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일기 – 4
베트남은 봄, 가을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입니다. 3, 4월 9, 10월입니다. 겨울철인 1월은 건기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길거리는 먼지의 집산지이자 발산지가 되어있으며 거기에 오토바이의 매연까지 걷기가 힘듭니다. 거리를 걸을 때에 바람의 방향도 따져보게 됩니다. 바람이 부는 쪽 도로로 걸어 다녀야 그나마 조금 낫습니다. 바람이 넘어오는 쪽으로 걸으면 아무리 마스크를 해도 어렵습니다. 습기로 인해 옷까지 쩌는 느낌이 듭니다. 바람이 없는 날에는 더욱더 힘듭니다. 택시로 이동하는 것이 그나마 낫습니다. 구글 지도에 할롱으로 표시된 하롱베이도 Bai Chay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그 바이짜이를 우리가 하롱베이에 있는 local 버스정류장으로 흔히 호칭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할롱 바이짜이 하면 하롱베이에 있는 버스정거장으로 모두 다 이해합니다. 커다란 다리(바이짜이 브릿지)를 두고서 바이짜이와 홍가이라는 구도시가 양분해있습니다. 밤에 다리조명으로 무지개색도 나오는 조금은 낭만적 분위기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하롱에만 머무릅니다. 호텔들이 집중해있는 신도시입니다. 그 남쪽에 도로로 이어진 섬이 하나있으며 뚜언쩌우(Tuan Chau) 여객터미널과 뚜언쩌우 페리터미널이 각각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호텔들도 있습니다. 여객터미널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여행하는 하롱베이 크루즈 투어가 출발하는 선착장입니다. 페리터미널은 바다 건너의 깟바라는 섬으로 도선(導船/ ferry)하는 도선장입니다. 여객터미널이 앞쪽이고 100m 뒤쪽으로 페리터미널이 있으며 깟바 섬만을 왕래합니다.
깟바 섬까지는 약 한 시간 10분 거리로 하롱의 수많은 섬들 사이를 빠져나가 깟바 섬 북쪽으로 도선합니다. 여행사투어가 아니라면 깟바 섬까지 왕복배편을 이용해 섬도 구경하고 돌아오는 코스도 아주 적은 비용으로 제법 좋게 느껴집니다. 도선 비용이 팔만동이며 할롱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이만 동 더 주고 섬에 들어가는 것이 이리저리 편리하기도합니다. 실컷 돌아다니고 다시 오토바이로 되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배편이 하루 비수기 3회 성수기 6회입니다. 섬에서 돌아오는 막배가 오후4시입니다. 깟바섬 선착장에 배가 도착하면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만오천동에 섬의 남쪽 끝에 있는 시내까지 50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호치민에서 하롱에 오기까지 열한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다보니 일찍 8시에 호텔을 나서서 복잡하기가 베트남 공항중에 최고라는 호치민 국내선 공항을 출발해 두 시간 걸려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하노이에서 하롱까지 직선으로 130km를 시외버스는 시속 40km 속도로 가야합니다. 시외버스 터미널은 하노이 시내에 있는 미딘(My Dinh) 터미널입니다. 정식 명칭은 벤 쎄 칵 미딘(Ben Xe Khach My Dinh)입니다. 그러나 공항에서 일부러 시내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롱가는 시외버스들이 모두 다 하노이 공항 앞으로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공항 근처 길가에 서서 손님들을 태우고 갑니다. 공항서 하노이 시내로 들어가는 7번 버스를 타고 두정거장 가면 톨게이트에서 요금정산하며 모든 차량들이 좁아터진 게이트를 천천히 통과합니다. 큰 화물차가 게이트 좁은 입구에서 부딪치는 광경도 목격합니다. 구글 지도에서는 톨게이트의 명칭을 드래곤 에어포트 호텔로 어이없게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안 차원인지 아무튼 그렀습니다. 거기를 벗어나자마자 10미터 정도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립니다. 건너편도로로 넘어가기 위해 중앙에 막아놓은 철제빔을 힘들게 넘어가는 베트남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나는 드래곤 에어포트 호텔로 기록된 톨게이트 중앙에 건너는 길이 있어 조심하며 건넜습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20미터정도 가면 정거장입니다. 길가에 아주머니들이 천박을 치고 노점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직진은 다시 하노이 공항으로 되돌아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는 길이 하롱가는 길입니다. 그 임시 정거장에서 시외버스들이 손님을 잡으려고 한 십 분이상은 서있는 것 같습니다. 금호고속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이름 모르는 버스를 탔습니다. 하롱 바이짜이 하니 차장이 타라고 합니다. 거기서 3시간 반이 지나 겨우 바이짜이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깜깜해서 택시 십 만동 주고 호텔에 도착하니 저녁 7시였습니다. 집사람은 바이짜이 브릿지의 무지개 색 조명이 창문 밖으로 보이니 좋아합니다.
여행에서 좋은 이야기만 남기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힘든 일들만 남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 또한 경험을 우선시하다보니 아무래도 힘든 일 들만 남기며 이야기하는 편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 무슨 이상향이나 꿈같은 이야기는 체질적으로도 잘 맞지가 못합니다. 대통령이 다녀간 음식점이라는 둥 고기가 살살 녹는다는 둥 그런 세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습을 내가 지닌 체로 걸러내고 걸러내 알맹이들만 남기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즐거움으로 여행을 쌓아가기를 원합니다. 하나하나 쌓아가기를 원합니다. 무언가 추억으로 간직하고자 열심히 돌아다닙니다. 어려움은 보이지 않고 좋은 것들만이 쌓여갑니다.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강조합니다.
