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비행기로 우리 느림보의 최정예 멤버들은 한 분도 빠짐 없이 일본 북알프스로 원정산행을 떠나 버렸기 때문에
상주 청계산 산행은 보나 마나 뻐언 하다.
흑싸리 껍띠기나 똥쌍피 몇 장만이 얼쩡 거릴 느림보 화요 산행을 가느냐 마느냐로 몇날 몇일을 고심타가 끝내는 장도에 오르기로
고심에 찬 결단을 내리고 느림보 리무진 탑승지인 오리역으로 설렁 설렁 걸어 가노라니 흐미
평소 꽉 찬 내공 덕분에 감히 범접키가 어려븐 카타리나님이 마치 카나리아를 연상 시키는 미성으로 반가이 인사말을 건넨다.
오늘 하루 일진은 한마디로 튿어 지는 날이닷.
차내에 오르니 우리 느림보의 최연장 어르신인 장 사장님께서 전날 일본 중앙알프스에서 발생한 한국 등산인 조난 사고를
거론 하시며 강 대장님을 비롯한 우리 느림보 식구들의 안위를 몹시도 염려 하신다.
손주 손녀들을 대하는 듯한 자상함에 잠시 내 눈시울이 붉어 진다.
오늘 산행을 시작할 갈령 즉 칡고개에 마침내 당도하니 날씨 끈내 준다.
콩과 식물인 칡은 잎,줄기 그리고 뿌리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참으로 유용한 구황 식물이다. 잎은
가축 사료로, 줄기는 섬유질이 아주 강한 탓에 동앗줄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뿌리는 한방에서 말하는 갈근차로 음용하고
뿌리 속의 풍부한 녹말가루는 갈근이라고 하여 말려서 먹는데 우리 어릴 적엔 시골에서 감자가루를 갈근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칡은 배수가 잘 되는 양지 바른 언덕에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칡이 많이 자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습한 기운이 별로 없다.
지방도를 다니다 보면 일톤 트럭에 강아지 대가리만한 칡 뿌리를 잔뜩 실은 칡차 장수를 왕 왕 만난다. 길이가
족히 일미터는 넘어 보이는 저룬 굵은 칡뿌리는 삽이나 곡괭이로 파 들어 가면 세월 없다.
일차로 쉽게 파지는 삼십 센티미터의 표토(top soil)를 삽으로 걷어 내고는 칡뿌리 위에 세 개의 쇠파이프를 엮어 세우곤
그 아래로 도르레의 원리를 응용한 체인 불록이라는 기구를 매 단다.
체인 블록의 체인을 칡뿌리 머리에 엮어 매곤 쇠줄을 슬 슬 잡아 당기기만 하면 아주 손 쉽게 칡뿌리가 땅 위로 올라 온다.
오늘은 우리 강 대장님께서 일본 원정산행을 나가신 탓에 대원들의 안전산행을 염려 하신 아리수 총대장님께서 나에게 참으로
막중하고 주요한 임무를 부여해 주신다.
후미 최선두 대장보. 흐 흐.
대장이란 말이 들어 가니 언듯 그럴듯해 보이는 보직 같지만 알고 보면 별 것 아닙니더. 구냥
대열의 맨 꼴찌에서 어슬렁 거리며 두발로 후미 대장님의 보조 역활을 했다는 겁니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은 이곳 상주땅 가은이란 곳에서 아자기의 아들로 태여 났다. 그런 연유인지
청계산엔 허물어 지고 있는 옛 산성과 대궐터가 있고 산자락 청계사 인근엔 견훤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 있다.
성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수도 서울 즉 남대문 동대문을 연결하는 성을 도성이라고 하고 홍성이나 낙안에 있는 즉 읍내 평지에 쌓은 성을 읍성이라고
하는 반면에 오늘 청계산 처럼 높은 산에 쌓는 성은 산성이라고 하는데 산성도 여러 종류가 있다.
