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실사용기] 아이오닉으로 하루 500km 운행하기

[딱따구리]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한 번 충전으로 191km 정도 달릴 수 있습니다. 이보다 장거리를 가려면 충전 계획이 필요하죠.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 하루 500km 달린 이야기와 함께, 제가 익힌 충전팁을 공개하겠습니다. 
글 I 김도완, 에디터 I 고석연 기자

저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오너입니다. 도심 운행이 많은 제 주변 전기차 오너들보다는 장거리 운행이 많은 편입니다. 벌써 이차로 부산에서 서울을 10번이나 왕복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구간을 다닐 땐 충전 계획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장거리 운행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해 말쯤이었습니다. 포항과 대구에서 같은날 결혼식이 잡혔습니다. 12시 포항을 거쳐 2시까지 대구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아참, 제가 살고 있는 곳부터 이야기 해야겠군요. 저는 부산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팍팍한 일정탓에 아침 9시쯤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태풍의 북상으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딛혔습니다.

악천후로 시속 80km를 넘지 않게 달렸습니다. 전기차에 달린 연비형 타이어는 빗길에도 제동이 불리합니다. 일단 가볍게 포항에 도착했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동안 충전을 위해 주변을 검색했습니다. 그러나 경상북도 포항은 예상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마저 관공서나 한국전력,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포스코 ICT의 충전기가 있었습니다.

GO

기본중에 기본. 고속도로 진입 전 충전을 해두자.

계획을 바꿔 휴식도 취할겸 고속도로 휴게소를 충전 장소로 에서 좀 쉬면서 충전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1시간가량을 휴게소에서 머물게 되었지요. 포항서 대구로 향하는 길. 영천 휴게소로 충전 장소를 정했습니다. 예상대로라면 휴게소에 도착해도 주행 가능거리가 30km 정도는 남습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오르자 역풍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습니다. 주행 가능거리가 급속도로 줄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미 고속도로에 진입한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할 영천 휴게소에 도착해 충전하는 방법 외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반드시 영천 휴게소에 도달해야만 합니다.

고속도로에서는 휴게소 두 개 거리는 갈 수 있을만큼 계산

다행히도 영천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남은 주행 가능거리는 13km. 충전 경고등도 켜진 상태입니다. 안도의 한숨도 잠깐. 아뿔사. 충전기에는 코나 일렉트릭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도착하기 전 3분 전에 충전을 시작했죠. 환경부 충전기는 40분까지 급속 충전을 할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일부 사용자가 연속해서 사용을 하려다가 오너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저는 다행이 40분 후 충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략 20분쯤 충전하고 대구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영천에서 대구로 가는 길은 다행히 내리막 길 입니다. 내리막에서는 회생 제동을 사용해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때는 주로 회생 제동을 '0'에 두고 탄력 주행을 시도합니다. 급박한 위험 상황을 빼곤 회생 제동 기능을 활용해 속도를 줄여줍니다. 대구 결혼식장에 도착하고도 40km를 더 달릴 수 있는 배터리 수준이었습니다.

마지막 휴게소에서 충전하면 빙빙 돌지 않는다

다시 부산집으로 가려면 충전을 해야 합니다. 결혼식장에서는 조금 먼 급속 충전소를 찾아 해결했습니다. 전기차를 타면 아직까지는 불편한 부분입니다. 시내 충전소가 여의치 않을 땐 마지막 휴게소에서 충전하고 고속도로를 벗어나는게 좋습니다. 저도 그렇게 했다면 다시 시내를 돌며 충전소를 찾는 불편함을 덜었을 겁니다. 그래도 대구는 제주 다음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편입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처럼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전기차로 빠듯한 장거리 일정은 쉽지 않습니다. 충전소를 계속 확인해야 하며 있다 한들 곧바로 내 차례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주행 환경에 따라 주행 가능거리도 변동이 심합니다. 촉박한 일정이나 긴급 상황이 자주 벌어지지 않는다면 전기차는 분명, 매력있는 수단입니다. 자주 다니는 동선이라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면 말이죠. 이 부분도 충전 인프라가 추가되면 해결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저의 충전 노하우를 발휘하면 부산에서 서울을 가는 데는 5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충전 시간으로 일반 차보다는 1시간가량 더 필요합니다. 그래도 비용은 25% 수준.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충전에 대한 불편함은 여전히 시행착오로 남았습니다. 충전소 뿐만 아니라 충전기수를 미리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니 잊지 말고 챙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