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동 서울시니어스타워에서는 싱글도 외롭지 않다. 오히려 더 하루가 짧고 바쁘기만 하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진다.
배우자의 사별로 인해 뜻하지 않게 싱글로 살고 있는 서울시니어스타워 싱글 회원들의 일상을 살짝 들어본다.
혼자일수록 실버타운은 더 제격
김종호(69) 모교인 대학에서 행정직으로 30년 넘게 일하다 60세 정년으로 사회생활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었다. 사별한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직장생활로 그 동안 참 바쁘게 살았다. 정년퇴직을 하고 집에 있으면서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후 이곳 타워에 들어와서는 한번도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좋은 친구와 선배들을 만나서 매일같이 즐겁게 식사하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집에서는 혼자 먹는 것도, 음식하는 것도 귀찮아 3끼 식사를 대충 챙겨먹거나 거를 때가 많아 건강이 걱정됐는데,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간에 맞춰 회원들의 건강과 입맛에 맞는 반찬이 제공되며, 가사에서도 해방됐다.
혼자 밥 먹는 게 싫은 싱글이라면 실버타운으로 오는 것이 좋다.
이인옥(75) 나이 들수록 친구를 많이 사귀어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이곳에 와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면서 배려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함께 있다가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각자의 집안으로 들어가도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든다. 나를 지켜주는 비상벨과 센서, 복도의 CCTV는 가족처럼 나를 위로하고 보호해 주는 것 같다.
그 동안 싱글로 외로웠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문만 열면 나의 또 다른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도심속 실버타운이 좋다.
김인화(79) 10년전 전혀 예상치 못한 사별을 접하고 정말로 힘들었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외로움이었다. 재혼을 생각도 해보고 다양한 모임도 가져봤지만, 마음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이같은 실버타운이 있다는 걸 알고 ‘아! 내가 가야 할 곳이 있구나’라고 생각, 2박3일 간의 체험입소를 거친 뒤 다음날 바로 계약을 했다.
2000년 즈음 입주하고 타워 회원들과 함께 꾸준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일 얼굴을 맞대니 가족같이 편해졌고, 함께 같은 취미를 가지니 집에 들어서면 생겼던 외로움과 허전함이 말끔히 사라졌다. 노래 부르는 새로운 취미까지 생겼으며, 급기야는 75세이던 해, 운전면허를 따고 주말이면 회원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가기도 한다. 내 생활의 변화에 놀라울 따름이다. 혼자라는 생각조차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취미여가생활 즐기고 나면 하루가 짧아.
▶김인화: 그 중 생활의 큰 변화가 매일 저녁 노래를 한다는 것. 사회에선 거의 부르지도 않던 노래를 타워에서 처음으로 접하고 배우면서 그 재미에 흠뻑 빠졌다. 하루 1~2시간씩 부르지 않으면 목이 잠기고 잠이 오질 않을 정도다. 또 자체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과 함께 20여개가 넘는 취미활동 프로그램 중 3~4개를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이인옥: 그렇다. 누구는 노인네들끼리 뭐하냐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작은 텃밭을 가꾸고 시니어로빅을 하고 최근에는 영어 공부에 심취해 있다. 강사 없이도 중급수준의 실력이 되는 회원 4~5명이 모여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등의 시사영어는 물론 회화, 번역 등을 매일 해 오고 있다.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 중에는 싱글들이 많은 편이며, 그들은 관심분야 프로그램 및 동호회에 적극 참여한다.
▶김홍태(73): 정말 그렇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좋은데, 난 컴퓨터 강좌가 가장 유익한 것 같다. 또 목회자의 길을 택하고 단 하루도 꾸준히 새벽기도를 해 오고 있다. 이와함께 조반전 3樂(아침밥 먹기전 3가지의 즐거움)인 성경기록과 테니스 운동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테니스는 30년 정도 쳐 왔으니 실력은 수준급이다.
재혼한 이상으로 대만족.
▶김인화: 이렇게 하루하루가 바쁘고 즐거우니 지금은 재혼에 대한 생각이 아예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여기의 생활이 재혼한 이상으로 대 만족이기 때문이다.
▶김종호: 재혼은 절대적으로 사랑하고 믿고 의지할 사람이라고 판단된다면 후배들에게 적극 권유해 주고 싶다. 다시 좋은 사람 만나서 새 출발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으니까…(金)
대만 여행도 다녀오신 모양이네요. (아래 여행 기사)
「서울시니어스타워」 회원들과 함께 한‘니하오마’… 4박5일간의 대만여행을 마치고“
어머, 가방이 안 열려. 가방 못 열면 여행 못 가.” 어제 배달 온 여행가방이 고장이라니…
여행출발부터 사건이다.
“대만 가서 열어 드릴께요.” 1103호 어르신 두 분을 안심시켜 버스를 태워 드렸다.
오전 6시 출발시간. 생전 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엘리베이터에서 408호 어르신은 껌을 밟아 14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하고 계신다.
