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뱅뱅
민정순
바삭 파티
노릇노릇
뱅뱅이를 속기하며
어머나! 어머나!
빙 둘러앉은
빙어들
도리뱅뱅이
수삼
고추장
당근
붉은 고추
대파
참이슬
민물 한잔
요리조리 허공을 돌려가며
도리도리 얼음꽃 피운다
언 강물 한 접시
파닥거린다
----민정순 시집, {따뜻한 모서리}에서
‘도리뱅뱅’이란 무엇인가? 도리뱅뱅이란 민물고기(피라미, 빙어)를 프라이팬에 둥글게 튀겨놓은 음식을 말한다. 충북제천의 의림지와 대청댐 주변에서 비롯된 이 도리뱅뱅이는 생선튀김, 피라미조림 등으로 불리다가 오늘날의 ‘도리뱅뱅이’로 정착됐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식으로 민정순 시인의 ‘도리뱅뱅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도리뱅뱅이는 동그랗게 “바삭”하고 “노릇노릇” 튀긴 향토음식(형상인)이며, 그것은 빙어, 수삼, 고추장, 당근, 붉은 고추, 대파 등으로 되어 있다(질료인). 도리뱅뱅이는 시인과 친구들이 저수지나 호수로 낚시를 가서 물고기를 잡아 튀긴 것(동력인)이며, 그것은 친구들과 함께 빙 들러앉아 참이슬 한 잔과 민물 한 잔을 나누며, ‘얼음꽃’(이야기꽃)을 피우기 위해 만든 요리(목적인)라고 할 수가 있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 인간들은 왜, 살고 있는가? 인간은 살기 위해 먹는가, 아니면 이 세상의 삶을 즐기기 위해 먹는가? 그 옛날에도 정월대보름과 추석과 설날 등의 수많은 축제의 날이 있었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절대 빈곤과 기아선상에서 시달리던 시절에는 살기 위해 먹었을 것이고, 이 풍요로운 21세기에는 모두가 다같이 즐기기 위해 먹을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잡식성 동물이고, 동물성과 식물성 등, 그 어느 것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다 먹는다. 몇몇 극소수의 독초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식물들을 다 먹고, 대부분의 동물들과 곤충들, 그리고 수많은 어패류들마저도 다 잡아먹는다. 이것이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우리 인간들의 위용이고, 수많은 요리문화는 우리 인간들의 미식취미와 그 즐거움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가 있다. “바삭 파티/ 노릇노릇/ 뱅뱅이를 속기하며/ 어머나! 어머나!/ 빙 둘러앉은/ 빙어들/ 도리뱅뱅이"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주고, ”수삼/ 고추장/ 당근/ 붉은 고추/ 대파/ 참이슬/ 민물 한 잔/ 요리조리 허공을 돌려가며/ 도리도리 얼음꽃 피운다/ 언 강물 한 접시/ 파닥거린다"라는 시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모두가 다같이 친구이고 천사이며, 민정순 시인의 ‘도리뱅뱅이’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고, 모두가 다같이 즐겁고 기쁘게 잔치음식을 즐길 수가 있다.
프라이팬은 우주이며, 살아 있고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은 요리사의 솜씨 안에 존재한다. 음식은 영혼이고 육체이고, 음식은 꽃이고 향기이고, 음식은 놀이이고 맛이고 그 모든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삶을 즐겁고 기쁘게 살기 위해 먹는다.
시(음식)가 시인(요리사)을 위해 존재하는가? 시인인 시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것은 동서고금을 통해 매우 소중하고 큰 질문이며, 어느 철학자도 함부로 그 정답을 말할 수가 없다. 시의 문학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따져보면 시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만, 그러나 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시인이 시를 위해 존재한다. 시인은 우리 인간들의 언어와 사상을 창출해내는 천지창조주이며, 따라서 전인류의 애송시를 쓰기 위해 모든 피와 땀을 다 쏟아붓지 않으면 안 된다.
시는 시인의 존재의 기원이자 존재의 근거이며, 그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 목적이라고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