산성을 쌓을 때 물을 취수하는 방법에 따라서 즉 산꼭대기에 자연수가 솟아 오를 적엔 산 정상부를 삥 둘러서 산성을 쌓는데
이를 퇴뫼식이라고 하고 정상부에서 취수를 할 수 없을 경우엔 계곡을 산성 안으로 끌어 들이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를
포곡식 산성이라고 한다.
서울 아차산과 충북 단양 영춘면에는 온달 산성이 있는데 이런 산성은 높은 곳에서 적의 동태를 쉽게 살필 수 있는 감제 고지에서
초소의 임무를 띈 산성이랄 수가 있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산성은 적의 외침이 있을 경우에 살던 마을엔 양식 한톨 남기지 않고
쓸만한 것들은 모두 태워 버리는 즉 청야 작전을 펼치고는 적이 물러 갈 때 까지 산성에 들어 가서 버팅기는 즉 농성 역할을 하는
산성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청나라 침공시 남한산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조그만 물구덩이가 있는 대궐터와 오랜 세월 속에서 그 본래의 모습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는 산성의 자취를 보면서 깊은
상념에 젖어 본다. 외적의 침입이 얼마나 흉포 하였으면 이리도 험하고 높은 산에 올라 산성을 쌓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 까?
청계사로 내려 오는 하산길은 생각보다 너무나 멀고도 길다.
습한 계곡길 이지만 물은 별로 없고 등산로 또한 뚜렸하지가 않아 왕짜증이 슬 슬 나기 시작한다.
온 몸에 진땀은 줄줄 흐르고 우거진 잡초 사이를 걷노라니 반바지를 입은 내 종아리엔 잡초들이 스쳐 지나 가는 느낌이 여엉
구렇고 구렇다. 이때 쯔음이면 어느 넘이
팔을 비틀고 등을 떼 밀었거나 부모님이 시켜서 온 산행이라면 아마도 입에 개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선창 이라는 트롯트 한 곡을 혼자서 불러 본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와앗떤가 비린내 나는 부두웃가에...
하염 없는 발걸음을 터덜 거리며 걷고 또 걷노라니 저승길에서 만난 조상님들 보다 더 반가븐 느림보 리무진이 내 시야에
들어 온다.
등산 베낭은 대충 팽개 치곤 바지 입은 채로 우선 계곡물에 입수를 하는데 드디어 오늘의 일진이 풀리기 시작한다.
같은 물웅덩이에 아침에 오리역에서 만났던 지성미의 종결녀 카타리나님이 몸을 담구고 계신다.
내 대가리에 털 나고 처음이다. 으슥한 산 속에서 남녀 혼탕이라니
벌써 이태가 되었나? 어느 화요 느림보 산행에서 아침 간식으로 맛난 떡을 돌리던 강 대장님께서 사십대 아줌마로만 보이는
카타리나님께서 놀랍게도 손주를 보셨다면서 이 떡이 그 떡이라시던 기억이 어렴풋한데 벌써 그 손주가 두 돍이 다 되어 간다고
하시면서 재롱이 보통이 아니시란다. 말을 너무도 이쁘게 잘 해서 구엽기가 짝이 없다면서 한참을 잼 나게 대화에 열중하고
있는 내 옆 얼굴이 심하게 따끔 따끔 거린다.
고개를 돌려 계곡 옆 언덕 위를 바라노니 문제의 에쉴리 여사님께서 살기가 등등한 눈길로 우리 쪽을 쏘아 보고 있는게 아닌가?
아예 무시해 버리고 물장구 치면서 다람쥐 쫒으며 잼 나게 한참을 더 놀고 있노라니 마침내
모란시장 좌판에서 산 싸구려 고무 쓰래빠를 신은 여사님께서 텀벙 텀벙 물소리를 내면서 우리쪽으로 다가 온다. 촌각도
지체하지 않고 난 동시 팻션으로 션한 물 속에서 일어 나서 밖으로 나와 버렸다.
