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속의 섬, 영양 그 숲의 품에서 꽃구름 김 현 희
그곳은 정말 그랬다, 보는 대로 산이고 보이는 건 모두 숲 이였다.
머리를 들면 작은 호수 같은 파란 하늘에 흰 파도 같은 하얀 구름이 흐를 곳을 몰라 생각에 잠겨 있는 곳이다.
수하계곡의 맑은 물은 빛나게 흐르고 있었다. 그 많은 고추밭도 아직은 한 여름이라 그냥 그대로 고추나무 숲이 되어
짙푸르렀다. 맑았다
아주 눈이 시리도록.......
이 섬 영양에는 자주 사람들이 오지를 않아서 평소엔 고즈넉하지만 여름철만 되면 계곡으로 또는 검마산 휴양림으로
산림 욕을 하며 쉬러 오는 사람들로 종갓집 잔칫날 같다.
해의 정기로도 모자라 달의 기운까지 받았다는 일월산은 봄에 향긋한 산나물 키워내고는 제 할일 다한 양 어쩌자고
저리 짙푸르게만 서있는지........
저 숲에 들어가면 수많은 야생화들이 겸손하게 그늘을 지키고 있으리라
무공해햇살을 지나고 무공해의 초록 어둠이 내려 깔리면 그야말로 이 섬엔 별들만 보이는 호수 같은 하늘뿐이다.
금강 송림이나 자연 휴양림도 좋지만 영양 산촌 생활 체험관이 너무 정답고 생태 박물관을 돌아보고 천문대서 보는
별들은 밤하늘에 보석을 뿌려 놓은 듯,
저마다의 전설을 이야기 하며 빛나고 있는 것이다.
은하수 위로 곧 오작교가 세워지고 견우와 직녀가 만나기라도 할 것인지 견우별과 직녀별은 안타까운 눈동자로 글썽이며
빛나고 있는데 천문대서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별들은 또렷하여 곧 뭐라 얘기 할 것 같은 아득한 그때
내게 말을 걸어오며 반짝이던 잊혀 진 사람의 눈동자일까?
여름은 떠남의 계절이라 하지 않는가?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계곡으로 물 건너 비행기 타고 가는 사람도 올해는 참 많았다고
한다.
사람은 모두 자기 있는 곳에서 떠나 자기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나 보다. 섬을 보려면 섬을 떠나야 섬을 볼 수 있으니.......
핀란드 디자이너의 휴가 계획을 소개하고 싶다. 많은 핀란드 인들에게 에너지의 근원은 '숲'이며, 그들은 1년 중 한두 달 정도를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숲'에서 나무와 풀, 물과
공기 등 자연과의 철저하게 조우를 즐긴다고 한다." 참으로 부러운 휴가 문화가 아니겠는 가?
정채봉 시인의 '눈을 감고 보는 길'에서 보던 이런 곳은 한번쯤 가고 싶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것을 찾아가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지요. 저 하늘의 별들이 쏟아질 듯이 반짝이는 하늘 밑.
맨발로 걸어도 유리조각에 다칠 염려가 없는 풀밭이며 모래밭, 여치 노랫소리도 은은히 들을 수 있고, 따개비 날갯짓도
소리도 들리는 언덕 밑. 거기에는 개똥벌레가 우리들 어린 날의 꿈처럼 달려가고 있을 테지요. 전기가 없는 거기에서
촛불과 우리의 그림자를 돌아보고....,.... 차 한 잔을 홀로 끓여 마시는 그 정적에서 우리의 도시 그을음이 비로소 털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쉼에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긴 하겠지만........ 현대의 피난처는 도시의 소음 법석으로 부터 벗어나 있는
외딴 두메가 아닐는지?"
이 글에 맞는 곳 에서 남편의 회사 정기 수련회를 하였다.
130여명의 직원과 가족들의 하계 수련회였다.
영양군에서 지은 청소년 수련관 전관을 청정지역답게 반딧불이 생태체험관이 있고 방 이름도 반딧불 이름을 붙인 아담하고
쾌적한 시설이 편리하게 되어있어서 여행에서의 불편함도 없었으니 별보며 달 보며 벌레 소리만으로 청하는 잠은 달 콤 하였다.
