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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arca.live/b/spooky/113528611
검사를 받기 전 내 몸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다. 하지만 정말로 어떤 조짐도 없었다. 나는 아픈 곳도 지병도 없는 사지 멀쩡한 21살이다. 완벽하게 건강했단 말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은 있었다. 나는 지난 6달 동안 한 번도 머리를 자르러 갈 필요가 없었다. 도무지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조그만 긁힌 상처들도 있었다. 벌레들이 꼬이기도 했다. 가끔 몸이 따끔거려서 일어나 보면 개미 몇 마리가 내 몸을 오르내리는 광경이 보였다. 언제는 내 팔꿈치와 무릎에 먼지들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도 봤다. 하지만 난 원래 야외 활동을 좋아하고, 일주일에 몇 번이나 등산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것에도 신경쓴 적이 없다. 요상하게 생긴 검은 반점이 생겨서 조직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와그너 선생님이 방에 들어왔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처럼 농담을 한 와그너 선생님은 내 맞은편에 앉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조직검사 결과에 대해 얘기할 게 있습니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흑색종인가. 혹시 암일지도. 안돼. 나는 아직 21살인데-
"세포를 분석해봤는데, 암 같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세포들이 죄다 죽어 있다는 겁니다."
"....예?"
"저희가 분석한 세포들 전부 다요. 비정상적인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지가 않습니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괴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상이 있죠. 하지만 동상의 흔적이나 피부 조직의 괴사를 일으킬 만한 원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괜찮은 거 아닌가요?"
"검사를 더 해야 합니다." 뭐라 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가 대답했다.
"그럼 선생님은 이게 왜 이런다고 생각하세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케이트. 아직까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어떤 증상인지는 몰라도 큰 일은 아닐 겁니다."
그 양반은 틀렸다.
와그너 선생님은 점 표피를 채취한 뒤 검사실로 보냈다. 다시 분석 결과가 왔다. 세포들이 죄다 죽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내 몸의 다른 부위에서도 피부 조직을 채취했다. 당연히 모두 죽었단다.
"일반적으로 피부 세포를 포함해 세포들이 죽으면 세포자멸사가 일어납니다." 라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너무 늙어서 암세포로 변하기 전에 스스로 분해되는 거죠. 하지만 이 세포들은...온전합니다. 단지 세포질 반응이 없을 뿐입니다. 마치...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요."
"뭐 때문에 그런 게 생기는데요?"
침묵. 기이인 침묵. "혹시 방사능이나 극한의 온도, 그 비슷한 것에 노출되신 적이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 병에 걸린 적도 없었고요?"
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일단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의뢰해볼 생각입니다. 아마 자가면역질환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인 메넨데즈 선생님에게도 자문을 구하려고 합니다. 희귀 피부 질환이 주 전공이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도 모르겠다는 거다.
나는 내 피부, 내 팔, 내 발을 내려다봤다. 모두 다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보였다. 심지어 튼튼해 보였다.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아까 말한 의사 선생님들이 분석을 보내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내 친구 멜라니에게 상담해보기로 결정했다.
멜라니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다. 그리고 생물학을 전공했다. 걔가 알 거라는 믿음은 안 들지만 그것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벽이나 보면서 의미 모를 검사나 기다리게?
"혈액 샘플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자, 멜라니가 대답했다. 그리고 멜라니는 실험실 서랍을 열어서 다양한 도구들을 뒤적거렸다.
"여기서? 지금?"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응. 안될 거 있어?"
"너는 괜찮아?"
"괜찮아. 톰슨 교수님은 이런 거 좀 한다고 화내는 사람이 아니야."
(나중에 알았는데, 톰슨 교수는 저학년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혈액 샘플을 좀 채취한다고 해서 화내는 사람이었고, 멜라니는 학교에서 퇴학당할 뻔 했다. 하지만 그다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
멜라니는 내 손가락을 찔렀고, 더럽게 아팠지만 적어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말을 걸어줄 자비는 있었다. 멜라니는 내가 6개월 전 학교를 그만둔 것과 몸은 좀 괜찮아졌는지 물었다. "항상 몸조심해." 그녀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슬라이드에 피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커버용 슬립을 위에 얹자, 피가 반투명한 붉은 웅덩이 모양으로 퍼졌다. 그리고 그것을 현미경 아래 넣고 다이얼을 작동시켰다.
"근데 거기서 뭐 찾을 거야?" 나는 그녀의 뒤에서 주뼛대며 물었다.
"성분."
"성분?"
"좀 기다려 봐."
"그래."
나는 멜라니가 다이얼을 돌리고 현미경을 노려볼 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뭐, 뭔데?"
"네가 직접 봐봐."
나는 현미경에 눈을 갖다댔다.
나는 생물학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니다. 나는 역사 전공이고 9학년 이후로 현미경을 써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내가 본 게 뭐인지는 설명할 수 있다. 아마 적혈구일 작고 빨간 방울들과 혈장처럼 보이는 노란빛의 바다가 보였다.
"딱히 이상한 건 안 보이는데."
"백혈구 세포 봤어?"
"뭐가 뭔지 모르겠어."
그녀는 생색내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투명한 것들 있잖아?"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았다. 분명히 가장자리가 뾰족뾰족한 투명하고 둥근 것이 보였다. "아, 있네."
"그게 움직이질 않아. 아무것도 안 움직여." 그녀가 걸음을 옮기자 발소리가 들렸다. "보통 백혈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위협을 예방하고 감염균을 제거하거든. 근데 네 건 안 그래. 아무래도...죽은 것 같아."
