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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경
조 경 란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시력이 떨어진 것은 그 무렵부터이다. 망루에서 바다 물빛만 보고도 숭어 떼의 위치를 알아내는 늙은 망지기처럼 한곳에 오래 앉아 있었다. 그러나 나의 눈에는 퍼렇게 몸을 뒤척이는 바다 물빛도, 떼를 지어 몰려드는 숭어 떼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동공이 확대되면서 시야가 흐려지곤 하였다. 마개가 막힌 두꺼운 유리병 속에 들어앉은 듯 사위가 어둑해지고 시계*가 좁아졌다. 저쪽 먼 곳의 등대 불빛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조차 그것이 등대 불빛인지 흐린 하늘을 열고 가까스로 나온 별빛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등기우편물을 일반우편물 함에 집어넣는가 하면 상추를 쑥갓인 양 태연히 집어 들기도 했다. 시력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해가 이우는* 도시는 수면 깊이 가라앉은 오래된 해저도시처럼 짙은 잿빛으로 물들어 보였다.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한강 다리를 건널 때마다 수심 5백여 미터도 넘는 해저도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내지 못했다. 안개에 휩싸인 불그스름한 태양은 느릿느릿 서쪽으로 이울고 교각들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불빛은 물에 떨어진 한 방울의 핏물처럼 흐릿하게 번져들었다.
안과 의사는 시력이 약간 떨어진 것 외에 눈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혹시 뇌의 시각 계통 부분에 이상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안과에서 다룰 수 있는 증상이 아니므로 뇌신경 전문의에게 가보는 게 낫겠다고 했다. 그리고 확신 없다는 어투로 어쩌면 일시적인 시각적 실인증*일지도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아주 부분적인 것은 잘 보면서도 전체적인 것은 제대로 못 본다는. 그러나 나는 고개를 내둘렀다. 혹시 내가 박물관의 안내원이었다면 나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고 유인원의 전시 인형으로 착각할 게 분명 했으니까 말이다.
혼자가 된 이후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집중할 때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건 내 자아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겪었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다른 의사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그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적마다 내 눈앞에는 팽팽한 빨랫줄에 걸린 누더기 옷들이 적나라하게 보였고 마른땅에 침을 뱉어놓은 것처럼 그저 한동안만 자국이 남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질병이었다. 질병은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참고 견뎌야만 하는 것이었다. 석류꽃이 뚝뚝 지고 추분이 지나갔다. 갑자기 혼자 컴컴한 관 속에 남겨진 듯한 두려움도 제법 견딜 만해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앉았어도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어둠에 눈이 익어 발 앞의 오래 된 라디오도 보이고 먼 곳의 등대 불빛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차츰 깨달아가고 있었다.
안경을 맞추는 것도 병원을 찾는 것도 그만두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망원경을 샀다.
연일 짙은 안개가 끼고 예년보다 일찍 산간지방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나는 퇴각하는 달팽이처럼 아주 느린 걸음으로 시내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다니곤 하였다. 안개 속에 산등성을 반쯤 감춘 채 엄장하게* 도심 한가운데 엎드려 있는 북한산 언저리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불쑥 지하도로 내려갔다. 조도가 낮은 탓인지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시계는 더 좁아들었다. 지하도 안에 자리˙를 깔고 앉아 신문과 외설잡지 따위를 팔고 있는 노파에게서 석간신문 한 부를 샀다. 잉크냄새가 풍기는 신문을 펼쳐보지도 않은 채 둘둘 말아 손에 쥐었다. 나는 손에 쥔 신문지를 지팡이 삼아 허공을 꾹꾹 내리찍으며 걸음을 옮겼다.
음반매장의 청음기에는 새로 출시된 음반들이 세 장씩 들어 있었다. 앞 사람이 가기를 기다렸다가 헤드폰을 귀에 걸었다. 음반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손 가는 대로 아무 번호나 눌렀다. 귓속으로 벼락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을 울리며 제목도 알 수 없는 이국의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등 뒤로는 음반을 고르는 낯선 사람들과 가슴에 명찰을 단 점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현악기 같은 느낌을 주는 기타 신시사이저의 소리가 고막을 뒤흔들고 있었다. 깊은 밤 외딴 섬에 앉아 무위한* 공상에 빠졌을 때처럼 나는 내가 혼잡한 매장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는 사실과 순간순간 표범의 무늬처럼 뚜렷하게 기습해오던 지나간 시간들을 모두 잊어가고 있었다. 악을 쓰는 듯한, 훅은 고통을 입 밖으로 분출해내는 듯한 괴성뿐 딱히 가사라고 할 수 없는 소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신문치를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서서히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문득 나는 눈을 떴다.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내 등 뒤로 세 명의 사람들이 청음기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바로 내 뒤에 서 있던 남자가 말없이 청음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청음기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고 음반은 멈춰있었다. 묵묵히 헤드폰을 내려놓고 줄에서 이탈해 나왔다.
음반매장을 지나 출구로 나가는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나침반과 섬유경·패철,* 그리고 쌍안경을 진열해놓은 쇼윈도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숙이고 서서 한참 쇼윈도 안을 들여다보았다. 해군들이 사용할 법한 긴 외눈 망원경과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둥근 나침반들, 그리고 녹색의 망원경.
