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컴퓨터를 켜니 바탕화면에 어떤 장 년이 책속에 파 묻혀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엔 헌책방 주인인가 싶었는 데 그렇지도 않았다. 서재인지는 모르겠으나 온통
책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는 책이 좋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사 모은다고 했다.
그리고 사 온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 아니고 책 속의 한 문장만 읽고 던져
둔다고 하였다.
내 서재에도 읽다가 던져 둔 책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 알라딘에서 산 '생각의 생각'
이란 책도 있다. 그 책을 살 때는 '생각의 생각'이란 뭘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 샀다.
우리는 백의민족이다. 본래 깨끗하고 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백색 옷은 잘못하면
배, 감, 풀잎 등 이물질이나 다른 물감에 물들기 쉽다.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적엔
국방색 군복을 검은 물을 들여 입고 다녔고 깡통시장에 흘러나온 군화도 신고 다녔다.
순수한 청년들에게 한번 좌익사상을 불어 넣으면 뼈속까지 붉게 물들고 만다. 스스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이전에 다른 사람에 의해 한쪽 방향으로만 이끌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막내 동생도 대학 다닐 때 한창 데모를 열심히 한 사람이다. 과대표를
하면서 데모에 앞장 서야 할 위치에 있었고 좌익사상에 심취하여 그 쪽으로만 파고 들었다.
나는 좌익이나 우익 또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편가르기를 좋아한다.
엊그제 집에서 컴퓨터로 모증권사의 'HTS'앱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잘 써
오던 '멀티 종합차트' 화면에 있는 기능이 검은 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나도 모르게
잘못 눌렀나 하고 화면에 나와 있는 여러가지 표시 기호를 클릭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증권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안내한테 이유를 설명하고 바로 잡아 달라고 했다.
안내는 내 컴퓨터상에 있는 'My 닥터'기능을 활용하여 상황을 살펴보더니, 화면이 너무 커서
제일 아래에 위치해 있는 기능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고 하면서 화면을 줄여주었다.
화면 크기만 조종하면 되는 간단한 것인데도 평소의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탐구한 저서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사고 체계, 즉 '시스템 1'과
'시스템 2'를 소개하고 있다. '시스템 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직관적인 사고를 담당하고, '시스템 2'는
느리고 신중하며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한다. 카너먼은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선택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편향과 오류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나 고정관념에 의존하여 빠른 결정을 내리지만, 이는 종종 잘못된 판단
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보가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
등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룬다:
1.두 시스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개념과 그 상호작용 방식.
2.휴리스틱과 편향: 확증 편향 등 우리의 사고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적 편향.
3.과신: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 예측에 대해 과신하는 경향과 그 위험성.
4.선택: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방법과 감정, 규범, 상황적 요인 등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
5.두 자아: 우리의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차이점과 그 영향.
'생각에 관한 생각'은 우리의 사고 과정과 의사 결정 방식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