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09. 10. 화요일
마사오
한 주간의 이슈를 꼭 필요한 것만 엄선하여, 독자제위들 버릇 나빠질 텐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친절해도 되나 걱정이 될 정도로
친히 입에 떠먹여주기까지 하는 개친절 연재기사. '이슈VS.이빨' 9월 둘째 주를 시작한다. |
이슈 1
이슈> 총장님의 '러브어페어'
지난 6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릿기사와 2면에 걸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채동욱 검찰총장은 1999년 Y모(54)씨를 만나 혼외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채 총장이 대검찰청 마약과장으로 근무하던 2002년 7월 아들을 낳았'으며 '사립초등학교를 다니던 아들은 지난 8월 21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일보>는 7일과 9일자 지면에 관련보도를 이어가며 '채 총장이 혼외관계로 얻은 아들 채 모(11)군의 사립 초등학교 기록엔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으로 되어 있'으며 지인들과 주변인물들의 발언 또한 채 모군이 채 총장의 혼외아들임을 증언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마사오의 이빨> 빅매치 이벤트 '조선찌라시VS.대한민국 떡찰'
가령 '한예슬, 마사오와 열애'(그럴리야 없겠지만!) 기사 따윈 <조선일보>의 1면에 실리기 힘들게야. 적어도 '박근혜, 마사오와 열애'(그럴리가 없다니까!) 정도는 되어야 1면에 실리겠지. 신문 1면이란 게 그래. 해당 신문사에서 '독자들이 오며가며 꼭 읽어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맘을 그득 담아 고뇌의 고뇌를 거듭하여 결정하는 거잖아. 그 만큼 조선일보는 이번 '한 수'에 크게 건 거다.
우린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갈 필요가 있겠다. 때는 바야흐로 대선 목전이던 2012년 11월 30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한 날이다.
사퇴하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
그해 11월,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 등에게서 수사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10억여 원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당시 부장검사이던 김광준이 기소된다. 그리고 당시 검찰총장이던 한상대 총장은 11월 28일 최재경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 대한 감찰을 감찰본부에 지시한다. 김광준 부장검사와 대학동기였던 최 중수부장이 김 부장에게 언론대응 등 부적절한 조언을 해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 중수부장은 '총장 진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견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의 감찰조사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이튿날 대검 감찰본부는 최 중수부장과 김 부장간 오간 문자메시지 내역을 전격 공개했고 같은 날 대검 간부들이 중수부 감찰 반대와 한 총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소위 '검란'의 날이었다.
이후 한 총장은 검찰개혁안을 마련하고 대통령에게 신임을 묻겠다며 버텼으나 끝내 버티지 못하고 30일 사퇴하게 되고 최 중수부장 역시 같은 날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며칠 후인 12월 3일 대검은 최 중수부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전주지검장으로 보임한다.
추리자면 이런 거다.
검사 수뢰사건, 검사-피의자간 성추문 사건 등등 만신창이로 쳐발린 검찰내외에 불어닥친 강한 개혁 요구를 앞에 두고 한상대 총장은 '총장 퇴진' 카드 대신 '중수부 폐지' 카드를 만지작 거렸고 이에 강하게 반대한 최 중수부장을 감찰이란 방법으로 제압하려다가 조직의 항명으로 저 혼자 좋게 된 사건인 것이다.
한상대는 검찰총장 취임 일성으로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부르짖은 인물이며, 최재경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그 유명한 BBK 주임검사였다. 정치검사 둘이 저 살자고 드잡이한 보기드문 추태였다. 이 와중에 공석이 된 총장 대행을 한 이가 바로 채동욱 현 검찰총장 (당시 대검 차장)이다.
다시 말해,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검사들이 지들끼리 싸우다가 싸그리 좋게 되고 얼떨결에 어부지리로 총장에 오른 이가 채동욱 총장이란 말이다. 헌데 검찰 내부의 '채동욱'에 대한 평판은 '보수고 진보고 나발이고 검찰이 짱짱맨'이란다. 그러다 보니, 현 박근혜 정부에서 금칙어로 걸어놓은 정권의 '합법성'에 치명적인 '국정원 대선 개입사건'을 대놓고 다루는 것도 모자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대선개입'사건이 아닌 '개인비리'로 축소하라고 그렇게 까놓고 요구를 했건만 가볍게 쌩까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덜컥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 버린 거다. 검찰이 짱짱맨이니까. 정권 입장에서 채동욱을 이쁘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는 노릇.
그래서 아차 싶었던 박근혜 정권은 검찰을 떡 주무르듯 주무를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등용하게 되었고 그렇게 등장한 인물이 초원복집 김기춘(비서실장)과 공안통이자 현역시절 채동욱의 직장상사였던 홍경식(민정수석)이다.
