
12. 너한테 연락 안 했다고 너무 불쾌하게 생각하지 마.
그렇지만 사실 짜증내하다. 화내하다 같은 표현은 어색하고 군더더기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목적어를 직접 안 받고 말을 풀어 주면 좀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13.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불쾌해했다/짜증내했다/열받아했다.
14.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고 불쾌해했다/짜증내했다/열받아했다.
15.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고 짜증(을)냈다/열받았다.
16.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받아 불쾌했다/짜증(이)났다/열받았다.
'내가 견딜 수 없어하는 게 하나 있다''악습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처럼 '견딜 수 없어하다'같은 표현도 보이는데 이 땐 '하다'만 앞 성분에 붙이고 나머지는 원래대로 띄어쓰자니 아리송한 구석도 있고 그렇다고 '견딜 수 없다'로만 바꾸면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해서 이런 문제를 규범문법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죠
첫댓글 이렇게 좋은 정보를^^ 감사합니다.
'내가 견딜 수 없어하는 게 하나 있다''악습을 견딜 수 없어하는 사람'처럼 '견딜 수 없어하다'같은 표현도 보이는데 이 땐 '하다'만 앞 성분에 붙이고 나머지는 원래대로 띄어쓰자니 아리송한 구석도 있고 그렇다고 '견딜 수 없다'로만 바꾸면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해서 이런 문제를 규범문법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