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차(此)로써 세계 만방에 고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서 자손 만대에 고하야 민족 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풀어 설명하면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 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바로 3.1 기미독립 선언서의 맨 앞문장입니다.
1919년 3.1운동 때 한국의 독립을 세계 만방에 알리기 위해 작성된 장문의 선언서 바로 기미독립선언서 또는 3.1 독립선언서입니다. 민족대표 33인의 공동명의로 발표됐습니다.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독립선언서라고 배우는 바로 그 문장입니다. 뭔지 모를 기백과 웅지가 솟구치는 그런 문장이었지요. 정확한 의미는 그때 잘 몰랐지만 비록 나라는 빼앗겼지만 그래도 다시 나라를 찾을 희망과 그 의지를 표명한 글이라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3.1 독립선언서는 최남선이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2월 8일은 일본 도쿄에서 <2.8 독립 선언서>가 발표된 날입니다. 한반도에서 3.1운동이 일어나기 20일전 상황입니다. 2.8 독립선언은 일본 제국에 유학하던 한국인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독립선언식을 가진 뜻깊은 거사였습니다. 당시 일본 와세다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광수가 작성했습니다. 이광수는 2.8독립 선언서를 한국어와 영어로 작성했고 이광수는 선언문 작성후 중국 상하이로 도피했습니다. 2.8 독립 선언은 한국에 전파되었고 며칠뒤 거행된 3.1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암흑기였던 일제 식민지시절 그 잔악한 일제의 통치하에서 나라의 독립을 선언하는 행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큰 희생이 따르는 일임에 분명합니다. 일제의 철권통치에 한국인 순사들이 독립운동가를 밀착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상황에서 나라의 독립선언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일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배경속에 탄생한 독립선언문을 한국 후손들은 숭배하고 자랑으로 여긴 것 아닙니까. 3.1독립선언문과 2.8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인물인 최남선과 이광수가 친일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 바로 전까지 말입니다. 물론 당시 독립선언문을 작성할 당시는 친일앞잡이가 아니였지요.
최남선은 이광수와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와 함께 조선 3대 천재로 일컬어집니다. 실제로도 이광수와 함께 한국 역사와 문예에 많은 발자취를 남긴 지식인였지만 그는 이광수와 함께 대표적인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독립선언문까지 작성한 그가 왜 친일앞잡이가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단지 "일본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도 일본인처럼 부강해져서 잘 살게 되겠지"라는 명분을 앞세워 친일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참 답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그는 광복 후에는 서울 우이동에서 칩거하면서 역사연구를 하다가 결국 반민특위의 소환장을 받고 투옥됩니다. 그가 유했던 집은 결국 허물어져 지금은 조그만 흔적만 남아 있습니다. 최남선이 1945년 일본이 망하고 조국이 독립될지 알았다면 그렇게 친일 활동은 하지 않았을테지요.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이광수는 1922년 잡지 <개벽>에 민족개조론을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친일파로 변절됩니다. 이광수는 민족 개조론에서 조선은 열악한 민족성으로 인해 쇠퇴 또 쇠퇴한다고 주장하면서 일제의 식민지화를 두둔하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광수는 그 이후 본격적으로 친일 행위에 나섭니다. 1939년 친일 어용단체인 조선 문인 협회 회장을 맡고 스스로 창씨개명을 하고 전국을 돌면서 일제의 앞잡이 학도병으로 나갈 것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독립후 한국전쟁중 폐결핵으로 병사했습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마스 제퍼슨이 생각이 납니다.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독립선언문에서 미국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퍼슨이 미국 독립 이상을 상징하는 인물이 된 것은 단지 독립선언문을 작성했다는 것 때문만이 아니라 헌신적인 조국애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제퍼슨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이 되어 미국이 정의와 평등이 존재하는 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2.8독립선언서>와 국내에서 <3.1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이광수와 최남선과 비교해서 너무도 차이가 납니다.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토마스 제퍼슨과 친일앞잡이로 손가락질 받는 최남선 이광수와는 너무도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어릴적 교과서에 등장하는 그 주옥같은 글들의 작성자들이 친일앞잡이로 변신한 사실이 슬프기도 합니다. 105년전 2월 8일 일본 도쿄에서 있은 2.8 독립선언일을 맞아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2024년 2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