그렇게 정신이 없는 통에 난 여권이 든 손가방을 프런트에 두고 출발, 다행히 마중나온 회원 한 분이 택시로 추격해 무사히 입국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여행 첫째날
현지 가이드인 종금주씨는 자기를 종따꺼(따꺼: 대만어로 선생에 해당되는 말)라 불러달라며 ‘종따꺼’를 연습시킨다. 종을 닦는다는 우리말이라 우린 재미가 나서 종따꺼를 여러 번 불러댔다.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니 하오마’를 비롯해 8가지의 기본 북경어를 익혔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모두들 ‘니 하오마’로 인사하는 걸 보니 우리 어르신들의 학습활용도는 젊은 나보다 낫다.
대만 현지식 식사. 공명채라는 속이 빈 야채와 생선요리, 두부요리, 팔보채, 계란부침개를 포함한 7가지 요리는 생각보다 맛있다. 어렸을 적 연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808호 어르신께선 중요한 의치를 두고 왔음에도 식사를 잘 하셨다. 식사 도중 한 어르신이 ‘샤오제, 삥쉐’(아가씨, 찬물 주세요)한다. 대만은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아 한여름에도 물을 끓여 차로 마시기 때문에 ‘삥쉐’라는 단어를 배워 가야 찬물을 얻어 마실 수 있다.
꼬박 3시간을 달려 ‘중태선사’에 도착했다. 새로 지어진 현대식 불교사원으로 이 절의 자랑은 10미터 높이의 천장을 받치고 있는 4개의 거대한 사천왕상 기둥. 경상남북도 크기의 작은 나라에 이렇게 큰 절이 있다니… 대만인구의 50%를 차지하는 한족들의 큰 스케일과 호방한 기질을 느낄 수 있었다.
30분을 더 달려 도착한 일월담은 인공호수치고 아주 큰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수심도 깊어 쪽빛 물결이 아름답다. 일월담에 접한 문무묘는 관우장군을 모신 사원인데 성공을 관장하는 신으로 사업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부산에 해당하는 고웅시까진 다시 3시간 30분을 달린다. 모두 지치고 피곤했지만 밤 10시가 넘어 우리가 머물 러브리버 근방에 몰려나온 인파를 보자 다시 생기를 찾았다.
여행 둘째날
용호탑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탑신인 용의 입으로 들어가 호랑이의 항문으로 나왔는데, 무병장수를 한다하여 두세번 왕복으로 다니기도 했다.
불광사로 이동해서는 정토동굴과 대웅전을 보고, 이곳 특선요리를 맛보았다. 보기엔 꼭 고기 같지만 모두 콩으로 만들어졌다기에 모두들 골고루 맛을 보았다. 1302호 박따꺼는 현지식이 노인들이 먹기에 부드럽고, 위에 부담이 가지 않는 영양식이라서 좋다고 하신다.
오후 5시, 수질이 최고라는 지본온천에 왔다. 이곳에서 408호 김따꺼는 팔뚝의 가려움증이 없어졌고, 1308호 강샤오제는 손에 일어났던 각질이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여행 셋째날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태로각협곡’이다. 장개석 총통이 본토에서 120만 대군을 이끌고 와 퇴각로를 확보하기 위해 동서관통 도로로 만든 길인데, 해발 2,000미터가 넘는 대리석 산들이 빽빽하게 차 있어 이 도로를 낼 때 죽은 희생자만도 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도로를 끼고 둘러쳐진 태로각협공은 웅장한 병풍을 둘러친 것과 같아 수직으로 뻗은 산꼭대기를 보려면 버스 차창에 이마를 바싹 붙여야 한다.
여행 넷째날
고궁박물관을 본다는 설레임에 잠이 일찍 깼다. 가장 인상적인 보물은 테니스공처럼 생긴 상아 조각품이었는데, 그 상아 조각품 속에 17개의 상아공을 바깥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깎아 들어가며 만들었다 하니 그 정교함이 혀를 찰 정도다. 무려 100년 동안 3대를 걸쳐 만든 조각품이었는데, 한 어르신은 청왕조가 한족들의 훌륭한 기술을 이렇게 작은 노리개를 만드는데 쓰도록 한 것은 한족들을 바보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 아니었을까 하셨다.
여행 마지막날
장개석 총통이 살았던 총통공관을 마지막으로 대만여행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1103호 전세현님께선 고관절 수술을 한 후 불편한 몸으로 일주여행을 무사히 마쳤을 뿐만 아니라 늘 웃는 얼굴로 여행을 완주하셔서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또 520호 김샤오제는 ‘실버여행이라고 해서 일정이 여유로울 줄 알았더니 완전 속았어’하신다. 하지만 이번 일주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았고, 정말 즐거웠다고들 하신다. 다음엔 정말 편한데 모실께요.
‘안 믿어!’단체로 웃음바다다. 건강하게 일주여정을 소화해 준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
■김영애(중구 신당동)
첫댓글 만보가 어린시절~ 부터 결혼 전 까지 지냈던 약수동... 강건하신 김종호 선생님의 모습을 뵈니 기분이 좋네요.
정말 씩씩하게 행복하게 사시는 모습 좋습니다. 나도 언젠간 실버타운으로 가고 싶네요.
김종호 선생님! 건강하신 모습 뵈니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고 즐거운 생활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