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솥을 앉혀 놓고 글을 쓴다. 고즈넉한 저 석양빛이 하늘을 물들이고 오붓하고 평온한 저녁이 시작되었다.
아무도 없는 빈집이지만 물도 제대로 제때 주지 않는데도 꽃대가 세개 올라와 피어있는 베란다의 난꽃을 쳐다만 보아도 정감있는 따스함이 가슴에서 봉긋 봉긋 사춘기 젖가슴처럼 솟아오른다
참쌀과 콩이 들어간 현미쌀을 씻어 쿠쿠밥솥에 올려놓고 다음 주 수요일 합주연주회 촬영이 있다고 하니 실수하지 않도록 내가 연주할 두 곡을 다섯번 씩 연습한 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지난 몇 달동안 6월 중순에 태어난 손주 봐주느라 기운이 딸려서 업무상 서류보고서 하는 일을 빼곤 거의 켜지 않던 컴퓨터인데 최근 수필방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켜고 있다.
저녁밥솥을 앉혀 놓고 일상의 이야기를 써본다. 오늘은 성당에 가는 대신 오전에 직장반 보강수업을 하고 회원님들과 삼계탕 회식을 하였다.
고맙게도 회식을 할때 오늘 회식을 먼저 제안한 상턱을 내는 여자회원님이 내가 틈나면 밥을 사주는 자폐청년도 부르자고 하였다. 그러니 함께 공부하시는 공무원아저씨도 그래요 불러서 함께 먹읍시다 하였다.
내 아들도 아니면서 그 말이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청년이 있는 아래층 상가로 구르듯이 달려가서 청년의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365일 내내 장사하는 청년의 엄마도 좋아하신다.
청년은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지능은 초등 저학년 수준이다. 자폐청년의 엄마는 아들을 위해 매일 새벽 체력관리 운동을 하고 있다 행여 병이 들어 장사를 못하거나 아들을 돌보지 못할까봐.... 청년의 형이 있지만 어찌 부모만큼이나 돌볼 수 있을까....
구름 하나를 헤치면 다시 더 큰 구름이 오는 막막한 구름길을 걷는 것 같은 자폐장애인의 가족들.. 파도 하나를 헤치고 좀 평온한 바다길이다 싶으면 상어와 고래가 한꺼번에 덮쳐 정신없어지는 일상도 가끔 있는 발달장애의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장애가 있는 자식의 부모는 부모대로 속이 저 석양 피빛처럼 물들어 몸에 사리가 생길 것이고 장애가 있는 부모를 둔 자식도 자식나름대로 속이 뭉개져서 어긋나기도 더러 할터인데 세상은 그것을 잘 몰라줄때가 많다.
점심회식을 하고 한 시간쯤은 빈둥거리며 그냥 소파에서 숨만 쉬며 부른 배가 가라앉기를 기다려며 가만히 쉬었다 . 오후에는 겸손히 엎드려 붓을 잡고 세로 2미터 종이에 1,200자의 민체글씨를 썼다. 나의 민체 글씨는 독특하다고 인정받아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은행과 정부미술은행 두 곳에서도 선정하여 매입을 해가서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한창 깊게 몰두해서 300자쯤 쓰고 있는데 상가관리소장이 들어와서 응대를 하고 다시 쓰니 집중력이 흐트러져 글자가 하나 빠져 다시 새로 종이를 깔고 엎드려 썼다. 내 불찰이다. 문을 걸어 잠그고 진행했어야 했는데.....
붓으로 먹글씨를 쓴다는 것은 마음의 씨앗을 글로 뿌려 가는 마음농사와 같다. 대충도 없고 요행도 없는 유기농 농사의 세상처럼...
붓으로 먹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마음안의 사무친 먹먹한 그리움을 하얀화선지위에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는 것과 같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지만 어디 그런 명의 같은 사람이 흔하고 그런 기적같은 사랑이 쉽게 오겠는가...
오지 않는 사람과 사랑을 막연히 기다리기엔 안그래도 가늘고 긴 목이 더 가늘어 질터이니 오지 않는 미래인 먼 곳의 일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잡을 수 있는 붓대를 신주 모시듯이 소중하게 잘 잡아서 일단은 하루 하루 건강하고 건필하는게 중요하리라 그러다 보면 구름도 달과 별을 만나 달무리가 되어보고 별무리가 되지 않겠는가~~~
붓을 잡고 하나 하나 획을 그어 한 개의 글자가 만들어지고 다시 또 그 글자가 모여 천千자가 넘게 써져있는 작품으로 완성되면 한글자 한글자 마다에서 늘평화님의 정신일도의 순간이 또한 그 글씨체가 창조되기까지의 인고의 땀방울이 온전히 읽혀짐이 겠지요. 붓을 잡는 날마다가 늘 평화...
