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본입찰 흥행 실패, 남은 건 재매각 가능성 높은 사모펀드들뿐 배민 점유율 강화 위한 요기요 경쟁력 약화…1조2000억이 적정선? 매각 기한 1달 넘으면 이행강제금에 최악은 인수 무효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배민), 요기요 로고. 그래픽=이진휘 기자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요기요 매각이 흥행 참패로 난항을 겪고 있다. DH가 배달의민족(배민)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요기요 경쟁력을 떨어트린 결과란 시각이 팽배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DH는 최근 요기요 인수에 관심 있는 누구나 후보자 제안서를 받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DH가 사실상 매각 후보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DH는 예비입찰 이후 지난달 본입찰 마감 일정을 두 차례 연장하기도 했다.
이는 앞서 매각 초기부터 관심을 보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등 강력한 후보들이 인수전에 최종 불참한 영향이 크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털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만 인수 의사를 밝혔다.
DH 입장으로서는 요기요가 사모펀드에 넘어갈 경우, 이를 다시 경쟁사에 재매각한다면 시장 경쟁이 힘들어 진다. 사모펀드는 경영권 인수 후 구조조정, 사업분할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린 후 재매각으로 차익을 얻는 걸 목적으로 하기 쉽다. 대표적인 예로 오비(OB)맥주가 있다. KKR과 어피너티 등 사모펀드는 지난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밀어내기 관행을 없애는 등 유통 효율화를 추진해 2014년 AB인베브에 재매각해 4조원대 차익을 낸 바 있다.
요기요 흥행 실패는 매각 희망가로 내건 2조원 가격이 비싼 탓이다. 인수 후보자들은 1조원대 수준으로 요기요 가치를 평가하고 있어 2조원은 비싸다는 시장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요기요 연간 거래액은 1조8200억원으로 배민(7조2500억원) 대비 기업가치가 0.66배인 점을 감안할 때 적정 인수가는 1조20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약화된 요기요 경쟁력이 매각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요기요는 DH가 배민을 인수하기 전인 지난 2019년 9월까지만 해도 점유율 41.1%로 배민(50.9%)과 시장을 양분했다. 요기요 점유율은 이후 하락을 거듭하다 올해 1월 기준 17.9%까지 주저앉았다.
요기요가 후발주자 쿠팡이츠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추세도 매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올해 2월 사이 서울과 수도권 지역 쿠팡이츠 앱 순 방문자 비율이 2%→20%로 급등하는 동안 요기요는 39%→27%로 크게 줄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플랫폼 M&A와 독·과점: 배달앱 기업결합 사건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고수해 온 단건배달이 전국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었다“며 “하지만 공정위 결정 이후 6개월이 경과한 현재 쿠팡이츠는 주요 광역시와 강원, 전라, 제주 등에 진출하는 등 전국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기요는 아직 점유율 2위 업체지만 쿠팡이츠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순위가 뒤집히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속적으로 인프라 확대를 강행한 쿠팡이츠와 달리 요기요는 물류시스템, 라이더 채용 등과 관련해 투자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DH가 배민 인수합병을 위해 요기요 경쟁 요소를 떨어트린 결과가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DH는 최근 요기요와 함께 매각하기로 했던 배달통 사업을 철수하고 요마트 사업 부문 매각은 철회하는 등 배민의 잠재적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사전작업을 해왔다. 또 요기요는 단건 배달 경쟁에서도 한발 물러섰고 라이더 수수료 지급에서도 소극적 운영을 하고 있다.
업계에선 DH가 배민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배민을 4조원대에 사고 배달 시장 1위 기대감에 부풀어 요기요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배민 샀을 때와 지금 시장 상황은 천지 차이인데 요기요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니 2조원 요기요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DH는 요기요 매각 기한이 1달도 채 남지 않아 시간이 촉박한 처지에 이르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DH의 배민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 시한을 오는 8월 2일까지라 못박았다. 협상 시한 등을 감안하면 인수 후보자 선정에 서둘러야 한다.
매각이 불가피할 경우 최대 6개월 연장이 가능하나 매각 대금은 기대치보다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DH는 이행강제금으로 매일 5억원(배민 매각대금의 1만분의 1인) 가량 벌금도 내야 한다. 최악의 경우 배민 인수가 무효화될 수도 있다. 사모펀드들은 매각 기한이 임박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기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DH는 공정위에 배민 인수에 대한 재심사를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공정위가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 같은 배달 경쟁 업체가 많이 성장한 시점에서 현재 점유율이 떨어진 배민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라며 “DH가 원하는 최선책은 공정위에 요청해 요기요 매각 결정을 철회하는 것인데 여기서 실패하면 결국 가격을 낮춰서 매각 기한 안에 매각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DH는 요기요의 전산 핵심 인력과 배달 장비, 인프라, 데이터를 배민으로 옮겨서 배민을 주력으로 만들고 요기요 경쟁력은 떨어트리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요기요는 매각되는 순간 배민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기 때문에 DH 입장에서 요기요가 배민에 버금가는 실력을 가져선 안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