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중국 베이징 축구센터에서 열린 'AFC U-13 유스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우리와 개최국 중국을 비롯해 일본, 북한, 괌, 몽골, 홍콩, 마카오, 대만이 출전했다. 대회 방식은 조금 복잡했다. 24일과 25일에는 하루에 각각 세 경기씩 치렀는데, 한 경기당 30분이었다. 그리고 한 팀당 11명씩 2개조로 나눠 경기를 나눠 뛰도록 강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전 경기에 A조 선수들이 뛰었다면 오후 경기에는 B조 선수들이 뛰는 형식이다. 즉, 22명의 선수가 모두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26일에는 경기는 없었고, AFC에서 주최하는 스킬테스트가 있었다. 크로스, 드리블 후 슈팅, 패스 등에 대한 클리닉이었다.
이어 27일과 28일에는 경기 시간이 늘어났다. 전후반 각 30분씩이었으며, 대신 오전-오후 각 한 경기씩 치렀다. 전반에 뛴 선수들은 후반에 뛰지 못한다는 강제 규정이 있었다.
▲ 8승 1무 1패로 북한과 공동 우승
24일 첫째 날 경기에서 우리는 오전에 일본을 상대로 2-1로 승리했고, 오후에는 홍콩과 대만을 각각 1-0, 6-0으로 꺾었다. 25일에도 오전에 중국에게 4-0, 오후에 마카오에 6-0으로 대승했다. 그리고 북한과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7일에는 오전에 대만을 7-0으로 꺾었고, 오후에는 중국에 12-0의 대승을 거뒀다. 28일 오전에는 몽골에 12-0으로 대승했고, 오후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2-3으로 패했다. 결국 우리는 8승 1무 1패를 기록해 북한과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훈련 중인 U-13 대표팀 ⓒ이상헌
▲ 일본, 스타일의 변화를 꾀하는 것일까?
일본과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첫 날 경기에서 2-1로 이겼는데, 페널티킥을 놓치는 등 아쉬움이 있었다.
사실 일본과는 마지막 날 열리는 경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전반에 경기를 주도하고도 골대를 맞추는 등 불운이 겹치며 1골밖에 넣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후반 들어 일본이 체격이 크고 빠른 선수들을 투입해 양 측면을 공략하면서 결국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우리 선수들이 개인기술은 좋았지만, 아직 어려 피지컬이 부족하다보니 일본의 측면 플레이에 고전한 것이다. 더군다나 전-후반 한 번씩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일본의 플레이 스타일이었다. 솔직히 일본이 이런 스타일의 축구를 할 줄은 몰랐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미드필드에서의 패스게임을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축구를 추구했었다. 그런데 이번 팀을 보면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을 활용한 파워풀하고 스피드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격진이 그런 특징을 갖고 있었다. 우리와의 경기에서도 패스게임보다는 전방을 향해 올려주면서 파워와 스피드로 승부하려는 모습에 깜짝 놀랐었다.
이 팀만의 특징인지, 또는 우리와의 대결을 위해 그렇게 준비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본의 유소년 축구가 이런 형태로 바뀌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일본에서도 기술적인 선수들만 갖고는 세계무대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에게 전술 지시를 하는 정정용 감독 ⓒ이상헌
▲ 북한, 13세답지 않은 밸런스로 놀라움 안겨
일단 북한의 상승세가 놀라웠다. 어차피 이 지역의 유스 페스티벌에서는 항상 한국과 일본, 중국, 북한이 각축전을 벌였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했다. 13세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밸런스나 파워 등이 대단했다.
사실 북한은 매년 체격이 좋은 선수들은 많았지만 밸런스 측면에서는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안정적이고 밸런스가 잘 잡혀 있었다. 그래서 AFC나 참가 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3세 선수들이 맞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은 첫날 일본과의 경기에서 2진 선수들을 투입해 1-3으로 졌다. 그러나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는 베스트 멤버를 투입해서 5-0으로 대승했다. 거의 일방적인 경기였고, 선수들의 면면이 13세라기보다는 거의 15세 정도 되는 선수들 같았다. 이런 부분 때문에 AFC 등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것 같다.
우리와의 경기에서도 북한은 베스트 멤버를 투입했고, 1-1로 비겼다. 북한은 공격 시에는 거의 4-2-4 형태로 나가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미드필드를 두텁게 하고, 세컨드 볼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생각 외로 좋은 경기를 펼쳤고, 커버 플레이 등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1골을 허용한 것도 실수였기 때문에 만족스런 경기였다.
▲ 중국, 개최국으로서 무성의한 모습 보여 실망
반면 중국은 모든 팀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AFC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에서 개최국임에도 홀로 한 살 어린 U-12 대표팀을 출전시켰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과 두 번 붙어 4-0, 12-0으로 승리했다. 특히 두 번째 경기에서는 작심하고 나섰다. 보통 다른 팀들과는 6골 정도 차이가 나면 무리하지 않고 느슨한 경기운영으로 마무리하곤 하는데, 중국을 상대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12골차의 대승을 거뒀다.
만족스런 경기력을 선보인 U-13 대표팀 ⓒ이상헌
▲ 기술적인 선수들로 팀 구성..만족스런 경기 펼쳤다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선수를 선발할 때 아직 어린 선수들인 만큼 파워나 피지컬적인 부분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을 많이 고려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일본과도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경기내용에서는 월등히 앞섰다고 생각한다.
일단 공격에서는 역시 이승우(인천 U-15팀/광성중, 바르셀로나 유스 입단 예정)가 최고의 기량을 보여줬다. 아직 체격조건이 미완성이어서 몸싸움에서 밀리는 감이 있었지만(특히 북한전), 볼 터치가 워낙 좋고, 공격수로서의 여러 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줬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한 선수 중 최고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미드필드의 최재영과 수비라인의 장재원(이상 포항 U-15팀/포철중)도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이들은 북한이나 일본전에서 공수에서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면서 팀 전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다른 팀 관계자들도 이들을 비롯해 우리의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에 대해 많은 칭찬을 해줬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이 선수들은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 페스티벌에서 북한과 비기고 일본과 1승 1패를 기록하면서 값진 경험을 했다. 이 연령대에서는 지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에 만족스럽다. 더군다나 공동 우승이라는 성과까지 올렸으니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현재 선수들은 페스티벌이 끝나고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가 초중고리그에 출전하고 있는데, 5월 4일에 재소집해 1주일간 훈련을 갖는다. 학기 중이지만, 주말과 연휴가 겹치면서 1주일의 훈련 기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페스티벌에 참가한 선수들을 포함해 60명을 소집해 서로 비교분석하면서 선수들을 관리-육성할 계획이다.
아마 앞으로도 초중고리그와 학교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매달 2박 3일 정도의 일정으로 모여 지속적인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며, 12월에는 일본 시즈오카에서 한일 교류전도 예정되어 있다.
개개인의 기술과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인 만큼 잘 성장시켜 앞으로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클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첫댓글 중국 몽골한테 12:0;;ㅋㅋㅋ공동 우승도 있다닝...다들 수고 했으~~
3번째 사진보니 u-13 이라는게 안믿겨지네요...요즘애들 정말 성장빠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