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녁 때 아파트 경비실에서 인터폰으로 전화가 왔다. 집사람이 받았더니
"거기 ooo호 맞지요?" 하더라고 해서 그렇다고 했더니 "장난감 자동차 버리셨지요?"
하고 물어서 "네" 라고 대답했더니 치우는 비용을 만원 내야 된다고 하더란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내다버린 장난감 자동차는 작년에 다른 동에서 버린 것을
내가 손주 녀석 주려고 주워다 놓은 것이었다. 외관은 멀쩡해서 들고 왔는데 들여놓고
보니 리모콘이 고장 나 있었다. 그래도 손주 녀석이 집에 왔다가 몇번 타고 놀았다.
애가 조금 커고 나니 장난감 자동차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방도 비좁고
해서 도로 버리자고 해서 아들 녀석이 쓰레기장으로 들고 내려갔던 것이고 아들은
다른 아파트로 나가 사는데 경비원은 어떻게 알고 우리집으로 전화를 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집사람은 궁금해 하였다. 가만이 유추를 해 보니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모니터로 감시를 하고 있다가 아들이 탄 차 번호로 역추적한 것 같았다. 그 전에는 아들이
우리 아파트에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1997년 내가 영국 카디프대학에 나가 있을 때 연구실과 주차장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학생들 기숙사도 강의실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오는 길목에는 숲이 우거져 있어
혼자 다니면 약간 무서움을 느낄 정도였다. 야간에는 보안등이 켜져 있지만 한적하여
여학생들에게는 성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지 않겠냐 싶었다. 그런데 내가 체류하는
약 2년 동안 그곳에서 범죄가 발생했단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알고보니 곳곳에
세워둔 CCTV 카메라 덕분이었다.
CCTV는 Closed Circuit TV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폐쇄회로 TV이다. 고속도로나 일번 도로에
설치 돼 있는 과속방지 카메라도 여기에 속한다. 이에 반해 우리가 듣는 라디오 방송이나
TV방송 등은 개방회로(open circuit) 시스템이다. 폐쇄회로(CCTV)와 개방회로는 전자 회로나
시스템 설계에서 서로 다른 개념을 나타내며, 주요 차이는 데이터나 신호의 접근성과 흐름의
제한성에 있다. 폐쇄회로는 신호나 데이터가 특정 사용자나 장치에 제한적으로 전달되는 시스템
으로 외부인이 접근하거나 데이터 흐름에 개입할 수 없다. 이의 장점으로는 데이터의 안전성과
기밀성 그리고 외부 간섭 및 해킹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단점으로는 외부접속과 데이터
공유가 어렵고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에 개방회로(Open circuit) 신호나 데이터가 외부로 개방되어 누구나 접근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여러 사용자나 장치가 신호를 수신하거나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기기와
쉽게 연결하거나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장점으로서는 확장성과 유연성이 뛰어나며 여러 사용자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단점으로서는 보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데이터의 손실 또는
외부 간섭 위험이 있다. 따라서 폐쇄회로는 보안과 데이터 보호가 중요한 환경에 적합하고, 개방회로는
정보의 확산이나 협업이 필요한 환경에 적합하므로 각 시스템은 목적과 사용 환경에 따라 선택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자신도 모르게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몇년전인가 어떤 기자가 일반 직장인들이 하룻 동안에 얼마나 CCTV에 노출되는지를 알아보니 아침에
출근하려고 집을 나설 때부터 일과를 마치고 저녁 늦게 집에 들어 올 때까지 약 120회 정도 노출되는 것
으로 나왔다. 아파트나 골목 후미진 곳 도로 등에도 설치돼 있으니 죄를 짓고는 숨을 곳이 없다. 문제는
법이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통용되는 세상이라면 선진국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