점원이 다가왔다. 나는 손가락으로 녹색 망원경을 짚었다. 그것은 최대 125미터까지 볼 수 있으며 밤에도 사용할 수 있는 나이트 비전이었다. 외관이 탄성력 있는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탓인지 모델 넘버 Nikko 27 망원경은 손바닥 안에 찰싹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손끝으로 외관을 탁탁 튕겨보았다. 둔탁하긴 하지만 제법 경쾌한 소리가 났다. 미간에 맞춰 거리를 조정한 후 망원경을 들고 내가 방금 지나쳐 온 복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스낵바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모여 있는 서너 명의 여학생들과 배낭을 메고 이제 막 세종로 쪽 출구로 들어오는 사람, 신경질적으로 콧속을 후벼대며 이쪽 통로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40대의 남자, 그리고 방금 막 내가 내려놓고 온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 외국서척 코너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들고 있던 책을 재빨리 종이가방 안에 집어넣는 여자, 환하게 불 밝힌 수백 개의 샹들리에와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흰 먼지들. 그 모든 것들이 뚜렷한 원근감과 함께 만져질 듯 가깝게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어둠 속, 낯선 도시를 헤매다 가까스로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을 때처럼 가슴이 쿵쿵 뛰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얼른 망원경을 점원에게 건네주고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출구 쪽으로 걸음을 떼었다.
그다음 날 중국대사관 근처엘 갔다. 중국대사관 옆 골목에는 밀수한 중국제품을 파는 노점과 서너 개의 만물상들이 있다. 두 번째 들른 만물상의 쇼윈도에서 교보문고 매장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양의 녹색 망원경을 발견했다. 2만 원이나 싼 가격이었다. 케이스 안에 든 긴 줄을 꺼내 망원경에 매달았다. 그리고 망원경을 목에 건 채 명동 뒷골목을 오래 돌아다니다가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불도저의 엔진 소리와 굴착기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커다란 돌무더기와 모래를 실은 트럭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우체국 앞을 지나 공사장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트럭들이 무서운 속도로 차도를 질주할 때마다 뿌연 흙먼지들이 허공을 뒤덮고 그 옆 차선으로 시내버스들이 주춤거리며 고개 쪽으로 힘겹게 넘어갔다. 불도저와 굴착기의 소음이 집요해질수록 태풍에 쓸려나간 양 민둥산 한쪽은 급격히 무너져버리고 다음 날 출근해 보면 어느 새인가 골조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산이 무너진 자리에는 성냥갑을 빽빽이 세워놓은 것처럼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사 차선 도로는 확장공사를 하늠 중이었다. 얼마 후면 그 자리에 봄이면 철쭉과 개나리가 피고 짙은 녹색의 쑥더미들로 그득하던 산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내부공사가 시작되고 있는 산 앞쪽의 아파트들 옆으로는 담장에 금이 간 함석지붕*의 낮고 초라한 몇 채의 집들이 축대 위에 위태롭게 남아 있었다. 그 불안한 소음과 난폭한 트럭들 사이에서도 몇 채의 집에서는 자전거 뒤에 빈 도시락을 매달고 귀가하는 늙은 남자와 우체국 아래 시장에서 우엉과 배춧단을 사 들고 녹슨 대문을 여는 여자들이 망원경 렌즈에 잡혔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불도저에 앉아 운전하고 있는 사내의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나 얼마 전 아파트 주변 상가로 들어선 피아노 종합 전시장 안의 반짝거리는 검고 흰 건반들까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도록 연일 무겁고 탁한 안개가 머리 위까지 내려와 있었다. 이쪽 맞은편 건물들도 철거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체국은 또다시 자리를 옮기거나 아니면 아주 사라질 터였다. 국장의 자리는 오늘도 비어 있었다. 그 계집아이가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대문을 열고 나서는 것이 보였다. 나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체국은 3층짜리 교회건물의 1층에 위치해 있었다. 수요일과 금요일이면 예배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우체국 안까지 기도와 찬송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교회 사무국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소포가 든 무거운 상자 몇 개를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여직원을 도와 소포를 불투명테이프로 감싸고 끈을 묶어주고 집수를 했다. 계절이 바뀌면서 우편물과 소포가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철거를 앞두고 있는 오래된 동네의 우체국은 매양 지나치게 한가하고 적요로웠다. * 그사이에 아이는 소리도 없이 우체국 안으로 쓱 들어와 한쪽 구석에 놓인 나무의자에 가 앉았다. 금융창구 미스 정이 쯧쯧 혀를 찼다. 오늘도 그 애는 윗옷을 안과 밖이 뒤바뀐 것도 모른 채 입었고 신발도 짝을 바꿔 신고 있었다. 아이는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우체국 실내, 초록 잎이 무성한 소철 화분이나 시간이 멈춰버린 커다란 괘종시계 어디쯤을 무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몇 가지 단편적인 것밖에 없다. 그 애의 부모는 애가 서너 살일 무렵에 차례로 죽었다. 아이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얼마 전 아이의 할머니가 죽었다. 이틀에 한 번씩 우체국에 들러 폐지와 신문지 들을 모아 가던, 허리가 굽고 귓불까지 검버섯이 번져 있던 노파였다. 노파가 죽고 난 이후 아이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우체국에 와 빈자리에 앉았다가 돌아가곤 하였다. 죽은 할머니의 편지를 기다리면서. 그 애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저능아일 뿐이다. 아무도 그 애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목에 걸고 있는 망원경을 덜렁거리면서 아이의 옆으로 가 앉았다. 그 애는 고개를 외로* 돌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열네 살의 아이는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았다. 지금껏 조롱을 당하며 살아온 삶이 그 애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이의 더러운 뺨 위로 눈물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내가 우는 건, 하, 할머니 때문이 아니라, 나, 나 때문이에요. 아이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지만 의사표시는 정확히 할 줄 알았다. 가끔 그 애와 대화를 하고 있을 때면 나는 아이가 인식장애를 가진 저능아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한기가 느껴지는지 아이는 몸을 잔뜩 옹송그렸다.
