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수험 영어의 현장에 있으면서 제자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선생님, 단어와 문법은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적도 오르고 그만큼 자신감도 생기는데 독해는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성적이 항상 제자리입니다. 문법실력에 어휘력만 갖추면 독해 실력이 저절로 향상 될 줄 알았는데 도통 진척이 없습니다.” 노력을 아니 한 것도 아닌데 독해실력이 항상 제자리에서 맴맴이라니 당사자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리라. 그러나 풍부한 어휘실력과 충분한 문법 지식, 다양한 관용표현의 숙지 등은 영어 독해 고득점을 위한 선결적 필요사항에 불과한 것이지, 절대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은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나 그것을 배우는 학습자 모두가 인정하는 엄연한 상식이 된 지금, 순전히 문법과 단어실력만으로 독해실력을 향상시키고자함은 순진하고도 무리한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독해는 문법과 단어의 단순한 조합을 통한 해석의 과정이 아니라, 지문에 나온 정보를 신속하고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적극적이고도 강렬한 정보처리과정이며, ‘드러난 정보’를 통해 ‘드러나지 않는 정보’까지 파악해야 하는 언어 기호에 대한 유의미적 이해의 과정인 것이다. 따라서 영문독해에 달통하기 위해서는 평소 우리말로 된 글을 많이 읽어 체계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여러 다양한 분야의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나,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한없는 시간투자는 단기간 내에 일정한 목표 상황을 두고 분초를 다투며 공부하는 소방직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기에 필자는 수험생의 이런 특수한 상황이 고려되고 감안된 가장 효율적인 독해 학습서를 고민하게 되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한 ‘리딩바이블 소방편’을 세상에 내놓는다. “과거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듯 공무원 시험에서 기출문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출문제 즉 공무원 시험에서 이미 출제되었던 문제들은 그 출제 영역과 난이도를 파악하는데 있어 절대적인 기준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그 기출문제들은 다시 유사 혹은 동일하게 반복 출제되는 것이 공무원 시험의 엄연한 경향이므로 기출문제의 정확하고 면밀한 분석과 거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는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있어 필수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이에 본 교재에서는 소방시험이 일반에 공개된 2018년 하반기부터 2021년 시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독해지문에 대한 정확한 해석 및 자세한 해설을 실었을 뿐 아니라, 소방 공무원 기출 문제 뿐만이 아닌 역대 공무원 영어 기출 독해문제 중 소방 독해유형과 가장 유사한 문제들을 엄선해서 수록하였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 아무리 그 책이 훌륭하다 한들 그것을 그냥 묵혀 두고 허송세월한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독해 고득점의 가장 확실한 비결은 단 하나이니 그것은 충분한 시간을 쏟아 부어서 획득된 독해 내공(內功)뿐이다.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영문독해를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보조 도구에 지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소위 요즘 영어 독해 학습의 화두이자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리딩스킬(Reading Skill)[지문의 일부만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 역시 반드시 기본적인 독해 내공을 쌓은 이후에, ‘문제풀이 능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지, 처음부터 그것을 이용해서 단기간에 점수를 올려 볼까 하는 얄팍한 수를 쓴다면 오히려 독해학습에 큰 독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결국 정직하게 공부에 몰두한 물리적인 시간의 양만이 한 사람의 독해 실력을 진정으로 결정하고 가늠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본 교재를 가지고 모기가 쇠솥을 뚫고자 하는 기세로 열심히 정진해 나간다면, 독해 영역에서의 고득점은 물론이려거니와 감(感)으로 푸는 독해가 아닌 자신감(自信感)과 실력(實力)으로 푸는 진정 명쾌하고 행복한 독해가 될 것이다.
싱그러운 초여름 비 아름답게 내리는 날 서초동 우거에서
이재훈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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