헌데 조선일보 눈에는 김기춘과 홍경식이도 못미더웠나 보다.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앞으로 꼴랑 1년 조금 더 남았다. 헌데 정권이 가장 힘이 세다는 금쪽 같은 시간에 '혀 같은' 검찰이 아닌 '손톱 밑 가시 같은' 검찰이라면 1년은 너무 길다. 그런데 우리 누나 스타일이 또 그게 아니다. 한 번 쓴 사람은 여간해선 잘 안 바꾼다는 '원칙과 신뢰'의 화신 아닌가. 그러니 아랫것들이 나서서 '여간하지 않다'고 멍석을 깔아줘야지.
역시 변 선생, 핵심을 꿰뚫고 있다
'혼외아들'은 사생활이다. 그러니 조선일보에선 '사립초등학교'입네, '모자가 살았던 아파트 전세 값이 얼마였네'하며 금전문제까지 엮어보려고 발악을 하는 것 아니겠나. 헌데 다른 언론사들은 1년 전에 좀 파보다가 포기했다는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을 왜 조선일보만 다시 파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조선일보가 증거라며 들이민 개인 출입국 일지와 가족관계등록부, 거주지, 학교생활기록 열람 등은 해당 본인이 아닌 일반인 혹은 기자가 들여다 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적 문제. 더우기 연예인의 20년 전 모교방문 'TV는 사랑을 싣고'도 아니고, 학적기록부는 개나 소나 맘대로 열어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해당학교에서 좋게 되는 걸 무릎쓰고 까주거나 아니면 나이스(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를 열어봐야 하는데 나이스는 아무나 여나.
이 타이밍구에서 등장해 주신다. 요즘 '내가 가장 잘나가'라고 사방팔방 얼굴을 팔고 계신, 이름도 거룩하다. 국가정보원. 겹치기 출연이 너무 잦으신 거 아니에요? 하긴, 잘나갈 때 시원하게 한 몫 땡겨야겠지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고, 배우는 연기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고 검찰은 기소로 말하고 국정원은 뒷구녕 신상털기로 말하는 법이다. 아무렴.
조선일보의 의혹제기에 채동욱 총장 본인은 의혹을 전면부인하며 사건의 본질을 '검찰 흔들기'로 규정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아니라면 민-형사 소송을 내거나 유전자 감식을 통해 밝히면 될 일'이라며 '이를 통해 드러나는 사실에 대한 판단은 국민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몫'이라고 단도리 하였다. 재밌지 않냐. 드러난 결론이 '사실'이면 당연한 것이고 '사실무근'인 경우일지라도 판단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몫이란 얘기잖아. 그리고 채 총장은 즉시 정정보도 요청과 함께 '유전자 감식 받을 용의 있다'고 맞받아쳤다.
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닥치고 둘 중 하나이다.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채동욱은 짤린다.
유전자감식등을 통해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경우, 채동욱은 짤린다.
왜? 명예훼손입네, 언론중재입네 액션을 취하는 순간, 채동욱은 개인사생활 문제로 조직을 동원하네 어쩌네 구설과 논란에 휩싸이게 되어 있다. 아니, 숨만 쉬고 똥만 싸도 논란에 휩싸일 게다. 그리고 해질 무렵 고즈넉한 집안에서 홀로 녹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줄 아시는 우리 누나는 집구석이 시끄러운 거 되게 싫어하신다. 어쩔래? 나랑 10만 원 빵 내기할래?
아마 본인도 알고 있었을 거다. 법무부장관의 '개인비리로 축소하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고 원세훈-김용판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순간, 채동욱 총장은 옷의 반을 벗은 거다. 최소한 양말은 벗은 거다.
검찰은 '드래곤'이다. 내 말을 잘 듣는 용가리면 참 좋은데 천방지축 날뛰는 용가리면 이거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동시에 검찰은-안 그런 조직이 어디 있겠냐마는- 자기보호본능이 굉장히 강한 집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퀘스트에서 국정원과 조선일보에 아스트랄하게 쳐발릴 것인가. 아니면 호기롭게 '오케이, 혼외아들 받고 부자(父子)동서 의혹사건에 코리아나 호텔 특혜와 세금포탈까지 콜'을 부를 것이냐.
이번 사건의 대응이 대한민국 검찰의 '그릇'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동시에 스포질을 좀 하자면, 늘 그랬듯이, 검찰이란 조직은 채동욱의 목을 내어주고 조직 전체의 안위를 챙길 것이다.
마사오의 적정관람료- '조선일보 VS. 검찰'편 : 1,818원.
안 볼란다
첫댓글 적정 관람료가 무려.... 1.818원이란다.ㅋㅋ 씹팔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