여기도, 추, 춥긴, 마찬가지네요, 밖은, 너무, 추워요, 집안은 아주, 한겨울이에요, 얼음처럼 차가워요.
더듬거리는 말투로 호소하듯 아이가 입을 열었다.
잠을 자. 그러면 춥다는 것도 또 네가 혼자라는 것도 잊을 수 있어. 나는 짝이 바뀐 아이의 신발을 툭 차며 말했다. 뻘을 기고 있는 거북의 등을 건드린 것처럼 아이의 발이 금방 의자 뒤쪽으로 움츠러들었다.
할머니한테 편지는 오지 않을 거야. 아무것도 기다리지 마, 이 병신아.
“……”
아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나는 문득 망원경을 들어 클로즈업 사진을 찍듯 아이의 눈을 향해 가까이 들이댔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그 애는 피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거리로 초점을 맞추어보았으나 렌즈 속엔 희뿌연 빛만 가득했다. 너무 가까운 거리의 사람이나 사물은 망원경으로는 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망원경을 거꾸로 들어 렌즈를 아이 눈 쪽으로 향하게 해보았다. 볼록거울 같은 하나의 작은 구멍 속에 그토록 가까운 거리의 그 애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먼 거리에서 우두커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꾸로 든 망원경 렌즈를 아이의 눈에 꼭 갖다 붙여보았다. 얼룩덜룩한 검은 그늘이 있는 흰자위로 터진 몇 개의 실핏줄들과 그 밑으로 차츰 고이기 시작하는 눈물이 뿌옇게 확대되었다. 아이는 시선을 비키지 않은 채 망원경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것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돌연한 공포를 느끼며 거울을 들여다보는 내 모습을 마주했을 때처럼 낯설고 공소한* 느낌 이었다. 나는 자주 거울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에는 토요일과 일요일이 있고 거울 속에는 낡은 밥상과 오래된 라디오가 있다. 구리고 거울 속에는 때로 내가 없다. 나는 아이에게서 얼른 등을 돌렸다.
오늘은 어째 잭스가 오질 않네.
내 옆의 신 주임이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잭스는 지금 지하철을 타고 과천 쪽을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한 달 전부터 우체국 바로 아래 건물 사회복지관에서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캐나다에 있는 부모와 헤어진 애인에게 쓴 편지를 들고서 사흘에 한 번씩 우체국에 온다. 무성한 나무처럼 큰 키와 깎아놓은 듯 뚜렷하고 단정한 외모 때문에 직원들은 모두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틴계 특유의 검은 피부색. 그의 선이 뚜렷하고 두툼한 입술은 말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휘파람을 불기 위해서, 혹은 안으로 수줍게 말린 몇 장의 꽃잎을 공들여 한 장 한 장 들취내 그 안에 깊이 숨겨진 꽃술을 빨아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듯 섬세하고 탐욕스럽게 생겼다. 그가 다녀간 후면 여직원들은 까닭 없이 까르르 소리 내며 생경스럽고도 급작스런 웃음을 터뜨리곤 하였다.
나는 책상 서랍에서 몇 장의 편지들을 꺼냈다. 옆자리 신 주임이나 금융창구 직원은 서류를 정리하거나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무도 나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통장 정리기 옆에 있는 종이 분쇄기에 차례대로 편지를 밀어 넣었다. 잭스의 부모나 옛 애인에게 도착했어야 할 편지들이 국수 가닥처럼 가늘게 분쇄돼서 휴지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가늘고 킨 다리와 붉은 팥을 박아 넣은 것 같은 눈을 가진 홍학들이 떼를 지어 깃털을 흔들어대며 조련서의 손짓에 맞춰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잭스는 껑충하게 큰 키를 구부리며 홍학의 우리에 기대고 서서 좀체 움직일 줄 몰랐다. 이제 막 공작과 가슴도요새의 우리를 지나쳐 온 참이었다. 시간에 맞춰 온 것처럼 그때 홍학의 군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저것 좀 봐라, 아주 아름답지 않니? .
검은 얼굴 속에서 유난히 희게 번쩍거리는 눈으로 그가 나를 굽어보았다. 나는 얼굴을 슬쩍 외면했다.
아주 못생긴 새다. 화려한 날개를 가진 공작에 비하면.
나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 언젠가 케냐를 여행할 때 어느 호수 주변에서 홍학의 서식지를 본 적이 있다. 저렇게 땅 위에서는 뒤뚱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홍학들이 수면을 탁 차고 하늘로 오르는 순간에는 정말 기막히도록 우아한 자태로 변한다. 큰 천둥소리를 니I면서 수천 마리의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봐라. 분홍빛 구름이 연상되지 않니?
그는 내가 그의 언어를 알아듣기 쉽도록 느린 속도로 말하고는 우리 안에 갇혀 춤을 추고 있는 홍학들이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을 기대하는 듯 먼 곳을 향해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내 망원경의 렌즈 속에는 홍학들의 잘린 듯한 뭉툭한 꼬리와 부러진 발가락들, 진흙이 묻은 더러운 깃털이 들어왔다. 그리고 야생의 어느 호숫가에서 홍학을 잡기 위해 물 속으로까지 뛰어드는 배고폰 하이에나의 그림자도.
분홍빛 구름이라고? 너 그건 모르는구나. 홍학의 저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서 동물원에서는 일부러 당근을 갈아 먹 이거나 카로틴제를 사료에 섞어주기도 한다는 것 말이다.
