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방법들은
어찌하여 이 모양 이꼴로 매냥 피곤한 것 뿐일까
고통의 다리를 뻗고 누워 안식의 깊은 잠을 청할
미래의 내 묘지가 사나와서 그런 것일까
주일날 늦은 아침
아득한 벌판에 홀로 서서 해바라기를 즐기고
그대로 어둑한 그림자가 되어 저물녘을 헤매일 때
내 사랑은 불란서 영화처럼 우아해질 수는 없는 것일까
때로,
유치했던 기억들은 몸살나게 아름다워
접어두었던 미래와의 약속을 새롭게 하거나
부재중인 희망도 달무리로 돌아오게 한다
그래서 침묵은 이다지도 낯선 것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뒤틀린 손금을 보고 진저리를 치겠지만
그리하여 지극히 간단한 보폭으로
악몽의 길고 긴 회랑을 빠져 나오겠지만
나는 그때 얼마나 가득해진 모습으로
병약한 내 인생의 녹슨 고리를 벗어낼 수 있을까
잘 영근 생각으로 선택의 생각을 공손히 다듬고
나를 가두고 있는 불치의 소문들도 떨쳐버릴 수 있다면
그때 내 사랑의 방법들은 좀 더 구라파식으로
좀더 삼류적으로 비감해질 수 있을까
사나운 잠자리를 탓하지 않고
원색의 현란한 꿈의 밧줄에
내 사랑의 방법론을 매달 수는 없을까
*전연옥 - 1962년 충남 아산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졸업
198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불란서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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