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 선지식 31차 5, 세벽에 일어나 시를 쓰네
지루한 대지의 열기에 지친 몸
서울역 지하철 통로에 잠을 자는 여인 노숙자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하였는데
날마다 어디를 다니느냐고
새벽에 일어나 노숙자를 생각하면서
한편의 시를 창작하였고 하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소리
함석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어쩌면 빈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같은 몸
그러한 몸으로 대지에 의탁하고 있으나
그래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천둥 번개가 치는 들판을 가로지르는 날에도
놀라지 않는 들판에 허수아비 같네!
아침에 주린 배를 채우려는 적업도 하지 않아도
주인을 잘 만나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는 개처럼
그러한 개처럼 살아야 할 판자라고 그렇게
말하던 시대는 아닌 것으로 생각해 보니
빗소리를 듣고있으면서 시를 창작하는 여유
이것만으로도 족한 내 삶의 일상
이러한 삶의 존재를 누구에게 비견해
나만의 일상을 노래하고 있어도 참 좋아
이렇게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망강 가에서 노젓는 뱃사공도 아니지만
나는 배를 저어가려는 참나를 찾아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려는 수행인가?
서울역 노숙자 여지 노인은
빗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데
나는 그래도 빗소리를 듣고
한편의 시를 창작하여야 하는 몸
그래도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려 하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초등학교 신세
그러한 신세를 면한 것만으로 행복
나에게 주어진 것이란 바로 시인
시인이라는 이름이 있어서
국가에서 징벌을 주려고 했던 시대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함에
국제 인권 단체에서도 석방하라고
그러한 성명문도 발표했다는 이야기
시인이라는 이름을 소중하게 간직하자꾸나.
시인이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인간의 존재를 기록할 수 있는 단계
아직도 시인이라는 명성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무시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들에게 있어서는 존재의 가치가 없는
무력자 조선 시대 훈구파 같은 벼슬
고려는 멸망하게 하였던 세력들이라고
그렇게 말하고자 하는 새벽이네
가을 빗소리를 듣고 멈추기를 기다려
나에게 있어서 삶은 시를 창작하는 작업
청빈한 수행자에게도 행복이 있다는 말
수행자에게 청빈한 삶을 노래하지 말자
2024년 9월 24일
출처: 불교평화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진관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