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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기행(3) - 지리산 청학동 삼성궁과 도인촌 언제 : 2008.08.15 ~ 8.16.(금, 토요일) 누구랑 : 민현, 금복, 광이, 수진, 영미, 진철과 그의 여자, 성룡과 그의 여자, 애숙과 그의 남자(11명) 평사리 최참판댁 내림길을 나서며 그분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상처, 결혼 5년만에 남편과의 사별, 곧이은 아들의 사망, 하나 밖에 없는 사위(김지하 시인)의 감옥행... 그분이 행복했더라면 문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고 한 말은 생에 대한 깊은 감동을 주는 성찰의 화두였다. 그분이 버리고 간 것은 소중한 유산이 되어 뒤에 남은 우리들은 행복해한다. 일점 혈육 그의 딸은 최근 유고 시집의 서문에서 "불꽃같은 정열로, 분노로, 사랑으로 생애를 사셨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이, 수놓으시듯 정성으로 글을 쓰셨습니다. 글쓰기를 통하여 삶을 완성하시고 죽음도 완성하셨으니 평안하소서!"라고...참 아쉬운 분이다!...
웸에서 카툰 캡처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800 고지의 청학동에 이르니 여기저기 식당 민박집과 서당도 많다. 후미차량을 기다리며 그중 청학동 서당에 잠시 들르니 앉은뱅이 책상을 사방 벽쪽에 켜켜히 쌓아 올린 넓은 방에 남녀 초딩들이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며 놀다가 낮선 내방객을 보고 쪼르르 달려나와 두손을 맞잡아 공수 한다음 "안녕하십니까?"라고 공손하고 밝게 예를 차린다. 그것참!...단 며칠만의 교육과 훈련으로 아이들 심성이 이렇게 정화되었으니 인간의 덕목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예절임에야...
청학동 서당에서
삼성궁에 이른다. 이 삼성궁의 정확한 명칭은 "지리산 청학선원 배달성전 삼성궁"으로서 이고장 출신 강민주(한풀 선사)가 1983년에 고조선 시대의 소도를 복원하였는데 민족의 성조인 환인, 환웅, 단군을 모신 배달민족 성전으로 민족의 도맥인 선도를 지키고 신선도를 수행하는 민족의 도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궁 입구에는 장승이 서있고 우측에 메달린 징을 세 번 울려야 한다. 징을 내려치자 삿갓쓰고 도포차림을 한 수자가 나와 길 안내를 한다.
대문을 지나 10여미터쯤 안내자를 따라 굴을 지나자 지리산 자락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넓은 평지위에 단전호흡을 하는 움집, 태극문양을 본뜬 연못, 맷돌, 절구통, 다듬이돌 등 우리 전통도구들로 가꾸어진 길과 담장의 정경이 짜임새 있게 펼쳐진다.
다듬이 돌
이 삼성궁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무수한 솟대이다. 한풀선사가 어렸을때부터 축조했다는 솟대는 무려 천여개에 달하며 높이와 규모면에서도 상당히 다양했다. 이 솟대는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때 하늘에 제사 지내던 소도를 의미하며 음양의 이치로 만들어진 맷돌은 민초들의 민족정기를 대변하는 것이라 한다.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건국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이치로써 세상을 다스린다 라는 뜻이다.)
태극 연못
동굴에서
방안에 도포 입은 노인이 무료하게 앉아 있는데 판초우의를 뒤집어 쓴채 토방에 올라서 읍을하고 예를 채리니 얼굴 피부색이 곱고 윤이 나는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청학도인 : 누구신가?...안면은 기억이 안나는데?.... 빵과버터 : 예...그러실겝니다...테레비에서 뵙고 인사나 여쭙고 갈라고요... 청학도인 : 아...그러신가?....좋은 얘기나 하게 올라오시지요?... 빵과버터 : 예...근데 우비를 걸친 복장이라서요....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청학동을 찾을려면 청학동을 찾지마라" 이런 역설이 어디 있나?... 인간은 현실 세계에 살면서 항상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며 사는 존재이다. 인간이 꿈꾸는 그러한 이상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의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 까닭에 유토피아일 수 있다. 서양인들의 유토피아, 동양인들의 무릉도원이 바로 이런 이상향이다.
진안휴게소에서 바라본 마이산. 알뜰하고 보람있는 하동기행이 되었다. 그건 내가 좋은 사람들 곁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麻中之蓬(마중지봉)이란 말이 있는데 즉 곧은 삼 속에서 자란 쑥은 저절로 곧게 자라게 된다는 뜻으로, 좋은 환경에 있으면 주위의 감화를 받아 선량해진다는 말이다. 함께한 이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리며 기행을 마친다. -끝- |
첫댓글 제가 못본 청학동 구석구석이 많군요. 어릴때 이 분들은 비교적 자주 진주 나들이를 하였답니다. 남강다리를 일렬로 건너가는 하얀 옷(한복)의 머리땋은 아이들과 갓 쓴 노인들은 어릴 적 달음박질로 숨가쁜 가슴으로 겪은 벅찬 구경이었습니다. 좀 더 커서는 써클 활동 중인 도서관에 견학차 온 이들을 아주 가깝게 접한 적도 있었답니다. 바깥세상에 대해 최대한 기개를 높히려는 듯이 눈부시게 하얗던 그들의 옷이 까무잡잡한 얼굴빛과 윤기없이 땋은 머리와 묘한 대조를 이루었던 기억들이 남았습니다. 지금이사 풍요로운 세상과 교류하며 살기위해 적당히 그들 스스로를 마케팅하면서 살지만, 청학동의 뜻은 오래 이어지기를......
우~와!...남강다리를 한복입고 일렬로 걸어가는 그네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겠네요!...오불관언이라는....ㅋㅋㅋ 아쉬운 청학동 도인촌이었지만 우짜능교?...그사람들도 살어야하니...
캬... 그림 멋지네요. 절묘한 배치와 각도... 사진담는 기술이 거의 전문가 수준에 다달았습니다. ^^ 좋은 사람과 일부러라도 비오고 운무낀 날 맞추어 가야 더욱 멋질 곳입니다.
전문가는 무슨?....수덩이님이 가셔야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올낀데?....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