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버트란 기업체의 중간관리자 출신인 스콧 애덤스가 미국의 직장 풍토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일간지 연재만화의 주인공이다.
주인공 딜버트의 생김새는 우리나라 '고바우 영감'과 흡사하다.
그가 근무하는 회사의 상사들은 무능하고 경영관리방식은 리스트럭처럼 등으로 변화무쌍하다.마음씨는 착하지만 세상사에 모질지 못한 딜버트는 회사의 비능률과 기업내 관료주의에 늘 실망하고 좌절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직장이 비생산적이고 답답하며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통해 딜버트의 인기는 증명되고 있다.
부하를 괴롭히는 윗사람들, 쓸데없이 양산되는 규정들, 유행따라 왔다갔다 하는 경영스타일 등으로 근로자들은 지쳐 있다. 직장은 따분하고 기다려지는 것은 주말뿐이다.이것이 바로 '딜버트의 법칙'이다.
'60년대 미국에서 발표된 '피트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피트의 법칙'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승진해 올라가다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직무를 적절히 수행치 못하는 무능력 단계에 들어가 결과적으로 회사나 조직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딜버트의 법칙'은 '무능력하고 비효율적인 직원일수록 중간의 경쟁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간부로 승진한다.'는 역설적 주장을 내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미국직장사회를 풍자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직장사회에서도 '간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Tooniverse에서 '딜버트'를 반영한적이 있었다. 열심히 시청했는데 그때 느낀건 '정말 직장생활하기 힘들구나' 였다.
지금도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게없다.(-.-)(_ _)(-.-)
♣만화 '딜버트'에 대해 중앙일보 기사에서 퍼왔습니다.
만화 ‘딜버트’의 주인공은 미국 샐러리맨의 초상화
불합리한 직장풍토, 칸막이 공간속의 답답한 생활을 풍자한 내용은 현실과 너무도 흡사하다.
미국의 직장인들은 대개 '딜버트' 만화 한두 줄 정도는 사무실 칸막이 벽의 한 귀퉁이에 붙여 놓고 있을 것이다. 현재 1천1백 개 일간지가 '딜버트'를 게재하고 있으며 「딜버트」를 소재로 한 책들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그 중 '딜버트 법칙'(The Dilbert Principle)은 뉴욕 타임스紙 선정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터넷의 '딜버트 존' 웹 사이트는 하루 접속 건수가 1백50만 회에 이른다.
만화 속의 주인공 딜버트는 입이 없고 항상 끝이 말려 올라간 넥타이를 매는 어설픈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팬들은 서점에 높이 쌓여 있는 경영학 서적이나 산뜻하게 제본된 경영-컨설팅 회사의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화이트칼라 직장의 적나라한 실상을 '딜버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업의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the Corporation)의 저자 마이크 해머는 " '딜버트'는 만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다. 미국 기업문화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窓"이라고 평한다. 애덤스가 종종 그의 이론을 만화에서 풍자하고 있지만 해머는 '딜버트'의 열렬한 팬이다. 애플 컴퓨터社의 경영 컨설턴트 가이 가와사키도 "모든 기업은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직장 풍토가 '딜버트'에서 묘사되는 것과 같다는 것을 인정하는 기업과 실제로 딜버트의 직장과 다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인들의 직장생활은 실로 참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만화의 주인공 딜버트는 갑갑한 칸막이 공간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멍청한 인생의 패배자다. 그는 직장에서도 존경받지 못하고 데이트 상대도 구하지 못한다. 감자 모양으로 생긴 그의 개 독버트(Dogbert)는 명랑하지만 비정한 컨설턴트로 세계를 지배하고 모든 인간을 노예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캣버트(Catbert)는 인사담당 이사로 직원들을 마치 털실뭉치인 양 한참 갖고 논 후 해고 통지서를 전달하곤 한다. 그나마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유일한 등장인물은 직장생활을 포기한 쓰레기 수거인이다.
애덤스는 직장생활의 그런 암담한 비전을 「딜버트 원칙」이라 부른다. 그것은 "가장 무능한 직원이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영 부문으로 올라가는 기현상"을 가리킨다. 물론 그것은 궁극적으로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다. 애덤스는 "가장 무능한 사람을 골라내 승진시키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역행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딜버트'에서는 거의 매월 리엔지니어링, 총체적 품질관리, 또는 전쟁놀이 등 터무니없는 경영방침이 하달된다. 그런 것은 기껏해야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 혹독한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업무처리 마감시간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놓고 몇 시간씩 회의를 하지만 그런 회의에서 낭비하는 시간 때문에 시한을 지키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기술은 날로 발달하지만 고위 간부들은 컴퓨터 기초조차 이해 못한다.