나는 현미경에서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럴 수가 없어. 백혈구들이 모두 죽었다면 너도 죽어야 해. 아주 약한 병이나 감염도 이겨낼 수가 없거든. 종이에 살짝만 베여도 감염될 수가 있어. 하지만 너는...넌 멀쩡하잖아. 살아 있고."
멜라니는 실험실을 왔다갔다했다. 목소리가 점점 흥분에 차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여러 유전질환이랑 질병이 있어. 그래서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의학적 기적들이 있고. 혹시 너도 그런 것 중 하나일까?"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도 아직 정확히 몰라. 세포들이 다 죽었는데 살아 있는 게 가능한 걸까?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너는 여기 앉아 있잖아. 살아서." 그녀는 더 빠르게 실험실을 돌아다녔다.
소름이 끼쳤다. 멜라니가 저렇게...신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렇게 흥분해서는. 내가 일어나자 멜라니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큰 미소를 지은 채로.
"톰슨 교수님께 보여주자. 그래야 해. 여기 실험실에서 샘플을 더 채취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자고. 세상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거야, 케이트. 모르겠어? 우리가 생명에 대해 알았던 게 전부 뒤바뀌는 거라고."
나는 일어서서 천천히 뒷문으로 향했다. "난 가봐야겠다. 내일 아침 일찍 수업이 있거든."
"안돼, 기다려! 아직 얘기할 게 더 있다고!"
나는 손잡이를 돌리고는 뛰쳐나갔다.
멜라니가 날 쫒아오는 광경을 상상했다. 어쩌면 나를 쫓아와서 동물용 신경안정제를 주사하고 '실험'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뒤돌아보지 복도는 완전히 비어 있었다.
내 안의 모든 세포가 죽었다.
나는 아무 의사를 찾아가서 아무 검사를 받고 있다. 수많은 의사들이 똑같은 검사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았다. 볼의 세포부터 피부 세포, 혈액에 이르기까지 내 몸의 모든 부분이 죽었다.
말이 안 된다. 내 장기는 기능하고 있다. 콩팥은 여전히 피를 걸러내고, 눈도 똑똑히 보인다. 근육은 움직일 때마다 수축하고 늘어진다. 하지만 어떤 검사를 받든-조직검사, 샘플, 혈액 검사-내 몸에 살아 있는 세포는 하나도 없다.
나는 멜라니를 피해다녔다. 그런데 그녀가 내 피를 채취하고 3주가 지났을 때, 멜라니가 내 집앞에 나타났다.
나는 식료품 배달부인 줄 알고 그녀를 맞이했다. "멜라니," 내가 말을 꺼냈다. "나는 지금-"
그녀는 나를 지나쳐 가더니 내 아파트에 들어왔다. "너에게 말할 게 있어. 일단, 제발 앉아."
그녀는 슬퍼 보였다. 나로 인해 흥분하지도 신나지도 않고 단지 불안해 보였다. 나는 마침내 주저앉았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네 혈액 샘플을 실험실로 보냈어." 멜라니는 내 맞은편에 앉으며 숨을 쉬었다. "더 심층적인 분석을 해주거든. 그리고 나는...나는 그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면 다 밝혀질 줄 알았어.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아무래도 울 것 같았다.
"왜? 뭐가 문제인데?"
"거기에서는 세포만 확인하는 게 아니야. 세포 자체의 분자 구성까지 다 검사하거든. 단백질, 분자, 원자, 구성 성분, 다." 멜라니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완전히 잘못됐어, 케이트. 정상적인 세포의 분자 구성이 전혀 아니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흙이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흙이랑 점토랑 진흙. 질량 분석기로 세포의 분자 구성을 분석했는데, 흙이랑 똑같아. 인간 몸에서 나오는 유기체 성분이 아니고."
"뭐? 그건 말도 안 되는-"
"너 골렘이라는 거 알아?" 그녀는 새된 목소리로 물었다.
골렘. 그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유대인 민담에서 나오는 흙과 점토로 만들어진 인조생명체. 신이나 비슷한 그런 힘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사람의 모습이지만...사람은 아니다. 움직이지만...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소리를 하다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거야. 나는-"
"6달 전," 멜라니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너, 케이트 벤슨은 발작이 일어나서 죽었어. 이 사진을 봐. 네가 아니라고는 못하겠지."
나는 그 기사를 읽었다.
머리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내 사진이었다. 사망자 약력. 추모.
머릿속이 울렁거렸다. 나약해진 기분이었다. 몸 속의 근육이 죄다 조여드는 것 같았다. "너...나는.."
"널 도저히 잃기 싫었던 누군가가 있었나 봐." 그녀는 핸드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런 짓을 하기로 한 거지."
나는 내 손을 바라봤다. 내 피부를. 진흙으로 만들어진. 점토로 만들어진.
움직이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첫댓글 오 재밌다 난 좀비같은건데 반대인줄..
골렘이엇다니..
그래도 나는 나인가봐… 누가 살렸을까
누굴까 누가 살려냈을까
그럼 안늙을까
누군진 몰라도 그럼 as안해? 살려놨으면 책임을....ㅡㅡ
근디말여 백혈구도 구현해놓고 안움직이게 만들정도로 아무것도 안움직이면 뇌세포도 다 죽은걸거아냐. 근데 어케 뉴런이랑 시냅스가 연결되고 기억이 지속되는거지
날 그렇게까지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니 쫌 감동일듯
헐 대박
뭐야ㅡㅡ 아픔도 느껴진다며 왜 벌레가파먹는건데
누구지ㅠㅠ
오 그럼 머드팩하면 자가수리 되려나
오.. 주술 성공
그정도로 살리고 싶어서 노력한 사람이 있다고 ? 뭔가 설레네
누가날 이렇게 사랑한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