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설 연휴도 오늘로서 끝이다.
이제 또 전과 다름없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날씨가 투정질을 하는 것인가 ?
밤새 태풍을 방불케 하는 거센 바람이 불고 비가 오더니
기어이 오늘까지도 고약한 심사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항내 정박중인 선박의 계류줄 절단 및 닺 끌림등으로
표류, 충돌 사고가 우려되니 각별히 주의하라."는
행안부 발 안전 안내 문자까지 날아 드니,
어찌 고약한 심사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 동네 산책길에서 있은 일이다.
우리 또래의 할머니(?)가 아들과 며느리와 산책하고 있었다.
내 옆으로 스쳐 지난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엄마 !!!" 라고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 돌아 봤더니 조금 전 그 할머니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걱정하는 아들에게,
"아이고 얄궂어라. 내가 넘어졌던 모양이네. 괜찮다."하고
웃어 보이기는 했는데......
그 때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걱정스런 그 눈빛.
멀뚱하니 옆에 서 있던 며느리와는 또 다른 아들의 그 눈빛.
얼마나 걱정스러웠으면 눈물까지 글썽이던
아들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동병상련이랄까 ?
지난 날 나 자신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기에
그 날, 그 아들의 마음에 100 %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설, 추석 명절이 되면 갑자기 효심이 발효하는 걸까 ?
꿀쭉시리(불쑥)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고,
"부모 생전에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 가신 다음에 후회한다."는
주자 십회훈의 첫 구절을 떠올리게 된다.(不孝父母死後悔)
지가 언제부터 효자 노릇했다고......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명절 교통 혼잡을 핑게 삼아 나름대로 잔머리 굴린다고
고향 부모님 산소 성묘를 오늘로 미뤘는데
강풍에 비까지 내리니 어쩔 수 없이 또 연기해야겠다.
그 와중에도 혹시,
"야~가 올해는 와 안오노 ? 무슨 일이 있나 ?" 라고
걱정하실 것 같은 부모님을 생각하며
내 스스로 걱정하고 자빠졌으니.....ㅉㅉㅉㅉㅉ
아마도 이 모든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는
작지만 엄연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에 대한
하늘의 교훈적 벌칙이 아닐까 싶다.
우선 사진을 통해 망배(望拜)라도 올리고
주말엔 꼭 가서 뵈어야겠다.
첫댓글 역시 효심 지극한 재열이 친구!
친구의 사정을 부모님이 귀신같이 알고 계신다네.
효 어쩌고 하면 젊은 애들이 금기어라 하지 않으려나.
인 것을 이라고 얘기하지 못하고,아닌 것을 아니라고 얘기하지 못하니,이게 세상 사는 도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