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떨기나무 앞에 선 모세>, 6세기 경, 모자이크, 산 비탈레 성당, 라벤나, 이탈리아
고대 로마의 전통적인 인테리어 장식미술로서 계승되어 발전한 모자이크는 교회의 내부를 장식하는 데에 주로 쓰였다. 모자이크 벽은 내부로 들어온 빛이나 실내 조명(촛불이나 횃불)을 반사하여 초월적인 공간을 형성하는 데에 일조하였으며, 교회 내부를 천상의 예루살렘으로 변화시키는 주요한 장식요소로 여겨졌다. 현존하는 비잔틴 모자이크의 주요 작품으로는 라벤나의 산 비탈레(San Vitale) 성당 내부를 장식한 작품들이 있다. 또한 당시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527~565년)는 라벤나를 제국의 영토로 만든 후 그곳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짓도록 명했다. 바로 이것이 산 비탈레 성당이다.
아름다운 모자이크는 모세 이야기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어느 날 모세는 왕궁을 떠나 광야로 와서 양 떼를 돌보던 중 버려진 땅, 황무지란 뜻을 가진 호렙산으로 들어간다. 호렙산은 모세가 나중에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이 새겨진 석판을 받은 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산으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떨기나무에 불꽃이 활활 솟아오르는데도 절대로 타지 않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그리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게 된다.
각각의 떨기나무에는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으나, 나무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광야의 나무들 가운데 참으로 보잘것없는 떨기나무에 불로 당신 현존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 하느님의 소리에 뒤를 돌아보고 있는 모세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도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하느님의 모습은 왼쪽 위에 손 형태로 나타난다. 하느님의 손은 하느님의 개입과 현존의 상징으로 유대 미술에서 차용된 모티프이다. 하느님께서 “모세야, 모세야!” 하고 부르신 것처럼, 하느님의 손은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의 시각적 등가물이다. 모세는 하느님의 손을 통해 선명하게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는 신비로운 하느님께 경청하면서도 확신에 찬 얼굴은 아니다. 그는 아직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세에게 하느님께서는 그가 서 있는 곳이 ‘거룩한 땅’이니 그에게 ‘신발을 벗어라.’라고 말씀하신다. 모세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그 자리에서 신발을 벗고 있다. 이집트 문화에서 신발은 권위와 직무의 상징인데, 왕좌에 앉은 파라오의 옆에 항상 신발을 놓아둔 것을 보면, 왕의 위엄을 상징한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 앞에 선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맨발로 걷는다는 것은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고행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모세가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거룩한 땅 위에서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하느님 앞에 온전히 자기 그대로의 모습으로 벌거벗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내리신 이스라엘을 구원하라는 소명을 받들기에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의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소명과 힘을 주셨고, 모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하느님과 함께하게 된다.
“주님은,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다.”(탈출 34,6)
윤인복 소화데레사 교수 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