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신의 과오나 혹은 자녀의 잘못을 사과할 적에 주로 사용하는 말이
"제 부덕의 소치로 그렇게 되었사오니 넓은 아량으로 혜량해 주십시오'라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무지의 소치'도 있다. 여기서 소치는 어떤 까닭으로 생긴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무지의 소치'는 제대로 모르면서 아는 체 했다는 것으로 곰곰히 생각해 보면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하더라도 가을철로 접어 들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는 건수가
더러 있어 용돈벌이는 됐었다. 주로 학교 제자들과 지인들로부터 받는 부탁이었다.
주례를 부탁받으면 결혼식 전날은 목욕재계 하고 주례사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문구를
고치기도 하고 신랑 신부 이름도 다시 적어 넣는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난 요즘은
결혼식 건수는 옛날 같이 회복되었다는데 주례 부탁은 없어졌다. 주례없이 신랑 신부가
서로 손잡고 입장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주례사를 하면서 신랑 신부가 서로 돕고 의지해야 더 화목한 가정을 꾸려
갈 수 있다는 취지로 사람인자( 人 )를 가끔 인용하곤 하였다. 사람인자를 보면 세로로 약간
길게 뻗친 한 획에 머리에서 약간 내려온 위치에서 오른쪽 한 획이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따라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게 마련인데 새 가정을
꾸리는 일도 두 사람이 만나서 이제부터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사람인자가 지금의 모습으로 된 것은 중국의 진나라말엽 내지 한나라 초기
때의 예서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것이다. 3500여년 전 은나라때 만들어진 초기의 사람인자는
지금과 다른 현재의 들 입자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머리를 숙여 읍을 하고 있는 모습
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은 하늘과 땅과 다른 사람들을 공경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무지의 소치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염치도 없이 떠들었으니 쥐구멍이
라도 있으면 기어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