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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은정입니다.
몇번 글올렸던 저희집 창고옥상 급식소 "까칠이네" 가족 기억하실런지요.
작년 여름 저희집 맞은편 집 담벼락 안에 갖힌 채 동동이, 까망이(당시 3,4개월령)를 키우던 엄마냥 까칠이.
높이 180센치 가까운 담벼락을 넘나들며 자그마한 몸으로 두 새끼냥 키우려 최선을 다하던 모습이 안타까워
두레박밥 내려주다 걸려서 집주인 할머니께 싹싹 빌고 1주일의 말미를 얻어 겨우 저희집 옥상으로 이소시켰었어요.
그뒤로 새끼들 먹이 구하러 동분서주하던 까칠이가 정말 많이 편해졌고 두 새끼들도 잘 자라줬지만,
그 평화도 잠시뿐..
엄마 까칠이가 또 임신해서 작년 10월 말 쯤 또 두 새끼냥 고동이와 미동이를 낳았습니다.
문제는 작년 봄에 태어났던 동동이와 까망이는 여름을 거치며 별탈없이 건강하게 성묘로 자라났지만,
가을 끝무렵에 태어난 고동이와 미동이는 어미가 자꾸 이소를 반복해서 창고급식소에 집이 있어도
겨울내내 아이들이 야외에 그대로 노출되어 올해 1월 무렵부터 이미 고동이는 감기기운이 역력했어요.
이때가 11월 말이었는데, 어미가 저희집 창고옥상 숨집 놔두고 자꾸만 옆집의 저 플라스틱 파이프들 사이에 있으니,
아이들도 어쩔 수 없이 햇빛도 거의 안드는 저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엄마 까칠이는 높은 담도 잘타서 얼마든지 담따라 저희집 옥상와서 밥먹고 가는데 아깽이 둘은 몇번이고
담벼락 밖으로 떨어져서 저희집 뒤의 빌라 주차장에서 몇날며칠 얼음장같은 겨울 칼바람을 견뎌야 했습니다.
작지만 재빠른 아깽이들을 잡을 수가 없어서 빌라사람들 다 자는 밤 12시 넘으면 저렇게 벽구석에 스티로폼 탑을 쌓고
밤새 몇번이나 타고 올라왔나 확인하다 새벽되면 또 몰래 치우길 2달 남짓 계속 했습니다.
그래도 두 아깽이들이 길게는 5일씩이나 빌라 주차장에서 헤멨지만 결국 다 돌아와서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아이들 꼬시려 닭안심살을 15kg이나 사서 겨울내내 먹이니 옥상급식소 숨집에 정붙이고 살아 한숨돌리나 싶었죠.
근데 추운 겨울 지나 올해 초 아깽이 두마리중 고동이가 먼저 기침과 콧물이 시작됐고,
얼마 안지나 형제인 미동이마저도 재채기를 하더니 갈수록 코 안에 콧물이 꽉찬 기침을 합니다.
활동성도 좋고 겨울내내 닭고기도 잘 먹어서 봄되면 좀 나아질까 했지만 안되서
3월 초 병원서 이 약만 다 먹여도 많이 좋아질거라는 말에 1주일치 약 타왔지만 약냄새가 워낙 강한지
아무도 안먹고 심지어 식탐대마왕 울집 순동이마저도 외면해서 약타먹이기는 완전 실패.
이후 고동이와 미동이의 가래끓는 기침소리와 코 끝의 누런 콧물 때문에
급식소 가는 발걸음은 매일매일 천근만근... 마음이 진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2주전 반동방의 멍냥냥님께서 나눔해주신 포획틀마저도 실패 후
(아픈 고동이는 근처도 안오고 건강하고 다 큰 동동이와 까망이만 잡혀서 풀어줬어요.;;)
눈부신날님의 조언으로 밑져야 본전이란 각오로 몇번이고 거부당했던 구청을 다시한번 찾아갔어요.
근데, 올해는 작년의 3배가 넘는 예산확보했다고 넘 늦었지만 일단 신청하고 가라 합니다.
그러고도 기대는 1도 안했습니다. 그동안 넘 좌절스러웠어서요.
대신 미련을 버릴 수 없어 포획틀 대신 이동장으로 아래처럼 해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멀찌감치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1주일 지난 오늘 저녁 저희 동네 어느분이 2년전 신청해놨던게 이번에 순서되어 포획하시는 분이 왔습니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운명이었던가 싶은게요.
원래 저녁 급식소는 6시에 나가는데,
이번주 비왔을때 빗물에 쏟아진 사료들 치우다 비 다 맞고 빗길에 두번이나 넘어져서
심한 몸살과 근육통으로 저녁 7시 반 되서야 겨우 나갔습니다.
그리고 급식소서 돌아오는 길에 포획하시는 분을 뙇!!! 마주쳤다는..
그 순간 마주치지 못했더라면
저희집을 들어와야 되는 창고옥상 급식소의 고동이와 미동이는 절대 못잡았습니다.
