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부터 글이건 영화건 사랑에 관한 것들과 왕복 8차선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내왔다. 뭐 일부러 그랬던 거 같지는 않은데 내 무의식이 거부하고 있었던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점점 더 내가 이기적이라는 걸 느끼는 요즈음. (그걸 나쁘게만 생각 하지는 않는다.) 해서 남의사랑 따위에 관심 갖고 싶지 않은 거겠지.
다른게 아니고 오랜만에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알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렇게 서두가 길어졌다. 개봉한지는 좀 된 영화인데, 내가 좋아 하는 사람이 진작부터 꼭 보라고 말했었던 영화를 늦은 밤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이터널선샤인' 미셀공드리 감독. 짐캐리& 케이트 윈슬렛 주연. 2004년 작. (정말 한참 됐구나 하하-)
솔직히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 이후로 거의 잊고 지냈던 배우였는데 최근 본 '레볼루셔너리 로드'도 그렇고 이영화도 그렇고 이번에 상을 받은 더리더는 보지 못했지만 "받을만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두 영화 모두 심리표현이 많은 역할을 정말 멋.지.게. 연기 한 듯.
이 영화가 개봉당시 어떤 반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스토리나 소재도 좋고 구성이 탄탄하고 재미있다. 지우고픈 기억을 지운다. 누구나 한번쯤은 떠올려봤을 법한 이야기. 고등학교시절 방송반에서 만들었던 작품에서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기억이 있다. 지우고픈 기억을 지우고, 새 기억을 심어주는 그런 이야기. 그때나 이 영화나 결론은 비슷한 듯싶은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나 표현에 있어서 유사한 소재의 이야기들 중 가장 잘 만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언제나 최소한의 스포일러를 지향하지만 쉽지 않다.)
인간은 나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다름의 매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여기에 적절한 표현과 소통이 없다면, 그 매력은 오히려 고통의 화살로 되돌아 온다는 것. 그래서 이영화의 주인공들은 그 고통 때문에 모든 기억을 지우는 방법을 선택한다. 실제로 원하는 기억만을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어떤 선택이 더 행복할까? 영화에서 제시하는 해답은 보지 않은 사람들도 물론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나의 해답은?? 스파이더맨의 연인인 커스틴 더스트가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의 간호사로 나오는데, 알고 보니 이여자도 기억을 지웠고 스스로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그 사실을 아는 순간이 나온다. 그 순간 내게 느껴진 그녀의 심정을 떠올려본다면, 만일 내가 어떤 기억을 지운다면, 그 기억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까지 함께 지우겠다는 이기적인 결론이 나온다. 하하-
이 영화의 또 다른 포인트는 과거의 기억과 현실, 그리고 생각이 교차되는 꿈 혹은 동화 같은 여러 장면들. 이 영상이 미약했다면 영화의 몰입도는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점차 사라져가는 기억. 그 속에서 그것을 멈추기 위한 두 사람, 아니 두 영혼의 몸부림. 계속되는 영화 속 공간들의 4차원적인 변화과정에서 "아.. 나 꿈속에서 저런 일 있었는데.."라며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누군가는 이영화에서 운명을 이야기 한다. 기억을 지운 사람들이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운명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거였다는 그런 이야기일까?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적인 성격의 한 여자와 일상에 순응하며 수첩안에서만 자신을 표현하는 한 소심한 남자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열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열쇠로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 즉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려왔다.
서로에 대한 직설적이고 과장적이기까지한 비방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를 인정하고 감싸안을 수 있는 그런 사랑.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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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과학도 체크해야 할듯...
이네오가 아마도 그네오가 맞을듯-, 허나 박거성님의 말씀은 넘 심오하셔서 대답할 수 없음이네요.
미셸 공드리 제가 좋아하는 감독이에요~ 수면의 과학도 잼있어요ㅎ
오우 공드리뉨~@ 수면의과학마자여 잼나여^^ 도쿄 2008도요^^
수면의 과학이 영화 제목이군요. ㅋㅋ 기회되면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