그 와중에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감원 선풍이 몰아친다. "똑똑똑!" 딜버트의 상사인 보스(The Boss)가 문 두드리는 시늉을 하며 직원에게 농담식으로 말을 건다. 직원이 "누구세요"라며 되받는다. 보스는 "이제 더 이상 자네는 필요 없네"라며 능청스레 미소를 짓는다. 그것을 완전한 지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옥과 흡사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애덤스도 보스의 대머리에 돌출한 두 가닥의 뾰족한 머리숱이 악마의 뿔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미국인들의 직장생활이 진짜 그 정도로 비관적인가. 직장인 모두가 딜버트처럼 냉방이 잘돼 있는 노동착취현장에서 과로로 쓰러질 운명이란 말인가. 모건 스탠리社의 스티븐 로치는 기업체의 감량경영, 임금동결, 근시안적 능률지상주의가 직원들의 숨통을 죄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인들의 직장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실시된 뉴스위크 여론조사에 따르면 87%가 그들의 직장을 '즐거운 곳'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직장인들이 '딜버트'를 보면서 "이건 바로 내 직장 이야긴데"라고 말하는 것일까. 애덤스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상황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 경우 현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은 미국인들이 의회를 바라보는 시각과도 흡사하다. 현직 의원에게 거세게 반감을 표시하다가도 막상 선거 때가 되면 또다시 그에게 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직장인들은 실제로 '딜버트'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70% 이상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50% 가량이 불필요한 규정과 관료주의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직장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상하 의사소통의 결여다. 게다가 직장인들은 일을 잘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확신도 갖지 못한다. 승진에 가장 필요한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업무 능력과 정치적 배경을 꼽는 응답자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시장경제의 불합리성과 상사의 학대를 감내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억압된 분노다. 따라서 그들은 '딜버트'를 보면서 다소나마 억압된 분을 분출하고 기업에 만연한 어리석음을 재확인하면서 카타르시스의 희열을 맛보는 것이다. '딜버트'의 상황이 실제 직장생활과 흡사한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칸막이 공간: 애덤스는 딜버트가 일하는 칸막이 공간을 직장인들이 당하는 모욕의 으뜸가는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최고경영자를 포함해 모든 임직원이 토끼장 속에서처럼 함께 치대며 근무하는 인텔 같은 회사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볼 때 비좁은 칸막이 공간에서 근무하면 업무 능률이 평균수준 이하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애덤스는 "직원들을 비좁은 칸막이 공간에 가둬두면 우물 안 개구리 수준 이상의 능력은 결코 발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애덤스는 소위 사무실 공간 활용 대체방안 등도 작품의 소재로 이용한다. 칸막이化가 초래한 가장 새로운 두려움 가운데 하나는 '밀집화'인데 이는 고용주들이 사무실 면적을 절약하기 위해 말 그대로 벽을 근로자들에게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잔인한 상사들: 상사에 대한 증오는 명예로운 전통이지만 90년대에는 그래야 할 이유가 더 많아졌다. 「잔인한 상사들」(Brutal Bosses)의 저자이며 심리학자인 하비 혼스타인은 이렇게 말한다. "감량경영과 비용절감으로 인해 상사들이 받는 압박이 현저히 늘었으며 그들은 개를 차는 대신 부하들을 걷어차는 경우가 흔해졌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벌레를 먹으면 고과점수를 높여주겠다고 제안하는 에피소드처럼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내용이 만화 '딜버트'의 가장 인기 있는 내용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만화에 묘사되는 횡포를 뺨치는 현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에는 상사들의 끔찍한 횡포를 고발하는 웹 사이트가 있을 정도다. 아니면 직원들이 창문이 없는 더운 사무실에서 일하는데도 사장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면서 에어컨을 약하게 했다는 어느 첨단기술 회사 前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경영정책: 「이단의 시대: 영웅·악한·기업혁신의 선구자」(The Age of Heretics: Heroes, Outlaws, and the Forerunners of Corporate Change)의 저자인 아트 클라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50~60년대의 이단적인 경영이론가들은 참여와 평등주의, 자발적 행동이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익도 올려준다는 주장을 신봉했다." 아주 그럴싸한 이론이지만 딜버트의 원칙이 작용해 기업혁신 정책은 바보들의 차지가 됐다. 잘못 관리되고 직원들에게 강요된 정책은 오늘날 근로자들을 더욱 냉소적으로 만들고 덜 생산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할 뿐이다.