그리고 5,6개월령이라 동네 어른 숫냥이들 등쌀에 조만간 감기걸린 몸으로 임신했겠지요..ㅠ
제가 신청한게 아니라서 저에겐 연락 안왔기에,
진짜 신께서 고동이와 미동이 꼭 살려주라고 이렇게 타이밍 맞춰주신 것만 같습니다.
포획하시는 분 하시는 걸 보니, 동네 여기저기 길아이들 다닐만한 곳에 포획틀 두고 수시로 돌아가며
잡히면 타고온 봉고차 안의 철창틀에 옮기고 또 포획틀 설치하고를 반복하셔서,
그 순간 딱 마주치지 못했더라면 제가 집에 들어가 버려서 그걸로 끝이었더군요.
반동방 여러분, 여기서 더 기적같은 일은요,
고동이를 맨 마지막에 잡았다는 겁니다.
밤 10시 되면 철수하고 오늘 하루로 포획 끝이래서 사정사정 끝에 10시 반까지 했거든요. ㅠㅠ
경계심 워낙 강한 미동이는 오히려 30분도 안되 잡혔는데
고동이는 코가 막혀선지 구운 고등어 냄새 못맡아서 끝까지 안 잡히니
3시간 가까이 몇번이고 창고옥상 급식소 확인하러 갔다 빈손으로 오던 아저씨도
고동이가 감기땜에 생선냄새 못맡는지 전혀 안되겠다 했지만,
마지막으로 다녀오면서 "잡혔다~!" 하시는데
아저씨 봉고차 옆에 서 있다가 넘 놀래서 주저앉았습니다.ㅠㅠ
진짜 심장이 벌렁거리고 안 믿기지만 밝은데서 보니 고동이 맞습니다!!!
포획틀안에서 흥분하다 코에 피가 좀 낫지만 고동이와 미동이 둘다 시간 지나니 진정되었고,
내일 아니 월요일 오늘 중성화 수술받고 목요일 저녁 6시 쯤 돌아온다 합니다.
아저씨께 몇번이나 간절히 부탁드렸습니다.
고동이와 미동이는 감기치료받게 바로 풀어주지 말고 제게 무조건 연락주시라고요.
첨엔 좀 건성이셨는데 3시간 남짓 계속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 제 진심이 느껴지셨는지
꼭 전화 주신다고 약속하셨어요.
사실 지금 넘 기쁘면서도 두려운 마음 또한 한가득입니다.
고동이만으로도 어찌될지 모르는데 생각지도 못한 미동이까지 같이 치료받게 되면
병원비가 얼마나 나올지 몰라 사실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5년 넘게 몇번이나 신청하고 따져도 안됐던 일이
여러 우연과 좋은 운을 맞아 현실이 되었습니다.
목욜 고동이와 미동이가 무사히 수술 잘 받고 돌아오면 병원치료 받고
꽉 막힌 코가 뻥 뚫려 속시원히 숨 좀 쉬게 됐으면 좋겠고,
가족사진 속 모두가 아니라서 속상하지만
그 중에 가장 어리고 아픈 두 아이만이라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의 기회를 갖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은정씨 정성이 하늘에 닿았나봐요 고동이 미동이 치료잘받고 건강하게 살라옹 은정씨도 건강조심하세요
포획하시는 분 말씀이, 지도보며 범위를 겹치지않게 정하는데 어제 신청했던 분 집과 저희집이 너무 가까워서, 어제 왔기땜에 나중에 제 순번이 되도 거의 안올 확률이 높다더라구요. 신청이 엄청 밀려있고 구역도 워낙 넓어서 왔던데는 다시 안온다는 말에, 정말 눈물나고 다리에 힘이 쫙 풀렸었습니다. 이번아니면 진짜 고동이는 기회가 없구나 싶어서요..ㅠ
그런데 진짜 막판의 막판에 마지막으로 잡혀줬으니 울 것같으면서도 꿈만 같고 넘 좋아서 저도 모르게 인상쓰면서 웃어서, 아저씨가 인쟈 맘놓고 집에 가서 쉬라하며 웃으시는데, 정말 너무 행복했습니다.ㅎㅎㅎㅎㅎ
응원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두 아이 모두 중성화도, 감기치료도 얼릉 잘 끝났으면 좋겠어요~~^^
정말 다행이에요,,이제 중성화 수술 잘하고 돌아오기만 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포획하다 보면 꼭 저렇게 흥분해서 상처나는 녀석도 있어요..ㅠ...ㅠ
제 포획틀에 잡혔던 동동이는 흥분한 통에 코가 많이 까졌는지 피가 포획틀 여기저기 묻어, 보는 순간 넘 놀라 심장이 덜컹하고 정신없이 풀어줬어요. 돈만 있음 건강한 동동이는 중성화만 해줘도 넘 좋은데 그게 안되니.;; 코가 완전히 막혀 넘 힘들게 숨쉬는 고동이를 우선할 수 밖에 없어서 건강한 동동이와 까망이는 풀어줘야 했습니다. 포획이라는게 특정한 아이를 대상으로 하려니 몇배나 더 힘들고 많이 어렵네요..
말씀대로 중성화 무탈히 잘되야 감기치료도 잘 될테니 기도하는 마음으로 목요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