베트남인들에게서도 서양의 외국인과 동양인의 차별적 시각이 보입니다. 동양인들에게는 은근히 거부감과 멸시하고자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가 일본인에 가지고 있는 거부감과 거의 같아 보입니다. 기본적인 흥정에서도 자기들의 거래하는 돈에 배를 부릅니다. 무엇이든지 더블입니다. 모든 관광지에서 접하는 것은 거의 두 배가 기본입니다. 음식 값/ 택시 값/ 호텔 값/ 옷 값/ 등 모두가 두 배이다 보니 그들도 돈에 맛을 제대로 들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런 돈맛은 눈치가 빠른 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습니다. 바로 손님의 분위기를 파악해 두 배를 거뜬하게 부르니까요. 그래도 싸다는 생각에 다들 선택합니다. 우리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어보고자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다낭은 관광지답게 돈벌이가 되는 식당과 호텔 카페들이 넘쳐납니다.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 두 시간의 비행기와 하노이에서 다낭까지 한 시간의 비행기를 베트남 국내선으로 부부가 이용했습니다. 두 사람에 133,700원과 47,600원입니다. 여행 가방은 하나인데 그 무게가 15kg입니다. 짐을 부치려니 항공사마다 돈을 요구합니다. 7kg 이상은 무조건 돈을 내야 합니다. 둘이서 7kg씩 나누어 부쳤으면 되었겠으나 하나의 가방이라 어쩔 수 없이 돈을 냈습니다. 다른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모두 다 똑같았습니다. 삼십 삼만 동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공항에서 나가는 출입구에 떼거지로 몰려서 짐 검사를 하느라 혈안이 되어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짐 붙인 영수증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화물에 부과된 돈에서는 항공사만이 아니라 베트남 자국으로도 돈이 들어가기에 저리 열심히 검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떤 항공사에서 내렸든지 화물요금 영수증을 검사하느라 사람들이 지체되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뭐든지 돈이 드는 것에서는 먼저 값을 흥정해야만 합니다. 나중에 흥정하면 열배로 바가지 쓸 수도 있습니다. 베트남인들도 관광지에서는 영악해져 바가지는 기본입니다. 택시도 시내에서는 미터로 다니지만 시외로 나간다고 하면 먼저 적정한 요금을 알아야 하며 그 값으로 흥정해야 합니다. 나의 경우 하노이 경남호텔에서 공항까지 택시로 30분이 걸린다며 30만동을 요구했었습니다. 나중에 미터에 나오는 요금을 보니 비록 직진으로 가지 않고 돌아서 갔지만(톨게이트 비용 절약 차원으로 보임) 60만동이 넘게 찍혀있었습니다. 40분이면 40만동 부르겠구나 하고 재미있는 계산법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하롱에서 시내를 둘러봅니다. 바이짜이 브릿지를 건너 홍가이로 넘어가는 3번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가 포장도로를 벗어나 시골길 언덕위로 오르는 커브 길에서 어느 아주머니 한분이 먼지가 뽀얀 비포장도로의 공터에 사과상자와 같은 좌판을 놓고 한 열 개 정도의 상품을 놓고 파는 분을 창문너머로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 분의 앉아있는 자세로 볼 때에 오랜 세월을 거기에서 장사하시는 모습으로 보여 집니다. 아마도 통학하는 학생들과 갈아타는 버스승객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하며 진정한 베트남인의 모습이 그 아주머니를 통해 내 마음속에 아로새겨집니다.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그 자리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고요한 자세에서 나의 마음은 다시 한 번 베트남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본 듯해 설렙니다. 그분의 앉아있는 자세는 무심(無心)의 부처님 모습으로 내 가슴을 울려주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보람을 그곳 그분한테서 받았습니다.
바이짜이 다리를 건너 홍가이 시내를 가다가 경치 좋은 곳에서 그냥 내립니다. 그곳 해안가에서도 우리가 느끼는 하롱베이의 풍광이 그대로 펼쳐져있습니다. 길이 해안가를 따라 나 있고 해서 집사람과 포구 쪽까지 걸어와 다시 뒤쪽을 보니 저 멀리 보이는 풍광이 너무 신기합니다. 마침 해안가로 나온 노년의 현지인 몇 분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중 눈치가 빠른 한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자기들 오토바이로 구경시켜주겠다고 뒤에 타라고 합니다. 사 만동을 말합니다. 삼 만동에 구경하기로하고 타고 다녔습니다. 해안가 근처에 멋있게 우뚝 솟은 바위섬에 무언가가 둘러쳐져있어 다가가보니 조명장치를 무대 조명하듯이 설치한 시설물이었습니다. 아마도 밤에 섬을 멋있게 보이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구경을 잘하고 돌아와서 돈을 드렸더니 두 분이서 더치페이 해 바로 지갑으로 넣으며 웃습니다. 하루 일당을 챙기고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
첫댓글 갈대생각님
오늘도 반갑게 반깁니다.
베트남 일기-4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월! 따뜻한 기다림과 설레임으로
건강하게 즐겁게 보람있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좋은 경험으로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