○통제할 수 없는 기술: 기술은 작업장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생산성을 높이고 중요 정보를 회사 내에 널리 알리며 직원들이 트럼프 카드 없이도 혼자 놀 수 있게 만든다. 또 부서장들을 더욱 무지해 보이게 만든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상사들은 최신 컴퓨터를 갖는 반면 부하들은 윈도 95도 사용할 수 없는 구닥다리 컴퓨터와 씨름을 한다.
○기나긴 근무시간: 80년대 중반에 애플社의 매킨토시 개발팀이 「주 90시간 근무도 좋다!」고 쓴 티셔츠를 입은 이후로 첨단기술 회사들은 종업원들에게 일을 3배로 시키도록 회유하는 것이 수지맞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으며 이런 관행이 다른 부문의 작업장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모든 시간을 직장에 바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뉴스위크 여론조사 응답자의 40%는 고용주들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세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가는 최근 기업들이 직원들을 하루 종일 잡아놓고 컴퓨터 이용이나 실컷 하게 하는 '집 같은 직장' 운동에 잘 나타나 있다.
○감량경영: 딜버트의 회사에서는 변기로 위장된 장치인 「캔오매틱」이 다운사이징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는 "무작위로 사람들의 등에 분홍색 종이(해고통지서)을 붙여 건물 밖으로 내던지는" 장치다. 그 이유가 비용을 절감하는 데 있든 월스트리트에 잘 보이거나 혹은 무용지물이 된 직원들을 제거하는 데 있든 감량경영은 오늘날 직장의 현실을 규정하는 특징이 돼 있다.
놀랍게도 스콧 애덤스 자신은 감량경영이 작업장의 능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직원 수가 적어지면 기업의 장래에 관한 발언이니, 회의니, 조직개편이니 하는 천치 같은 짓에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흔히 잔인한 방식으로 본인에게 통지될 뿐만 아니라 종종 비생산적인 역기능을 발휘하는 등 감량경영을 서투르게 다루는 관리자들의 잘못이 애덤스의 만화 '딜버트'의 좋은 소재가 된다.
○완곡어법: 관리자들은 왜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가? 자기 생각을 부하들에게 알리기 싫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사업상 의사소통이 일부러 오도(誤導)되기도 한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어느 회사의 엔지니어는 "회사에서 독립기념일이 낀 주말을 연휴로 푹 쉬라는 회람이 돌았다"고 말한다. 사실상 그 회사가 노린 것은 직원들이 긴 주말에 연가(年暇)의 일부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었고 직원들은 그것을 즉각 알아챘다.
물론 이 모든 방법은 직원들의 냉소와 반감만 조장할 뿐이다. 직원들의 반감을 촉발하는 것은 사소한 경우도 가끔 있지만 추풍낙엽같이 직원들을 쫓아내는 경우처럼 보다 중대한 일로 반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 결과 미국의 직장인들은 보스가 "직원들은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던 종전의 발언이 실수였음을 인정하는 '딜버트' 만화에 고개를 끄덕인다. 보스는 직원들이 사실은 아홉번째 자산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과연 여덟번째는 무엇일까? 만화 속의 보스는 '복사용지'라고 말한다.
직장풍토가 개선될 희망은 전혀 없는 것일까?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다수의 경영 컨설턴트들은 '딜버트' 만화 자체가 기업의 무신경한 경영을 치유할 수 있는 약이라고 지적한다. 애덤스 자신도 자기가 풍자하는 문제들이 자기 만화로 인해 실제로 고쳐지기를 희망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느 회사에서는 '딜버티제이션 위원회'(Dilbertization committee)란 것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딜버트' 만화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 관행들을 찾아내서 고치자는 취지인 것이다. 다른 회사들도 이를 본받고 있다. 그 결과 직장에서 불합리한 일이 점차 줄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같은 이론에는 문제가 있다. 만화가 그런 효과를 발휘하려면 직장 상사들의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딜버트 원칙에 의하면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중서부의 어느 회사에서 일어난 사소하지만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를 음미해 보자. 한 부서장이 부하의 책상을 찾아와 벽에 붙은 '딜버트' 만화를 보게 되었다. 보스가 딜버트에게 보고서가 너무 읽기 쉽다고 불평하면서 좀더 난해한 용어를 쓸 수 없겠느냐고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이 만화를 본 부서장은 킬킬 웃으며 『저게 사실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용건으로 돌아간 그 여자 부서장은 부하직원이 7번이나 고쳐 쓴 서류를 내놓으며 다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일이었을까 아니면 「딜버트」 만화의 에피소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