너는……
그는 잠깐 말을 끊었다.
그런 것만 보지 말고, 그냥 저 아름다운 깃털과 가늘고 긴 다리만 볼 수는 없는 거니?
만약 잭스와 내가 이른 아침에 만나 등산이란 걸 하게 된다면 나는 부족한 잠에 대해, 벌레들에 대해, 위엄을 잃은 산 곳곳의 쓰레기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아마도 그는 청명한 대기와 그 틈 사이로 위안처럼 내뻗기 시작하는 아침 햇살과 숨은 듯 피어 있는 원추리의 노란색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잭스의 그런 성향은 때로 검은 피부색을 감추기 위한 교묘하고 의도적인 위선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는 대꾸도 없이 낙엽이 떨어져 있는 빈 벤치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자리에 앉다 말고 순간적우로 두 눈을 감싸 쥐고 말았다. 깨진 거울조각을 들고 내 얼굴을 향해 이리저리 비춰대는 것처럼 눈앞으로 차갑고 흰빛이 빠르게 스쳐갔다. 동공이 벌어진 캄캄한 눈으로 사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거울을 든 아이들이나 유리창 같은 것, 빛을 쏘아 올릴 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몇몇의 관중들이 과자 부스러기와 귤 등속을 우리 안에 던져 넣고 있을 따름이었다. 홍학들은 끽끽거리며 우리 안쪽으로 말을 굴렀다.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나는 목에 걸린 망원경을 만지작거리며 읊조렸다.
잠시 더 홍학의 군무를 지켜보고 있던 잭스가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빼 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에게서 진한 향수냄새가 풍겼다. 그러나 어떤 향수로도 그의 몸에 밴 노린내는 사라지지 않는다. 힘이 느껴지는 단단한 팔뚝우로 그가 나의 한쪽 어깨를 감싸 쥐었다. 나는 조금 더 옆으로 비켜나 앉았다. 내년 봄이면 그는 그의 나라로 떠난다. 그리고 인디아로 긴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곳에 그의 조상들이 살았다고 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지구 반대편에 작은 나라가 있었어. 그곳은 온통 캄캄한 어둠뿐이었지. 왜냐하면 해와 달이 한 번도 비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왕이 다섯 명의 용감한 기사들에게 말했다. 빛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왕의 딸들과 결혼을 시키겠다고 말이다. 기사들은 길을 떠났다. 큰 산을 몇 개나 넘었다. 어느 날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는 산꼭대기에서 거인이 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산 위에는 붉은 태양이 온갖 나무와 새들 위에 놓여 있었다. 거인은 기사들에게 말했다. 나는 집시의 조상인 튀발카인이다, 이 태양은 나의 주인이다, 라고. 기사들은 거인에게 빛 한 점 없는 자신들의 나라에 관해 이야기했다. 기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거인은 해에게 부탁했다. 해는 기사들과 함께 그 어두운 나라로 갔다. 기사들은 공주들과 결혼을 했다. 그 나라에는 이제 하루 종일 해가 들고 어둠은 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해를 보낸 후 오랫동안 빛 없이 지내게 된 튀발카인의 후예들은 해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해가 비추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그때부터 집시들은 세상을 떠돌게 된 거다. 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말이야.
그가 붉게 이글거리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마치 겨냥을 보고* 있었던 듯 태연히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뿌연 운무와 스모그로 뒤덮인 잿빛 구름들 뒤에서 토요일 오후의 태양은 터진 달걀처럼 흐릿하고 불투명하게, 태고의 찬연한 빛과 우주를 단숨에 태워버릴 듯한 내밀한 열정을 숨긴 채 희미하고 사소한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새벽 세 시에 나는 홀연히 잠에서 깨어났다. 방 안은 검은 잉크를 흩뿌려놓은 듯 어두웠다. 가을 내내 혼절하듯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아침이면 입가에 허옇게 침 자국이 남아 있었고 잠들기 전 두통약 한 알을 네 조각으로 쪼개 먹어도 늘 머리가 아팠다. 잠에서 깨어난 건 두통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무릎을 꿇고 앉아 어둠의 심부(深部)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꿈 한 번 꾸지 않고 내리 이틀을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깨어났을 때처럼 머릿속은 명징했고 두통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차차 어둠에 눈이 익을 무렵 나는 무엇에 이끌린 듯 책상 위에 놓인 망원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은 한 마리 전갈처럼 팽팽히 꼬리를 치켜든 채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나이트 비전의 툴은 렌즈 속에 의혹을 가득 품고 있는 나의 눈동자가 그대로 비춰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제야 잠을 깨운 것은 두통이 아니라 한밤의 망원경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눔 부스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홉 시 뉴스를 기다리는 동안 망원경을 들고 옥상으로 나가곤 하였다. 저녁 무렵의 희미한 어둠 속에서 옥상 한구석에 몸을 숨기고 앉아 먼 곳의 불)켜진 아파트의 커다란 창들과 커튼이 젖혀진 저쪽 누군가의 옥탑방과 긴 능선의 우면산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망원경 렌즈에 눈을 붙이고 앉아 있었다. 차도를 질주하는 버스와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 옥상에 널어놓고 말리던 무청과 흐박을 걷어내기 위해 올라온 이웃집 여자의 기미 핀 얼굴까지 모두 다 망원경 안으로 들어왔다. 그 모든 것들
이 안경을 새로 맞춰 쓰거나 확대경을 들이댄 것보다 가깝고 선명하게 보였다. 거리의 아이들은 날마다 조금씩 더 자라고 어쩌면 나는 늘 새로운 것을 보게 될지도 몰랐다. 시간이 가는 것도 잊은 채 옥상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방으로 내려오면 눈 주위에 둥그렇게 두 개의 자국이 팬 얼굴의 내가 물끄러미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입동이 지나고 첫추위가 시작되면서부터 사람들은 하나둘 창문을 닫고 짙은 색의 커튼을 치기 시작했다.
