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계(折桂)’라는 단어가 있다. 한(漢) 무제(武帝) 때의 일화에서 비롯했다. 극선(郤詵)이라는 인물이 조정에서 인재를 뽑을 때 선발돼 자사(刺史)라는 벼슬까지 잇따라 오르자 무제가 물었다.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극선이라는 사람은 “계수나무 숲 속의 가지 하나, 곤륜산의 옥돌(桂林之一枝, 昆山之片玉)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그 후에 ‘계림의 가지를 꺾다’라는 ‘절계’라는 단어가 과거(科擧) 등의 시험에서 1등으로 급제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 나무는 우리에게 계피(桂皮)를 제공하는 계수나무가 아니다. 차라리 월계수(月桂樹)라고 해야 옳다.
월계수는 우리의 동요에도 등장하지만 그 유래는 훨씬 오래다. 달에 있다는 궁전이 광한궁(廣寒宮), 그 앞의 나무가 월계수다. 아무리 도끼로 쳐내도 곧 자라는 전설 속의 나무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달 속의 이 나무 이야기를 구전(口傳)으로 이어왔다.
로럴(laurel)이라고 부르는 게 올림픽에 등장하는 월계수다. 원래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로와 관련이 있었던 나무로, 고대 올림픽에서 마라톤 경기 등의 승자에게 씌어주던 관(冠)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 나뭇잎과 가지를 한데 엮어 만들었던 것이 월계관(月桂冠)이다.
이를 뜻하는 영어 단어 ‘laurel crown’이 ‘월계관’이라는 한자 단어로 번역되는 과정의 주역은 앞에서 언급한 달 속의 광한궁과 월계수다.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 이후로도 최고의 영예를 차지한 사람에게 달나라에서 월계를 꺾다는 뜻의 ‘월궁절계(月宮折桂)’라는 표현을 썼다.
서양의 그리스 전통이 동양으로 소개될 때 그 번역자들이 중국의 월계수를 사용해 ‘로럴 크라운=월계관’으로 옮겼을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서양의 문명을 그대로 번역해 낼 수 있는 대단한 콘텐트를 보유한 나라다.
그러나 중국이 개최한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찬란한 문명 속에서 뽑아 올린 압축적인 콘텐트가 눈에 띄지 않아서다. 대신 거의 몸매를 드러낸 듯한 정체불명의 이상한 원피스 차림의 도우미, 화려한 불꽃, 피아노 줄을 동원한 거창한 공연만이 눈에 띈다. 물질적 과시는 있되, 정신적 소구(訴求)는 없다. 중국인 마음속 월계수는 이제 사라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