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련 개인전
색동-내 영혼의 빛
그는 수년 동안 일관되게 연꽃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려왔다.
그에게 있어 연꽃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다.
연꽃은 오혜련의 희망과 이상, 도달해야 할 정신적 지향점의 상징이기도 하다.
글 : 임두빈 (미술평론가,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2010. 12. 2 - 12. 16 이브갤러리]
[이브갤러리] 서울시 삼성동 91-25번지 5층 코디센빌딩 T.02-540-5634
홈페이지로 가기 http://evezary.co.kr/gallery/exh.asp
美의 이데아를 향한 환상적 색채와 선의 울림
오혜련은 독특한 비전을 지닌 여류화가이다. 그는 수년 동안 일관되게 연꽃을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려왔다. 그에게 있어 연꽃은 단순한 정물이 아니다. 연꽃은 오혜련의 희망과 이상, 도달해야 할 정신적 지향점의 상징이기도 하다. 오랜 옛날부터 동양에서 연꽃은 빛과 생명의 상징이었으며, 또한 연꽃은 오염된 곳에 처해 있어도 늘 맑고 깨끗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여 청정함과 순수함과 완전무결함을 뜻해 왔다. 불교에선 오랜 수행 끝에 번뇌의 바다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른 참된 수행자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하고, 연꽃의 형상에서 윤회의 상징을 보기도 한다.
그 옛날 성리학(性理學)의 시조 주돈이 (周敦頤)는 연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 오직 연꽃을 사랑함은, 진흙 속에서 났지만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안이 소통하고 밖이 곧으며, 덩굴지지 않고 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향기가 멀수록 더욱 맑으니....연은 꽃 중에서 군자라 하겠다.” 연꽃은 유학의 이상적(理想的) 인간형(人間形)인 군자(君子)에 비유되고 있는 것이다. 화가 오혜련은 연꽃을 그리면서 연꽃이 지닌 사실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취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상에 조용한 변화를 주면서 연꽃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꽃이 지닌 사실적 현실감을 대상에서 박탈시킴으로써, 연꽃을 연꽃으로만 보려는 대중의 일상적 시각에 새로운 변화를 주어, 연꽃이 의미하는 상징의 세계로 은밀히 사람들의 시선을 인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쓰고 있는 회화적 방법론은 전통적인 아카데믹한 「자연주의적 대상묘사의 6가지 원리」를 하나하나 해체 시켜 가는 것이다.
첫째 : 오혜련은 ‘공간성(空間性)의 일루전(illusion)'을 화면 속에서 해체 시키고 있다. 사물과 사물간의 현실적 거리감이나 대상의 입체성을 무시한 채, 색면(色面)과 선(線)의 비현실적인 환상적 울림을 중시하는 방법이다.
둘째 : 그의 화면에선 ‘신체성(身體性)의 일루전(illusion)'이 해체되고 있다. 화면에 그려진 대상은 현실적 이미지가 지닌 사실성이 무시된 채, 심리적 중요성에 따라 자유롭게 형상이 변형되고 있음을 본다.
셋째 : 그가 그린 대상은 화면 속에서 자유롭게 ‘물질성(物質性)의 일루전(illusion)'이 무시되고 있다. 물질성의 일루전이란 대상을 실감 있게 하는 중요한 고전적 회화 방법의 하나인데, 오혜련은 그걸 무시함으로써 대상이 지닌 시각적 현실감을 거부하고 대상을 내면적 환상의 세계로 전환 시키는 것이다.
넷째 : 또한 그의 작품에는 ‘묘형(描形)의 세부’가 무시되고 있다. 그는 사물이 지닌 세부적인 모양을 과감히 단순화 시키고 생략함으로써 이미지의 비현실성을 부각 시키고 있다.
다섯째 : 전통적인 ‘해부학적 비례의 정확성’을 무시함으로써, 대상은 그가 지닌 사실적 비례 관계에서 떠나 내적 중요성에 따른 주관적 비례 관계로 설정된다.
여섯째 : ‘대상의 색채’ 문제에 있어서 오혜련은 대상이 지닌 고정된 색채 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 색채는 대상에 종속된 요소가 아니라 대상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능동적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오혜련은 이번 개인전에서 연꽃 이미지 외에 튤립이나 목련, 공작새 등의 이미지도 화면에 도입 시키고 있는데, 모두가 환상적인 화법에 의해 현실과 초현실의 중간단계라고 말함직한 정조(情操)를 지니고 있는 작품들이다. 오혜련의 그림에서 바탕의 배경처리는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그림에서 배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제의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한 창조적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화가 오혜련에게 있어서 연꽃은 그가 추구해야 할 끝없는 美의 이데아의 표상이자, 끊임없이 회화적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 美의 수행자로서의 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오혜련 작가노트
모든 물체는 빛에 의하여 이미지의 상이 드러나게 된다.
빛은 모든 색을 품고 있다.
난 언제나 빛을 그리고 싶었다.
드디어 그 빛은 색동으로 탄생한다
나의 작품은 빛의 시각적 효과를 색동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미지들은 위에서 쏟아져 내리며 화면을 구성한다.
끊임없이 꿈틀되며 비상하는 생명들.
그들과 하나되는 순간
드디어
색동, 하늘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