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무 채종국 시를 쓰는 나무가 있다 연과 연 사이 가지를 펼치고 행과 행 사이 잎새를 드리웠다 생각 한 줄을 위해 생살 같은 잎을 버리기도 한다 몸통 사이 부름켜를 열어 계절을 열고 꽃을 피운다 뿌리 깊은 생각과 초록이 열린 수런대는 말을 가지에 매달았다 잎에 새겨진 문장엔 강이 흐른다 실핏줄 같은 문장 사이를 두근대며 속살거리는 여린 생명의 이야기가 파란 하늘로 흘러 바다에 이르는, 반짝이는 노래를 찾아 아름드리 대지를 펼치고 별빛 한 페이지와 달빛 한 줄을 몸에 새긴 들판의 생각 한 잎이 푸른 허공에 시를 쓰고 있다 ----애지 가을호에서
국가에 있어서 법률은 아주 소중하고, 법률은 법치국가의 근본토대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러나, 법률보다 더 소중한 것은 대통령이고, 대통령보다 더 소중한 것은 국민이라고 할 수가 있다. 법률은 인간이 만든 저작물이고, 따라서 법률로서 시시때때로 변하고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행동을 다 통제하고 다스릴 수는 없다. 대통령은 인간의 마음과 국민들의 행동양식을 꿰뚫어보고, 법률의 적용과 법률을 제정하고 운용하는 통치철학자이자 최후의 심판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의 지적 수준도 뛰어나야 하고 선진국민의 자격이 있어야 하며, 대통령의 권력의 남용과 그릇된 탈선을 언제, 어느 때나 바로잡고 감시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시는 언어의 사원이고, 시인은 언어의 사원을 가꾸는 사람이고, 독자는 언어의 숲을 거닐며 그 열매(사상)들을 먹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 나라의 국가가 얼마나 훌륭한가, 아닌가는 그 나라의 언어와 시인과 독자의 수준을 보면 그 모든 것을 다 알 수가 있다. 훌륭한 법률이 있으면 훌륭한 국가가 있고, 훌륭한 국가가 있으면 훌륭한 국민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훌륭한 언어가 있으면 훌륭한 시인이 있고, 훌륭한 시인이 있으면 훌륭한 독자(국민)가 있다. 문학적으로 국가를 정의하면 국가란 언어의 사원이고, 언어의 열매, 즉, 사상의 열매(책)로 그 국가의 부유함과 위대함의 크기가 결정된다. 마르크스, 니체, 칸트, 아인시타인, 호머, 셰익스피어,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빌 케이츠, 스티브 잡스 등도 다 시인이고,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사상이 되어 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언어 영역의 확대는 세계 영역의 확대이고, 세계 영역의 확대는 그 언어의 소유권을 가진 사람들의 영원한 제국이 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시를 쓰고, 소나무처럼, 참나무처럼, 삼천리 금수강산을 채종국 시인의 [시나무]의 숲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채종국 시인의 [시나무]는 시를 쓰는 나무이고, 연과 연 사이의 가지를 펼치고, 행과 행 사이에 잎새를 활짝 펼친다. 시 한 줄을 위해 생살 같은 잎을 버리고, 시 한 줄을 위해 몸통 사이의 부름켜를 열어 계절을 열고 꽃을 피운다. “뿌리 깊은 생각과 초록이 열린/ 수런대는 말을 가지에 매달”고, “잎에 새겨진 문장”에는 강이 흐른다. 실핏줄과 실핏줄, 문장과 문장 사이의 두런대는 여린 생명의 이야기가 파란 하늘로 흘러 바다에 이른다.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시나무와 시나무는 “반짝이는 노래를 찾아/ 아름드리 대지를 펼치고”, “별빛 한 페이지와/ 달빛 한 줄을 몸에 새긴/ 들판의 생각 한 잎”을 틔우며, “푸른 허공에 시를” 쓴다. 모든 나무는 사상의 꽃을 피우고, 모든 사상의 꽃은 시의 열매를 맺는다. 나무는 시인이 되고, 시인은 사상가가 되고, 사상가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의 인간이 된다. 채종국 시인의 [시나무]는 시의 공화국의 대들보이며, 시의 공화국에는 도덕과 법률이 없어도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시인과 독자들이 산다. 시와 나무와 인간은 하나이며, 푸르고 푸른 시의 사원에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