갑자기 물 밖으로 나온 이유가 도대체 머냐구요?
난 에쉴리 여사님이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샅샅이 알고 있기 때문이졍. 흐 흐
전 사장님과 홍 쉐프님께서 면을 삶았는데 면발이 기가 막힌다. 큼직한 사발면 그릇에
얼음 그득 채운 콩물을 한껏 붇곤 강 대장님표 겉저리 김치를 덮어서 입으로 훌훌 털어 넣으니 세상 그리운 것이 업따.
이런 무더운 장마철을 마다 하지 않고 내가 느림보를 찾아 어려운 발걸음을 하는 이유는 꼬옥 이런 환상의 뒷풀이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느림보 식구들은
아주 고운 향내가 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진솔한 삶을 사시다 여가 시간이면 우리 느림보를 찾는 벗님들을 만나 온하루를 왼통 함께 할 수가 있음은 그 자체가 축복이랄
수가 있다. 콩국수
두 사발을 깨끗히 비웠다. 근데 지난 여름에 에쉴리 여사님이 무슨 짓꺼리를 했는지가 계속해서 궁금하시다구요?
어느 해 여름 강원도 아침가리골로 계곡 산행을 하다가 우연히 물이 배꼽 정도 까지 차는 계곡물을 강 대장님,에쉴리 여사님
그리고 내가 일렬로 걷게 되었는데 갑자기 맨 앞에서 걷던 강 대장님께서 절박하신 모습으로 손짓을 하시면서 자기 쪽으로
오라신다. 혹시 발을 다치셨나 하고 급하게 물살을 가르며 다가 가니
딥 슬로우트 (deep throat) 라고 함니껴? 아주 나지막 하면서도 그윽한 목소리로 앞으로 계곡 산행에선 절때로 에쉴리님 뒤에서
얼쩡 거리지 말라고 하신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쉬야가 먼지 아시져? 남녀를 불문하고 션한 물에 몸을 담구면 오줌이 설설 나오기 마련인데 여사님은 그 양이... 캬캬.
오늘은 이 정도로 봐 주지만 함만 더 깨불어 바라.
우리 느림보 최정예 요원들이 일본 북알프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신 모습으로 인천공항에 당도하시길 간절히
기원 드리며 펜을 놓습니다.
분당 탄천변에서 북아메리카 울버린 돌삐 드립니다.
첫댓글 항상 즐겁고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쉬야~~~ㅋㅋㅋㅎㅎㅎㅎㅎㅎ
에고 내가 미친다니까실히 심어주심 감사드리고 짜중
산행을 하고나면 그곳에 이런곳이였구나 싶게 머리속에 한가지만큼은
고놈의 말도 아니되는 쉬야는
무더운 날씨에 산행하시느라 수고 많이하셨어요. 돌삐선배님! 산행~~야기 너무 재밋게 구독하고 있어요.ㅎㅎ 근데요? 뻐언 하다가 무신 소리지요? 째매 덥지예!! 건강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대구 능금 미인 참소리님! 잘 계시는지요?
요즘 산행이 뜨음 하셔서 근황이 궁금 합니다. 경주 말투로
이놈의 속 시끄러븐(골치 아푼) 세상 훌훌 털어 버리고 맨날 산행이나 다니면
좋으련만 세상사 맘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갈령재 아랫 동네가 제 고향인데 저보다도 더 잘 표현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가끔 고향에 가지만 갈령재는 새로 뚫린 터널로 인해 낭만이 사라지고
글을 보며 옛 추억에 잠깁니다
제고향 근처인데도 못올라본 산이라 무지궁금하고 올라보고 싶고...
하긴 몇년전 새벽에 출발해 버섯을딴다고 이 근처에서 맴돌다 그냥 내려온 기억이 있습니다.
오나가나 에쉴리 여사님은 사고뭉치구먼요...ㅋㅋㅋ
믿거나 말거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