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한가운데
은행나무밑 쉼터벤치에 앉아
데이지와 대화한다
멀리 고속도로 소음은 들리지만
골짜기 구름밭에 온전히 홀로
풀과 나무와 바람과 마주하고 앉았다
하늘엔 구름한 점 없어도
미세먼지로 시야는 흐릿하다
그래도 이게 웬 복이냐
앞으론 더 심해질진데
오늘이 최상청명날이다
서쪽 박달산 구릉을 타고
흘러오는 바람
한여름 서풍은 소나기바람이지만
지금은 더운 작물들 달래주러
마실내려오는 해동갑 친구
미선나무 꽃 진 자리 채우고 올라온
너 샤스타데이지 ,
만개한 후 꽃씨를 퍼뜨릴 양으로 길게 누우면
짤뚱하게 잘라
원하는 곳에 던져주랴?
함께 피어난 함박꽃도 보고
하루맞이 말갛고 노란꽃 천년초며
그 빨간 열매며
금불초
쑥부쟁이
구절초가 차례로 피어날
두평 방
한공간 함께 살며
차례차례 사이좋게 꽃피우는
계절살이 꽃들은
피난살이 비좁은 판잣집 한지붕아래
이집저집 차례로
자식들 살림내듯
그리 잘 살아낸다
꽃피워낸다
양지바른 옆동네 강남
볕좋은 너른 꿀풀밭엔
씀바귀꽃 고들빼기꽃과 함께
보랏빛 꿀풀꽃이 점점이 활짝 피었다
길 건너 앞동산엔
아까시와 찔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고
눈앞의 은행나무그늘속 풀섶에서
모질게 자라난 한포기 꿀풀은
아직 깊은 잠속에 기지개도 못 켰다
소위 양지바른 동네 강남은 강남이고
은행나무할배그늘에서도
부모 손 놓친 손주같은 꿀풀이 잘도 자라고
어려서 고생해도 제갈길
잘도간다
두어시간만 햇볕봐도
꽃피고 성장하는 생명줄
그늘속 아가들아
異國살이 청년들아
너희의 때도
반드시 돌아온다
모든 돌은 흙이되고
모든 풀도 흙이된다
이 세월을 딛고서면
너의 세대는 돌아오느니
귓가에 솔솔부는 바람이
다시 속삭인다
은밀히 바스락거려도
그들은 다 알아듣누나
쓸쓸한 이들에게 보내는
꽃편지
한 쪽
늦봄
5월
어느날
카페 게시글
구름밭 풍경/일상의 대전환
은행나무아래앉아/월세없는 계절살이
智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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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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