나는 흰 천을 몸에 두르고 옥상으로 나갔다. 차갑고 선득한* 기운이 목 언저리로 훅 끼쳐왔다. 습한 안개와 금방이라도 폭우를 쏟아낼 듯한 검은 구름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그 하늘 뒤로 숨어 있는 하현의 날렵한 달과 수억 년 전 소용돌이치는 운석을 치고 지나갔을 몇 개의 별들은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이지러진 한쪽 달의 분화구와 아주 먼 곳에서 태양보다 밝게 빛나고 있을 별빛들을 훔쳐보고 싶은 열망으로 맞바람을 받으며 홀로 서 있었다. 눈앞으로는 가깝고도 먼 어둠이 꽉 차 있을 따름이었다.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긴 한숨을 내쉬며 닫힌 창들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렌즈의 초점을 맞추었다. 렌즈 속으로 한 사내의 모습이 들어온 것은 추위와 열리지 않는 새벽의 수많은 견고한 창들에 지쳐 그만 방으로 내려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나는 옥상 한쪽에 놓여 있는 물탱크의 그늘 속으로 기민하게* 몸을 숨겼다. 그러고는 뒤늦게 목표물을 발견해낸 집요한 사냥꾼처럼 망원경의 거리와 초점을 그 사내를 향해 새로 맞추었다. 그는 내가 서 있는 이곳 어디쯤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들고 있던 망원경에서 눈을 떼어냈다. 순간적으로 동공이 확대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역시 사내는 나처럼 망원경을 들고 서서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처럼 무연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새벽 세 시가 넘은 시간에 저 먼 곳의 그와 나는 서로 망원경 속에 눈을 숨긴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비켰다. 그러자 내 눈앞으로, 망원경의 렌즈 속으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저쪽의 옥상에서도. 더 먼 곳의 지붕 위로도 검은 형체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것이 새로 보였다. 다섯 명, 일곱 명, 다시 열한 명, 아니 스무 명…… 숫자는 점점 더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화려한 옷을 벗은 홀씨처럼 가볍게, 초원을 높이 뛰어오르는 붉은 캥거루처럼 민첩하게 옥상이나 지붕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모두 망원경 하나씩을 목에 건 채 은밀하고도 비밀을 숨긴 토시의 새벽으로. 나는 탄식하듯 숨을 몰아쉬었다. ……미확인 물제를 바라보는 양 눈에서 망원경을 떼지 않은 채 물탱크의 그늘 속을 벗어나 옆결음을 치며 옥상 한가운데로 나갔다. 돌연 저쪽의 누굽가 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것이 그들 사이의 무슨 신호나 암호 같은 것이었을까, 다른 누군가 손을 들고 또 다른 누군가가 손을 치켜 올렸다. 약속이나 한 듯 검은 형체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온몸이 불시에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얼른 마음을 다잡고 망원경을 들지 않은 한쪽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누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시늉을 하거나 입을 벌리고 히죽히죽 웃는 것도 같았다. 그들 중 누구도 망원경에서 눈을 떼는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옥상과 지붕·물탱크 위로 망원경을 든 검은 형체들이 어른거렸고 엄혹한 추위 속에서 그들이 내뿜는 흰 입김과 그들이 방향을 바꿀 적마다 날카롭고 가는 흰빛이 허공을 휙획 갈랐다. 나는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는 유성
우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한 필사적인 몸짓으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축제, 아니 밀교에 빠진 그 검은 형체들을 나의 렌즈 속으로 불러들이려 애썼다. 무겁고 흐린 하늘은 한꺼번에 수천 개의 별똥이 쏟아지듯 온통 방향을 바꾸는 망원경의 렌즈 불빛으로 가득해졌다.
수없이 많은 별들이 쫓기듯이 동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금빛 수건으로 머리를 치장하고 목과 귀에 요란한 장신구들을 매달고 울긋불긋한 겹겹의 옷을 껴입은 채 몇 개의 어두운 길모퉁이와 늪을 숨긴 긴 강과 사막을 지나 먼 길을 떠나고 있었다. 해와 달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떠나는 집시처럼, 해가 지는 방향으로 생의 긴 여행을 계속하는 집시처럼. 나는 아주 긴 꿈을 꾸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두 시에 집을 나섰다.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은 여간해서는 망원경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베란다로 이불이며 나프탈렌 냄새가 밴 겨울옷들을 건조시키거나 꽃이 진 화분에 물을 주고는 했다. 옥상에 나가 있으면 저쪽 먼 곳에 있는 사람들과 눈이 부딪치고 방심한 순간에 나보다 먼저 그들이 망원경을 든 나를 발견하기 일쑤였다. 어느 날인가는 무심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사위를 둘러보다가 대각선으로 마주보이는 커다란 방의 창 안에서 내 쪽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이쪽까지 욕설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날 이후 한낮에는 옥상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은 서둘러 찾아왔고 그때마다 스르르 일어나 방을 나갔다. 밝은 곳에서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인근의 몇 집에 연달아 좀도둑이 든 이후부터 순찰차가 골목을 순시했고 나는 유독 순찰차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골목을 자주 지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 방의 작은 창으로는 한정된 각도의 풍경만 볼 수 있을 따름이었다.
