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는 누구 한테나 찾아오는 최대의 적이다. 어느 누구도 피하거나 싸워서 이길 수 없는 막강의 힘을 가진 존재다. 죽음은 우리 모두의 최대의 관심사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는 자기와 별로 관계가 없는 듯 살다가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 오는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면 그제야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과 함께 지금까지 살아 온 자신의 생에 대하여 때 늦은 성찰과 후회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죽음은 세상의 순화와 정화 작용을 하기도 한다. 만일 죽음이 없다면 세상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아무리 악하거나 강한 자도 죽음 앞에서는 겸손해진다.죽음은 모든 것을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편안히 맞기 위해서는 평소에 죽음에 대하여 묵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남아 있는 생에 대한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죽음과 사(死)후의 세계는 모든 종교, 문학과 예술의 모티프가 되어 왔다. 죽음에 대한 천착을 가장 많이 한 작가로서 톨스토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전쟁과 평화' , '이반일리치의 죽음' 등의 작품 등에서 수 많은 죽음을 묘사했다. 평생,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죽음에 대비하여 그가 택하고 추구한 삶은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실천이었다. 작가 제임스 조이스 역시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사후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보통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하여 강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 책의 저자, 미치 앨봄도 이미 그의 저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에서 어느 노 교수의 죽기 전 몇 주 동안의 과정을 자세히 묘사함으로써 그가 남긴 생의 교훈(어떻게 살 것인가)을 소개하였고 이 책에서도 '모든 마지막은 시작이기도 하다'는 전제로 사후의 이야기를 전개 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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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는 어느, 놀이 공원의 정비 반장으로 수십 년간 근무했다.그 곳에서 안전 책임자였던 그는 83세 되던 해에 놀이 기구의 사고로 불의의 죽음을 맞게 된다. 그는 죽기 직전, 위험에 빠진 한 어린 소녀의 생명을 구하는 데, 죽은 후에는, 천국의 입구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에디가 만난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에디와의 우연한 만남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지며 죽음을 당한 사람, 에디가 태평양 전쟁 당시 입대하여 필리핀 제도 근처에서 포로가 되었을 때 에디의 다리에 총상을 입혔으나 결국 부하들을 살리고 자신은 지뢰를 밟아 사망한 옛 상관 , 놀이공원 사장의 아내 루비, 젊은 시절 연인이자 아내였던 마거릿, 생전에 미움의 대상이었던 자신의 아버지, 전쟁 수행 중에 뜻하지 않게 자기로 인해 죽음을 당한 어린 소녀.. 등이다.
이 세상의 삶이란 기쁨과 슬픔, 인연과 악연과의 우연한 만남의 연속처럼 보인다. 자리를 뜨자말자 번개가 내리치기도 하고 막 탑승시간을 놓친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삶에서 우연한 행위란 없다. 에디는 위에서 만난 다섯 사람들을 통해서 그가 생전에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다고 믿었던 그들이 사실은, 모두 얽혀진 운명으로 만났으며 그 만남들은 서로의 운명을 바꾸고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상처와 기쁨 혹은 생과 사를 서로 주고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얼핏 보기에, 별로 내세울 것이 없이, 평범한 인생을 살았던 에디의 삶은 다른 이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으며, 결코 평범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인생은 의미와 가치가 있으며 그 가치는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타라망처럼 '모든 삶은 엮여 있다.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 놓을 수 없으며 평범한 삶이란 없다. 그리고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의 교차에는 공평함이 없다.' 다만 인연으로 얽혀, 서로 주고 받을 뿐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모든 것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죽고 태어남도 한 개인에게는 큰 일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부분일 뿐이다. 이 세상에 악연만 있다면 삶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천국의 존재를 상상하며, 독자들에게 생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교훈을 주고 있다. 에디가 발견한 것은 진정한 행복은 북적이는 식당, 소박한 생활, 연인과의 사랑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사랑은 빗물처럼 위로부터 기쁨을 흠뻑 머금고 무성해진다.' 우정, 용서,희생, 분노 탈피의 경험은 에디에게 평화를 주었다. 그리고, 모든 인연들과의 사랑은 시간과 함께 소멸되지만 추억이라는 동반자를 만나 연장된다. 무엇보다, 사랑했던 추억은 죽음을 넘어서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고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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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미치 앨봄 지음>을 읽고ᆢ
(하이네, m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