아침에는 감동이 넘치는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부르는 합창순서가 있었고
생애의 지침과 삶의 디딤돌이 될 만한 영혼을 위한 쉼의 세미나도 있었다. 저녁에는 예쁜 야외음악당에서 영상음악회도 열렸다.
세계적인 성악가와 유명한 지휘자에 따라 연주 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사라장의 심금을 울리는 감탄할 만
한 연주를 깊은 숲속에서 듣는 것은 정말 황홀한 일이다.
앞산에서 달빛이 살금살금 올라오는 시간엔 모닥불을 피워 놓고 별들 아래서 부르는 노래와 평온한 웃음은 일상에서 찌들은
속내를 비워주는 세정제 같았다. 그 시간만큼은 풀벌레 소리도 밤새 소리도 인간의 놀라운 연주를 듣는다. 지휘자에 따라 합창하는
그야말로 명곡과 여름에 어울리는 영상을 곁들인 사운드 오브 뮤직 의 저 알프스 산자락에서 부르는 노래를 따라 박수치며 행복해
하는 모습들!!!!
나이든 사람 들은 푸르른 시절에 친구와 연인과 함께 설레며 영화를 보았던 사연과 장면을 떠 올릴 것이고 아이들은 그 장면을
설명하지 않아도 만국 공통어인 아름다운 선율이 주는 감동으로 즐 거워 할 것은 분명하다. 해 뜨는 쪽이 가까운 곳인지라 새벽
다섯 시도 못 되어 매미들 의 합창을 시작으로 어제 저녁 달 떠오르던 자리에서 해가 솟아오르면 산새들과 합창하는
하모니는 대자연의 감동스런 작품이어서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한다.
청록파 시인 중에 한사 람 조지훈시인의 생가가 있는 주실 마을과 소설가 이문열 생가가 있는 두들 마을 <노을>의 시인 오일도의
생가 같은 명문가 마을이 있어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관들과 문화 마
을도 많은 배움을 주는 곳이다. 청소년들이 이곳에 와서 얼마간 이런 경험을 한다면 공동체 의식과 자연에서의 신선한 체험과
호연지기를 기를만한 것들을 충족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여전히 이 고장의 품격을 높이고 있고 학창시절 누구나 외웠을 <승무>를 다들 얼마쯤 읊조리며 잠시 시심에 젖어 보기도 하는
것이다. 영양은 문향의 고장이다. 영양을 비롯해 그 주변 청송에는 <객주>의 김주영 소설가가 태어난 곳이며 안동에는 청포도의
시인 이육 사의 고향이고 여류시인 유안진의 고향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어진 인격과 뛰어난 학문 활동으로 유학의 거장
퇴계선생이 시를 쓰며 후학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던 도산서원이 있는
유서 깊은 곳인데 지자체에서는 경북 문학관광 벨트를 구상한다고 한다. 모쪼록 취지에 맞 게 그분들의 정신과 문학의 향기는
배워가되 조용한 자연에 위해를 가하는 우를 범치 않기 를 기원할 뿐이다.
온 계곡과 바다가 사람들로 몸살을 앓고 있어 역기능도 있지만 사람들
많지 않은 조용한 곳에서 며칠간의 휴가는 살아가면서 많은 유익을 준다.
어쩌면 이곳은 소나무가 이렇게도 멋있는지..........
금강소나무 쭉쭉 뻗은 멋진 모습에 나무껍질은 강한 붉은 빛을 뛰고 잡목 속에 있으니 그야 말로 군계일학이다. 숲이 깨끗한
산소를 공급해주니 영양의 공기는 값으로 치면 고가의 명품 공기일 것이다. 피로는 금강 송의 향기로 날려 보내고 한층 유연성하고
유쾌한 사고를 가지고 자기 자신과 가정과 직장에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이 휴가의 참 목적이 아닐까?
심신을 숲으로 치유해주는 오래된 흑백 사진 같은 풍경이 주는 편안함 속에 자연 치유 마을도 있다 하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시간도 쉬어가는 곳 경북 오지의 영양은 현대인의 상처를 보듬어 주며 치유의 숲을 키우고 있었다. 수하계곡 물소리와
<육지 속의 외딴 섬 영양>에서의 휴가는 만족스런 재충전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삶에 분주한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던 날에
고운장면 하나를 회상하며 슬며시 미소 짓게 될 삼박사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