순환선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도심을 한 바퀴 돌았다. 그래도 여전히 어둠이 찾아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목에 건 망원경의 렌즈뚜껑은 꼭 닫아두었다. 복구된 당산철교를 지날 때 나는 저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부여쥐었다. 다리를 지나는 동안 발밑이 푹푹 꺼지는 느낌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동대문운동장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광화문에서 내렸다.
흐린 하늘은 키를 낮춘 채 머리 위까지 내려와 있었지만 빗방울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세종문화회관 옆 골목을 지나 후지우동집으로 들어갔다. 분을 하얗게 바르고 윤곽을 뚜렷하게 세운 배우들 몇이 바를 차지하고 앉아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빠르게 음식을 비우고 있었다. 나는 거리 쪽으로 냔 2인용 작은 테이블에 가 앉았다. 주문한 유부초밥과 우동 한 그릇을 기다리는 동안 부러 창 쪽을 외면하며 테이블만 쳐다보고 있었다.
가방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간장 종지에 겨자를 막 풀어 넣고 있을 때였다. 얼른 가슴께를 내려다보았다. 목에 걸린 망원경은 탁자 위에 불안한 각도로 비스듬히 겉쳐져 있었다. 우동 국물과 유부초밥 한 접시를 천천히 다 비웠다. 주머니 속에는 만 원권 한 장과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다. 태연히 음식값을 지불하고 우동집을 나왔다. 우동집 문밖에서 내가 앉아 식사를 했던 자리를 들여다보았으나 테이블 밑에는 구겨진 냅킨 몇 장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택시를 타고 성동구로 갔다. 광화문역에서 내릴 때 지하철 선반 위에 올려둔 가방을 잊었던 것이다. 택시기사는 성동구 보건소 4층 건물 앞에 나를 내려놓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도심의 저쪽으로 사라졌다. 주머니 속에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동전 몇 개가 남아 있었다. 나는 성동구 보건소 4층, 서울경찰청 유실물 관리센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은 서울에서 분실된 모든 물건이 모이는 곳이다. 분실된 가방이나 신분증·서류봉투·현금 같은 것들을 습득한 사람들이 가끔 우체국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다. 우체국으로 온 분실물건들은 중앙우체국을 통해서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된다. 한쪽 올이 풀리기 시작한 낡은 천가방에는 몇만 원이 든 지갑과 방 열쇠가 들어 있을 뿐, 시간을 다투는 서류나 계약서 같은 귀중한 것들이 들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빨려들어 가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망원경을·목에 건 나는 촛불 하나를 들고 5백여 년 만에 발견된 납골당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럴 만큼 복도는 어둡고 습습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복도를 걷다가 흠칫 뒤를 돌아다봤다. 예의 그 눈을 찌르는 듯한 차갑고 흰빛이 지나갔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내 등 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어둡고 시력이 나쁜 나의 눈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들이 이곳까지 나를 따라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분실 신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제복을 입은 직원의 등 너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서류가 접수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망원경을 들고 의자에 가 앉았다. 초점을 맞춘 망원경 안으로 누군가 잃어버린 지갑이며 가방, 휴대폰, 옷, 시계, 붓글씨가 담긴 액자, 카메라, 각종 귀금속 같은 것들이 4층 철제 선반에 그득한 것이 보였다. 그리고 도저히 잃어버릴 수 없을 것만 같은 안경이나 틀니까지도. 아니다. 나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유실물들은 1년 14일 뒤에 습득자에게 돌아간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거리, 혹은 차 안에 놓고 잃어버린 물건들이 광휘*를 잃은 죽은 짐승의 가죽들처럼 잔뜩 쌓여 있었다. 그사이에서 나는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찾기 위해 그토록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 까맣게 잊은 채 딱딱한 의자에 다리를 접고 앉아 의혹에 찬 두 눈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잭스는 밝은 5층 건물의 옥상에 지어놓은 가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1년 동안 지내기 위해 가져온 가벼운 짐들과 중고 텔레비전, 그리고 다리가 접히는 상 하나가 전부인 작은 방이었다. 1년 후면 그 짐들을 다 정리하고 이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겨우 익혔던 관습과 익숙했던 장소에 관한 기억을 모두 잊고 다시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날 것이다. 그는 내가 이 도시에서 30여 년이 가깝도록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산 중턱을 가르고 올라선 남산타워와 하얏트호텔, 그리고 다른 곳들과 경계를 짓듯 이태원 쪽으로 둥글게 향한 도로의 가로등 불빛이 길 잃은 자의 표적이나 되는 것처럼 환하게 번져 있었다. 마당도 테라스도 없는 5층 건물의 비좁은 방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건너온 타국인들이 빼곡히 들어 있을 터였다. 등 뒤에서 그가 텔레비전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방 안은 고요하고 긴 정적 속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혹시 너도 깊은 밤이면 홀로 망원경을 들고 옥상으로 나가지는 않니? 너의 방은 내가 무수히 봐왔던 그들의 방과 너무 닮아 있다. 문을 꼭 닫고 자라. 캄캄한 저쪽에서 누군가 너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는, 거짓말쟁이다.
딱딱한 표정을 한 잭스가 성큼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거친 손놀림으로 내 목에 걸린 망원경을 벗겨냈다. 나는 꽃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먹이가 나타날 순간을 기다리는 독거미처럼 망원경을 낚아채기 위해 사지를 펼치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가 간단히 내 손을 뿌리치고는 내 어깨를 밀치며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끌고 갔다.
