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因緣
<제7편 피안(彼岸)>
②파랑(波浪) 무지개-49
“하기는 자네가 어린 사내를 데리고 살 바도 아닐 테니, 대수롭지 않겠고, 사내아이도 총각시절 그쯤이야 흉잡힐 일은 아니다만, 저희 어미뻘은 되지 않겠소.”
경산이 너그럽게 말하고 있었다. 기왕지사 일이 벌어진 마담에 그녀를 너무 질책하여보았자, 소용없다는 심중에서 나온 말일 거였다.
“수영(수양)엄니, 용서혀주신게, 지가 몸 둘 바를 모르겄어유.”
그녀가 경산의 용서에 감동하였는지, 몸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면, 자넨 계해생이라, 또 총각은 열여덟 살이면 임신생이라, 수생금에 물이 금을 만났으니 궁합이 썩 좋구려!”
경산은 육십갑자에서 오행을 빼서 서로 상생임을 알아내었다. 그런데 이 달이 술(戌)달이니, 남자와 여자가 다 파산지경이었다. 파산(破産)이란 알이 깨져 병아리가 태어나는 괘이었다.
“그 총각은 언제 만나 함금(合衾)했소?”
경산이 손가락으로 간지를 헤아리어 짚다가는 묻고 있었다.
“엄니, 합금이 뭔 말이라우?”
바우네가 덩둘하니, 되묻고 있었다.
“아, 남자와 잔 것 말이오.”
“야아! 이 달 스무사흘 날 만나갖고, 사흘 동안 여섯 번혔어라우.”
그녀는 그제야 합금이란 말이 남녀의 동침임을 알아차리고, 대답하였다. 그녀가 사흘 동안 여섯 번 하였다는 소리에 경산이 빙긋 웃고 있었다.
“이 달 스무사흘부터 스무닷새 날까지 합금했다는 말이지?”
“야! 그려유.”
경산은 곧 정색을 하고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엄지를 인지 중지로 더듬어가고 있었다. 스무닷새면, 바로 어제까지이었다.
“아이가 지금 뱃속에 들어있소. 아들인걸!”
경산이 그녀의 뱃속에 아이가 들어섰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눈가에 물기를 찔끔거리면서 아까처럼 두 손을 보내어 경산의 한 손을 잡고, 보듬고 있었는데, 입술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게 다 수영(수영)엄니 덕분여유. 지가 약소허지먼, 쌀 두 가마를 짐꾼 사서 보내드릴 텐게 양식 보탬허셔유.”
그녀는 즉석에서 쌀 두 가마니를 짐꾼 편에 보내겠다는 말이었다.
“괜히 없는 쌀 보내지 말고, 여유가 있거든 보내주면, 고맙소. 그리고 일단 임신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장난치지 마라!”
경산은 일단 임신에 성공하였으니, 앞으로는 합궁장난을 치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그럼유. 지가 색정부리는 으자도 아닌게, 고건 극정이 아녀유.”
그런데 뒷방의 옥희가 옆에서 젖을 빨고 있는 지흥에게 바싹 눈을 디밀고, 들여다보는 김봉규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내리어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안방에서 바우네가 쏟아놓는 말과, 또 그가 바우네와 사흘 동안이나, 합금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끝내 그녀가 임신하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완고하기가 대꼬챙이 같은 경산께서 그녀의 부정한 짓을 용서하고, 또 나이 어린 총각이야 흉잡힐 일이 아니라는 말에 생각이 달라지었다. 되레 김봉규가 큰일을 하였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그래서 조금 전 그에게 여자를 소개하겠다는 걸 단념하려고 하였으나, 그의 부정은 자신만 알고서 윤희를 그에게 만나게 하여주리라고, 생각을 돌리었다. 게다가 다리를 쭉 뻗고, 몸을 비틀어 지흥이 젖을 빠는 모습을 골똘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그가 사랑스럽기까지 하였다.
그의 바짓가랑이는 여전히 어미 캥거루가 새끼를 품고 있듯 부풀어올라있었다. 그녀는 그의 그러한 모습을 보면, 왜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은지, 자신의 속맘조차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바우네가 이제껏 말하는 그 주인공이 바로 그라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것은 엊그제 연일 점심을 바우네에서 때웠다는 말만으로도, 확실한 증명이 되었다. 그러나 그 일은 이제 모른 체 하기로 하였다. 경산의 말마따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고, 여자가 꼬드기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친다면, 남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기도 하였다. 그녀는 어깨를 밀착하고, 앉아서 지흥이 젖을 빠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그가 뱀처럼 징그러웠으나, 원심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사모님, 제게 소개해주신다는 아가씨가 혹시 사모님 동생 아니에요?”
그는 다음 장날 아가씨가 어머니와 함께 올 거라는 말에 그렇게 믿었던 거였다.
“업세, 어쯤 눈치도 빨러유. 혹시나 오면, 만나봐유.”
그녀는 그가 눈치도 빠르다면서 만약 오면, 만나보라고 하였다.
“어디서 만나지요?”
그런데 그는 여전히 순진한 사람이어서 어디에서 만나느냐고, 묻는 거였다. 그것이 걱정이 되는 모양인데, 그녀는 그가 그만큼 때묻지 않았다는 걸 느끼었다. 그다지 순진하기에 바우네가 그를 꼬여서 마지못하여 일어난 거였지, 그가 그녀를 꼬일 리는 없다고 믿어지었다.
“아이고, 총각 만날 데가 읎어서 걱정인감?”
옥희는 하도 귀여워서 그의 머리칼을 한 손으로 쓸어주었다. 그러자 그도 정다웠던지, 한 손을 그녀에게로 보내더니, 방금 지흥이가 빨다가 옷깃에 덮인 그녀의 젖무덤을 살며시 쥐어보는 거였다.
“허지마! 내가 바우넨줄 알아?”
첫댓글 내가 바우넨줄 아냐고 하면 봉규가 자지러지게 놀라겠습니다? ㅎ
옥희는 방금 바우네 이야기가 무성해서 언뜻 나온 말이었지만
악의는 없겠지요. 그녀가 이제껏 남편 말고 다른 남자가 자신의
젖무덤을 만지기는 처음이라 기겁하다가 보니 바우네 말이 불쑥
튀어나온 거지요. 그녀가 크게 소리친 건 아니지만 그녀도 인간인지라
안방에서 그가 사흘동안 바우네와 합궁해서 아들이 잉태했다는 말은
제법 충격적이지요. 한마디로 짜릿한 맛이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총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건데 버릇없는 손자가 할아버지 수염
잡듯이 총각이 자신의 젖무덤을 쥘 때는 화근했겠지요. 천춘남녀는
가까이 지내면 붙게끔 되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