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구조로 확대될 경우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등 해상 루트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특히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경우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불리는 아시아에 공급될 중동산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란은 2011년을 비롯해 미국의 제재를 받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중동지역 원유 매장량은 세계 전체의 50% 수준으로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하루 2100만 배럴이지만 우회 수송관의 수송능력은 790만 배럴 수준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쳐 그대로 오일쇼크로 불릴 만큼 국제유가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은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 줄어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유가가 배럴=140~157달러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배럴당 최대 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컨설팅업체 EY 파르테논과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도 150달러대 오일쇼크를 경고했다. EY 파르테논은 유가가 현재 배럴=약 85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오르면 세계 경제에 2조 달러의 손실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수십 년간 세계가 목격한 것 중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동산 원유로 인한 세계적 경제 충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미국에서도 전쟁 장기화를 막자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유가 급등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표를 잃을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이 특히 이집트와 요르단 등 에너지 수입국에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38%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에서 수입해 온 가스마저 끊기게 됐다. 언론은 전쟁 여파로 중동의 교통이나 물류가 불안정해지면 제조업 침체와 관광객 감소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은 또 전쟁 장기화가 중동의 불안한 식량 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동의 식량 불안 인구는 지난해 기준 3400만 명이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 "전쟁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
한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참전 등 중동에서의 전쟁 확대 시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등으로 한국 경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를 예측할 때 기준으로 삼은 국제유가는 배럴당 84달러였다. 그러나 이미 유가는 9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어 유가가 더 오를 경우 내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한국 식료품음료 물가는 5% 이상 올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이와 관련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중앙일보에 전쟁으로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주변국과의 무역 관광 등 서비스 수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2.4%로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