자, 한번 너를 자세히 봐라.
거울 속에는 침침한 눈을 자꾸만 깜박거리고 있는 내 검은 눈동자와 내 어깨에 하얀 손톱을 세우고 비스듬히 선 그의 모습만 보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와 내 어깨 사이로 선을 긋듯 가늘고 뾰족한 남산타워가 우뚝 솟아 있었다. 나는 투정을 부리듯 어깨를 외틀었다. 땀이 차오르는 그의 손이 단호하게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너는 마치 한쪽 방향을 아주 잃어버린 사람 같다. 네 입술은 왼쪽만 칠해져 있고 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접시의 한쪽밖에는 먹지 않는다. 그러고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한다. 자, 이렇게 한번 몸을 돌려봐. 양쪽을 다 볼 수 없다면 차라리 네가 볼 수 있는 한쪽 방향으로 계속해서 몸을 돌려보는 거다. 그러면 네가 놓쳤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될 거다. 쉽게 생각해. 식사를 하고서도 만약 배가 고프다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봐. 그땐 네 접시 왼쪽에 남은 음식들이 눈에 보일 거다.
잭스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왔다. 그가 내 팔을 붙잡고는 왼쪽으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벽이 돌고 옷걸이가 돌고 천장이 돌고 거울이 돌고 입술을 비틀며 돌연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얼굴이 날아올랐다. 택시 안에서부터 입술을 깨물며 참아냈던 어지럼증과 구토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잭스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며 방바닥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성성했던 네온이 하나불씩 점멸해가고 있었다. 내 발치에 쪼그리고 앉은 잭스는 길을 잃고 여러 날 동안 혼자 어두운 숲속을 헤매다 홀연히 바위들에 뿌리 내린 겹겹의 풀꽃을 만난 사람처럼 나의 몸을 가만가만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은 내 몸에서 싱그러운 향기가 나기를 기다리는 듯 조심스럽고도 안타까웠다. 나는 조용히 소스라치며 상아같이 솟은 구의 몸이 쑥 밀고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방 한구석에 떨어져 있는 망원경이 까만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네가 내 편지를 부치지 않고 있다는 걸 안다.
숨을 몰아쉬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오랜 연무* 끝에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줄곧 비가 내리는 쪽으로 귀를 열어두고 있었다. 옥상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텔레비전을 켜놓고 잠든 창의 푸른 불빛과 비구름 뒤에서 만월로 차오르고 있는 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느 새벽녘인가는 누군가 옥상을 쿵쿵 뛰어다니고 있는 듯한 걸음 소리가 들려 잠깐 잠에서 깨나기도 했다. 그건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라 떼를 이루어 진군하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창을 스치는 흰빛들. 그러나 나는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고 불도 켜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는 깊은 새벽에도 이웃한 집들의 옥상을 뛰어다니는 그들의 움직임은 아침녘에야 겨우 멈추곤 했다. 어쩌면 그것은 내 작은 창에 빗금을 그으며 떨어지던 빗줄기였을까. 책상 위에 올려놓은 망원경은 가끔씩 푸득거릴 뿐 그 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불을 삼킨 듯 목 안이 뜨겁게 부어오르고 이마가 달아올랐다. 몸을 덜덜 떨어대며 약국에 가서 사흘 분량의 약을 지었다. 그 사흘 동안 결근한다는 연락도 하지 못한 채 식은땀을 흘리며 내도록 않았다. 길모퉁이를 돌 적마다 가슴이 떨어져 내리던 어두운 밤의 골목들과 이따금씩 걸음을 멈추게 하는 돌연한 빛줄기와 자칫 방심할 적마다 달려들던 기억들이 내 꿈속으로 들어왔다 나가곤 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기억 하지 못했다.
비가 그친 오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을 열었다. 비가 내린 후의 차갑고 투명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세탁소에 가서 지난겨울에 맡긴 외투와 목도리를 찾아왔다. 비닐 커버를 벗기고 빨랫줄에 널어두었다. 계절이 지난 옷들을 서랍장에 정 리하고 창의 커튼을 겨울용으로 바꿔 결었다. 이제 길고 혹독하게 찬 겨울이 시작될 터였다.
우체국의 철거날짜가 결정 되었다. 우체국이 있던 자리에 도로가 확장되고 주변의 재래시장과 낡은 건물들이 있던 자리에는 대규모의 아파트와 쇼핑 센터가 시공될 거라고 했다. 이미 사거리 쪽에서는 지하도 공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체국은 옆 관할구역으로 편입될 거라고 했지만 내가 결근한 사이에 소장이 퇴직 했고 우편창구 여직원 한 명도 퇴사를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국장의 자리는 오늘도 비어 있었다. 모두들 말을 아꼈고 그 침묵 사이로 가끔씩 소포를 부치러 오는 사람과 국민컴퓨터 신청서를 가지러 오는 사람들만 드나들 뿐이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겨자색 유니폼우로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예배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봉고차를 타고 또 어디론가 떠나고 그 앞쪽으로 새로 한 대의 포클레인이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축대 위에 남아 있던 집들 중 몇 채의 담장이 헐렸고 대문도 없는 집의 낮은 마루턱에 걸레가 뭉쳐져 있었다. 겨울비가 내리던 사흘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산을 깎아내리고 있는 중장비기계들의 소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흙더미 사이에서 먼지가 피어오르고 채 자라지 못한 나무들이 기우뚱거리며 스러졌다. 산은 이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있었다. 이제 정말 누구도 그 자리에 산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산속에서 정연한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왔을 수없이 많은 초록의 생명체들도. 그러나 어쩌면 문득 아파트가 들어선 곳들마다 혹은 베란다와 마루 들 사이로 봄이면 초록색 비듬나물이나 엉겅퀴 같은 것들이 보도블록을 밀쳐내고 올라오는 나무의 뿌리처럼 솟아날지도 몰랐다. 그때 사람들은 사라져버린 민둥산과 그 앞의 밝은 집들과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고 있던 길고 오랜 기억에 관해 이야기 할지도 몰랐다.
