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베풂
사람은 저마다 다른 직분을 갖고 태어났다. 어떤 사람은 가르치는 일, 병을 치유하는 일, 간호하는 일, 기계를 고치는 일, 말을 잘하는 이, 변론가, 음악가, 미술가 등의 은사로 재능을 함께 나누면서 산다. 각자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함이 직분의 몫을 다하는 삶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와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가 확립되어 검진으로 병을 조기에 치료하여 건강한 삶을 누린다. 우리 앞 세대만 하더라도 60이 고비였다. 그래서 환갑을 기념하는 잔치가 생겨났다. 지금의 우리 세대는 칠순의 기념도 넘기고 팔순이 되어야 보통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다음 세대는 100세를 넘기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될 것이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무료로 하고 있다. 올해는 생년이 홀수인 해의 사람이 해당한다. 어느 곳에서 수검을 받을까 생각 끝에 십여 년 전에 생명의 은인이 떠올랐다. 당시에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조직검사에는 아니라고 나왔는데 의사는 악성이라고 했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갔더니 악성이라고 했다. 수술하고 투병하여 완쾌하여 십일 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덤으로 산 셈이다.
그 의사분께 예약하고 검사를 받았다. 수면으로 위와 대장을 내시경으로 검사를 했다. 의사는 컴퓨터의 화상을 보여주며 대장에는 용종을 제거했으며 위는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흐려있는 곳이 있고 헬리코박터균이 있어 처방전을 써 주었다. 그러면서 두 달 뒤에 다시 검사받으라고 하며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은 세상인데 나는 그분의 말이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다.
왜 위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술과 커피에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동안 막걸리를 즐겨 마셨고 커피도 즐겼으니 그게 원인이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한편으로는 결단력이 있어 당장 막걸리와 커피를 멀리하고 있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취하지 않는 스트레스도 크기에 다음 검사까지는 멀리하려고 한다.
또 의사 한 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내가 마라톤을 너무 무리하여 더 이상 뛰지 못하고 무릎 수술을 받았다. 연골이 손상되어 심각한 상태라며 수술을 하고 나면 일상생활은 지장이 없으나 더 이상 운동은 못 한다고 했다. 청천벽력과 같이 들렸다. 수술받고 2년 동안 끈기를 가지고 재활 훈련을 했다. 매일 걷기도 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여 무릎 근육을 보강하였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지금은 테니스도 즐기고 등산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끔 고교 동기들이 전화해 온다. 내가 무릎 수술받은 것이 인공관절을 넣었다고 부풀리어 소문났다. 그런데도 지금은 테니스도 하고 등산도 한다고 소문이 났으니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격이다. 우리 나이가 무릎이 아플 나이인지라 어디서 수술했기에 운동까지 하느냐고 물어오기도 한다.
공동체의 삶은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나누고 베풀라고 각자의 직분을 다르게 했으리라.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말씀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