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글밭] 04월 26일(수) '강릉, 아슬라의 땅'
강릉의 옛 이름은 하슬라 외에도 아슬라, 하서량 등으로 알려져 있읍니다.
기록을 따져 보면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하서량’ ‘하슬라’로,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아슬라’로 기록이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 졌읍니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이사부’로 하여금 울릉도를 토벌케 하는 대목에 이릅니다.
‘아슬라에서 순풍으로 이틀 걸리는 거리에 울릉도가 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읍니다.
따라서 어떤 님들은 고구려에서는 ‘하슬라’로, 신라에서는 ‘아슬라’로 썼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어느덧 일반적으로 ‘하슬라’로 굳어진 상태이며
‘큰 바다’ 또는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氣運)’ 등을 뜻한다고 덧붙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의 뿌리를 살펴 보면 강릉의 이름이 ‘하슬라‘로 굳어질 즈음인 오늘에 있어
하루빨리 사실과 진실에 보다 가까운 이름으로 제 자리를 잡는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여기서 잠시 말과 글의 관계와 그 발전 과정을 살펴 봅니다.
인류의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말이 먼저 생겼을 테이고, 글은 나중에 만들어 진 점입니다.
그러니까 말을 나타내는 글은 썩 후에 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 것일 테지요.
따라서 땅 이름도 처음에는 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후에 글자가 만들어져 글로 쓰여 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로 부른 강릉의 옛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대개의 경우, 이름은 모양새나 빛깔, 상태 등의 특별한 성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삼게 됩니다.
이름을 비롯해서 우리말의 뿌리를 살펴 보면 이와 같이 뜻을 담고 있이 경우가 많습니다.
그 옛날, 글이 없을 때 이 강릉 땅을 어떻게 불렀을까요?
아스라하게 먼 곳에 있는 이 땅은 아스라한 지평선을 지닌 바다를 끼고 있읍니다.
그러니까 그 아스라한 지평선 너머로 늘 아침 해가 떠오르는 땅이지요.
그렇습니다.
아스라한 지평선에서 늘 아침 해가 뜨는 땅이 그 이름값의 중심 뜻으로 자리를 잡았을 테지요.
그렇다면 아침 해를 뜻하는, 무척 좋은 ‘아사’에 그 뿌리를 두는 것이 좋을 듯이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이 ‘아스라’ ‘아사’에서 한자 문화가 들어오면서 ‘아슬’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햇살과 같은 거문고 줄을 드러내는 슬(瑟)을 빌려 온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의 말글살이는 늘 소리값과 뜻을 하나로 묶었던 흔적을 보여 주니까요.
그래서 ‘아스라’, ‘아슬라’로 그 이름이 굳어진 것일 테지요.
이처럼 우리글은 소리값을 지니고 있는 소리글인 것은 물론 뜻글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박그네 참사로 빚어진 대선판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낳아준 강릉의 옛 이름에 몰두해 봅니다.
정치는 물론 우리의 말글살이도, 우리의 일상도 제 자리를 잡았으면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4월의 끝을 향해 치달리는 수요일 새벽을 이렇게 벗겨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