대문이 뜯겨나간 집에서 그 계집아이가 되똑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잎 끝이 누렇게 변색되고 있는 소철과 관음죽에 물을 주고 건전지를 찾아 벽시계에 끼워 넣었다. 가늘고 긴 시곗바늘이 삐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금융창구 신 주임이 내 어깨를 툭 치며 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새 점심시간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신 주임이 나가자 실내는 텅 비었다. 열린 문틈으로 찬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책상 서랍을 열어보았다. 손때가 묻었을 풀이며 가위, 서너 개의 볼펜들 같은 소소한 사무용품들과 두통약, 액상 구강 청강제, 그리고 한 개의 적금통장. 나는 이웃 관할의 우체국으로 발령받을 수도 있고 또 우편창구 직원처럼 퇴직을 신청할 수도 있다. 우체국을 비롯한 이쪽 거리의 철거날짜는 얼마 남지 많았다 적금통장만 빼고 가만히 책상 서랍을 닫았다. 티슈를 뽑아 책상 위의 먼지를 꼼꼼히 닦았다.
머플러를 친친 동여맨 아이가 우체국 문을 밀고 들어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다가오다 말고 주춤거리며 문 앞에 그대로 섰다. 차도를 지나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아이의 뺨은 붉게 얼어 있었다. 의자를 밀어 넣고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오면 안 돼.
나는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 그러나 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다시 한 번 거푸 이야기했다. 입술을 비죽거리며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얼른 아이의 손을 붙잡고 우체국 밖으로 나갔다. 차고 건조한 바람이 목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유니폼만 입은 홑차림으로 힘없이 끌려오는 아이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걸어갔다.
아, 할머니한테서, 편지가, 편지가 올 거예요.
아이가 손을 잡아 빼며 애원하듯 말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길 위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요란한 기계음과 그 소음 속에서 산과 오래된 집들이 묵묵히 무너져가고 있을 터였다. 걸음을 재촉했다. 아이는 발을 질질 끌며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가 뒤에서 무슨 말인가 더 하고 있었지만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퍼뜩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 어디 선가 다시 그 흰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우체국 쪽으로 뒷걸음질치던 아이가 눈이 부신 듯 손바닥으로 눈두덩을 가렸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놀라지 않았다. 되레 그 빛을 좇아 결연히 시선을 돌렸다.
새털구름들을 휘장처럼 거느린 붉은 해가 저쪽 하늘에 둥그렇게 떠 있었다. 마침내 해를 발견한 기사에게처럼, 생애 처음 해를 보았을 그 순간처럼 내 몸으로 수없이 많은 빛이 한꺼번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목에 걸고 있던 망원경을 들어 목표물을 겨냥해 시위를 당기듯 신중하고 침착하게 소나기처럼 빛을 퍼붓고 있는 태양을 향해 초점을 맞추었다. 어느 한순간 눈앞으로 흰 빛무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눈동자를 태워버릴 것만 같은 굉장한 광력이었다. 나는 부신 눈을 한 번 홈쳐내고 다시 망원경을 들었다. 동자가 확대되면서 눈앞이 아뜩해졌다. 꽃잎이 처음 열릴 때의 그 처연한 붉은빛, 그것은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수억만 광년이나 떨어진 요원한 곳에서 전해져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보다 8백만 배나 밝은 태양의 빛이었다. 겹겹의 띠를 두른 그 빛 속에서 새들이 날아다니고 구름과 별들이 떠 있고 사람들은 집을 짓고 날마다 그 속을 횡단하고, 그 천지를 지나 태양과 별에서부터 오는 빛으로 세상은 온통 반짝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고개를 돌렸다. 눈앞은 캄캄했다. 망막에 맺혀 있는 흰빛을 문질러대며 눈을 크게 떠보았다. 내 손을 잡아끈 아이가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봤다. 녹색 불이 들어와 있었다. 사람들이 어깨를 밀치며 횡단보도로 걸음을 떼고 있었다. 나는 아주 낯선 얼굴로 그 애를 맞바라보다가 가만히 손을 놓았다. 그리고 들고 있던 망원경을 아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 애가 의구심과 떨림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와 망원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쩌면 네 할머니를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뒤돌아보지 말고 얼른 가렴. 나는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녹색 불이 깜박거리고 있는 횡단보도로 아이의 등을 떠밀었다. 멈칫거리던 아이가 혼자 길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나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 벌거숭이 아이들처럼 그 흰빛이 나를 빗나가지 않도록, 나를 지나치지 않도록 산란하는 빛의 파동에 오래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문학과사회』 49호(2000년 봄); 『나의 자줏빛 소파』 (문학과지성사 2000)
조경란(趙京蘭)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불란서 안경원」 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튀,
세상과 단절되고 고립되어 소통 불가능한 상황에 있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묘사해왔다.
소설집 『불란서 안경원』 『나의 자줏빛 소파』 『코끼리를 찾아서』 『국자 이야기』 , 장편소설 『식빵 굽는 시간』 『가족의 기원』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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