첫댓글 예술가이자 봉사가이시면서
박애주의자에다가 신앙인이면서
글도 잘 쓰시는 팔방미인^^
언제 서예 사진 좀 올려주셔요^^
작품사진 관련은
이곳 카페에 많이 올라갔어요
개인전때 찾아온 분들이 올린것들도 많고~~수필방에는 글로 ~~^^
밥짓는 시간에도 짬내어 글 쓰는 여유가 좋습니다
힘빼고 사방사방 쓴듯 글 읽는게 편안하기도 하고요
자주 글 올리시니 한적헸던 방이 훤해집니다
손자가 점점 좋아지니
저도 제 일상을 찾아가고 있어요 ㅎ
가족이 건강한게 우선이지요
힘은 절로 빠졌네요
살도~~^^
글 잘 읽었습니다 배려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함께 하는 모습 좋아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상부상조해야지요
붓을 잡고 하나 하나 획을 그어
한 개의 글자가 만들어지고
다시 또 그 글자가 모여 천千자가 넘게 써져있는 작품으로 완성되면
한글자 한글자 마다에서 늘평화님의 정신일도의 순간이
또한 그 글씨체가 창조되기까지의 인고의 땀방울이 온전히 읽혀짐이 겠지요.
붓을 잡는 날마다가 늘 평화...
헤도네님 정신일도 하사불성은
사는 한 언제나 필요하더라구요 ㅎ
고맙습니다
평온한 하루 되세요
사람한테 받은 상처가 깊나 봅니다.
얼핏 그럴거라 생각이 든 건
님의 댓글을 보고 짐작했습니다.
악의는 없지만 선뜻 사람한테
마음을 열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이 있었지요.
사람 대신 글자와 소통하심도
좋아 보입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상처는 오래전 딱지가
되고 새살이 난지 오래되었고
작년 이곳에 소설을 쓰면서
마음 열고 남은 것도
다 털었답니다~^^
지금 매일 수십명 만나며
즐겁게 살고 있어요
남사친도 좀 있구요 ㅎ
글은 단편조각일뿐 삶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않지요 ㅎ
평온한 하루 되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9.18 08:1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9.18 12:24
난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이셨을까요.
그 어떤 것도 대충하는 법이
없으신 늘평화님~
민체글씨는 어떤 것인지 검색해봐야 겠습니다.
행복한 한 주 보내시길요.
이런 서민 친화적인
서체예요
궁체는 귀족적 글씨체구요~^^
@늘 평화
@늘 평화
그렇잖아도 검색해 보았더니
늘평화님 서체가 생각났습니다.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쓰면서
1200 자를 집중력 흐트러뜨리지 않고 쓰시는 일은 불교의 천배 정성보다 더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도가 따로 있지않고 그 정성 그 집중력 안에 다 녹아있네요.
자폐청년 어머니 이야기,
감동의 연속입니다.
오체투지 백팔배와 다름없는
수행의 예술이지요 ㅎ
고맙습니다
글 쓰기도 마음을 정화하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인간사 복잡하니 서화 , 글에 몰두하며
시름도 잊고 예술로 승화 시키시는
일상이 보기 좋습니다.
건필 유지 하세요.
맞아요
그래서 필정심정이란 말도
생겼고 문자향이란 말도 있지요 ㅎ
국립현대미술관 의 미술은행에서 매입해 갔다고 하니 늘평화님 작품세계가 궁금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은행과 정부미술은행
두곳이 있는데
두 점을 선정해서 매입해갔고
한점은 고등미술교과서와 미술지도서에
실렸지요 ㅎ
푸른비님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재작년까지 인사동서 개인전을
해마다 했는데 올해는
손주가 태어나 봐준다고 쉬어요
내년이나 내후년 인사동서
다시 개인전하면 안내드릴께요 ㅎ
서예 이력이 대단하신것 같습니다
예전 부터 글씨 잘 쓰는 분들 보면 부러웠는데
저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는 동안엔 만사를 잊을듯 합니다
정년퇴직한 교육자와 공무원분들
또는 자영업.사업하시는 분들이
지역 센터에
제게 배우시러 많이 오신답니다
그분들이 작가되려고 오는건
아니고 만사잊고 무심.무상
평온해지는 심신수양.'취미로 하는거지요
붓으로 글을 쓰시는 평화님 대단하십니다^^
조한나님이 한다면 끝내주시지요ㅎ
뭐든지~~^^
글도~
붓글씨도~
생활도~
아름답고 멋지신 늘 평화님!
늘 응원합니다. 추1
살다보니 필요한거 하고싶은거 나누는거
세가지를 일상에 하게 되었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추1도~~^^♡
'붓대를 신주 모시듯' 넘넘 열정적으로 사시는 늘 평화님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