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집사님 오셨네!”
거의 1년 만에 뵙는 집사님. 손을 뻗어 악수한다.
힘을 꽉 주어 잘게 흔드는 손 보며 무덤덤하게 격한 환대를 건네고 있음을 느낀다.
“민철이 혼자 잘 먹제?”
“네.”
“그래. 그렇게 나이프로 썰어서 먹어 봐. 우리 우아하게 먹자.”
“네. 이거 참 맛있네.”
“응. 야채도 먹어. 몸에 좋다.”
“네. 집사님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나는 인천에서 일하다가 이제 아들한테 맡기고 내려왔지.”
“인천에 더 있어도 되는데.”
“왜 나 내려온 거 싫어?”
“아니요. 하하하. 일은요? 일은 뭐 하십니까?”
“이제 무슨 일을 할까 고민 중이야.”
“그래요? 원래 하던 일은요.”
“그거는 이제 하기 싫어서 안 해. 이제 뭐를 할까 고민 중이다.”
“아들은요?”
“아들은 인천에 남아 있고.”
“딸은요? 딸도 있다 아입니까.”
“딸은 잘 있지.”
“딸은 결혼했잖아요. 내가 그때 가지는 못하고 축의금 했잖아.”
“아, 그랬나? 고맙다.”
“네. 삼만 원 삼만 원.”
“그거 내가 잘 기억했다가 민철이 결혼하면 이자 쳐서 줄게.”
“에이. 하하하.”
언제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친구라고 하던데.
눈앞의 이민철 씨와 김현중 집사님이 그래 보였다.
대화 나누는 풍경도, 소리도 1년 전과 전혀 다르지가 않다.
오히려 보지 못한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사이가 더 깊어져 보인다.
“집사님이 사 주신 거라, 내가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그래. 천천히 먹어. 밥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어?
여전히 거기 살고 있어? 그 상재 아저씨랑? 살 만해?”
“네, 살 만합니다. 견딜 만합니다.”
“음. 견딜 만해?”
“최근에 화순에 놀러 갔다 왔어요.”
“화순에 볼 게 있나?”
“거기 가을꽃 대축제라고 있더라고.”
“아, 가을꽃 축제.”
“가니까 생선이 나오더라고. 작던데, 내가 뼈가지 딱딱 발라 먹었지.”
이민철 씨도 마찬가지겠지만, 집사님은 언제나 이민철 씨 걱정을 한다.
특히 자취를 시작하고부터는 밥은 잘 챙겨 먹고 사는지,
함께 사는 사람은 괜찮은지 자주 묻고 살펴주셨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집사님은 여전히 이민철 씨의 안부를 물어주신다.
가시 때문에 생선을 먹지 않던 이민철 씨가 자취를 시작하고 생선을 먹기 시작한 이야기,
죽밥과 과자밥을 거쳐 이제는 제대로 된 밥을 해 먹게 된 이야기,
단골 반찬 가게가 생겨 이제는 혼자 먹고 싶은 반찬 사고 내 밥상 차려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이야기까지.
그간 이민철 씨가 자취를 시작하고 크고 작게 변화한 이야기들을 집사님께 전한다.
“너 잘 하고 있구나, 잘 살고 있었구나.”
걱정하시던 집사님이 놀란 듯, 기특하게 이민철 씨를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이야기를 듣는 이민철 씨, 별말은 없어도 집사님의 한마디에 내심 뿌듯해하는 것 같다.
“다음에 또 먹지요. 다음에는 내가 살게요.”
“그래.”
언제나 그렇듯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이민철 씨는 또 언제나 그렇듯 다음에는 뭐를 먹을까,
언제 만나면 좋을지 벌써부터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집사님 덕에 안 그래도 잘 사는 이민철 씨 삶에
생기가 더해지는 듯해 참 보기가 좋다.
집사님이 돌아와 주셔서, 이민철 씨와의 사이가 여전해서 감사하다.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박효진
오랜만에 마주한 집사님에게 전할 ‘이민철 씨가 자취를 시작하고 크고 작게 변화한 이야기’가 있으니 감사합니다. 소식 나누면서 이민철 씨가 무척 뿌듯하셨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살겠다는 마음을 품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김현중 집사님, 고맙습니다. 정진호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 같아요. 서로 안부 묻고 걱정하고 잘 산다하고 마음이 뭉클합니다. 신아름
가끔 소식하며 지냈다지만 만나서 얼굴 보며 나누는 대화는 그간의 소식을 복기하듯 더 정다운 말들로 오가죠. 두 분이 그래 보입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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