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24년 11월 10일
2. 날씨 : 흐림-맑음
3. 등반지 : 북한산, 인수봉 - 고독길
4. 등반형태 : 트래드 등반 (릿지화 말고 암벽화 신음)
5. 참석자 : 김수섭(회장님), 장소문, 김동진
한크랙에 가입하기 전부터 아내를 통해 이야기로만 듣던 고독길 등반 계획이었습니다. 회장님이 한번 줄 걸어주신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때마침 쫑바위로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발목 접지르기를 계속 반복하였고 지난 설악에서 발목 상태가 영 좋지 않아 맘잡고 치료를 받는 중이지만, 그래도 고독길 정도는 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고독길에 대해선 여러 명성(?)으로 먼저 접한 길이었습니다. 선배님들이 온사이트를 할 수 있는 쉬운 루트를 애껴두라고 하셨지만, 그 명성을 쫓아 마침내 고독길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등반 및 뒷풀이 자리 혹은 환영등반에서 뵈었던 회원 및 게스트 분들로 가득해 어프로치부터 북적북적한 대형 산악회(?)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인원이 많은 만큼 다양한 루트의 길을 가게 되었지만, 마침 마마길을 가시는 민구 고문님 팀과 취나드 B를 향하는 재민형 팀과는 같은 방향을 갈 수 있어 어프로치 끝까지 이 분위기 그대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고독길은 초보자들이 가기 좋다는 첫번째 명성답게 엄청 사람이 많았습니다. 어디 가시나요 묻기 힘든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해야할까요? 저물어가는 가을 나뭇잎 사이로 헝형색색의 등반객들이 많은 게 참 눈에 띄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뒷풀이도 늦게 참여하게 되니깐요!
다행이 제 오해와 달리 반은 교대길이라는 곳을 향했고, 반은 고독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독길을 향하는 팀은 무려 20명이 한 산악회에서 한 루트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인수봉 정상에서 칠순과 환갑 잔치를 동시에 진행한다며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계속해서 한 팀이 오르고 있는 기이한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점에서는 꽤나 긴 대기 시간이 있었지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서울 풍경과 옆에서 오르고 있는 우리 산악회 팀들의 모습을 보며 즐거운 기다림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풍경과 모르는 사람만 보였다면, 이제는 옆 루트에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사람들이 있기에 사람 찾아보는 즐거움도 생겨난 등반입니다.
앞에 20명, 뒤에 대학생 2명과 외국인 2명이 붙은 고독길은 1피치 부터 회장님의 센스와 함께 했습니다. 사람이 많을 땐 적당한 장소에서 나무에 슬링을 걸고 확보를 하고 피치 확보 지점이 아니더라도 그 아래에서 대기할 수 있게 빠른 진행을 보여주셨습니다. 물론, 한크랙 공식 회장님 전담 루트답게 성큼성큼 안전하고 스무스하게 팍팍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사람이 많기도 해서 옆으로 조금 난이도 있게 우회하는 동행길을 갈 것인가 고민하셨지만, 생각보다 잘 빠지는 사람과 고독길 정규 루트를 제대로 보여주시겠다는 회장님의 마음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잠깐! 평소에 볼 일이 없으실 것 같은 고독길 개념도 보시고 가겠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선배님들이 멀티 피치의 마지막 부분 즈음에 하시는 말씀이 '거긴 걸어가는 곳이야~ 등반성은 전혀 없는 곳이지'라고 하는 부분이 개념도에선 5.6의 등급으로 표기된 걸 본 적 있습니다. 그런데 고독길은 시작부터 5.6! 이래서 선배님들이 릿지화로 충분하다 선등 아니면 암벽화 신을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저와 소문씨는 이걸 왜 암벽화 안 신으면 안되겠는데! 싶은 길이었습니다 하하
5.6은 걷는 게 아니었나요? 1피치에서 무려 레이백으로 올라가다니! 처음엔 당황하며 발목이 문제인가 싶었지만 다행이 첫 발질의 우려였을 뿐 이후로는 아주 스무스하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이 고독길은 매년 시바위로도 좋다고 하셨는데 정말 몸풀기 혹은 부상 회복 이후 올라가기 좋은 루트가 아닌가 싶네요.
1피치를 지나 2피치에선 약간 오르다가 조금의 고도감이 있는데서 우측으로 넘어가 길이 이어졌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밑에서 소문씨가 뭐라뭐라고 하던 곳이 여기였구나 생각을 가지며 후다닥 따라갑니다. 2피치 이후에는 다시금 자일을 갈무리해서 갑자기 동굴을 지나게 됩니다. 이전에 갔던 다른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어 새로운 재미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3피치에서는 직상하는 동행길과 앞의 크랙을 뜯으며 올라간 뒤 우측으로가는 고독길이 있었고, 저희는 고독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고독길은 다른 루트와 달리 오전에도 해가 들지 않아 여름에도 시원하게 등반할 수 있는 루트이자, 겨울에는 크램폰을 끼고 얼음과 함께 등반하는 곳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피치의 시작점이자 크랙 아래에는 유난히 긁힌 자국이 많았는데 이게 다 크램폰 자국이었구나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재각 선배님 덕분에 좋은 가격으로 살 수 있던 사가르마타 바지!
내년 시즌에는 오토복스 배낭에 사가르마타 바지 그리고 단체티까지 한크랙 공식 교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막 상식*
네팔어 사가르마타(하늘의 이마)는 에베레스트의 원래 이름이며, 에베레스트는 당시 측량가의 이름을 딴 명칭입니다. 그래서 네팔에 가면 다들 사가르마타 혹은 티베트어인 초모랑마(세상의 어머니)로 말하는걸 더 좋아하십니다.
다시금 로프를 정리해 조금 길을 걸어간 뒤 크랙을 뜯다보니 어느새 머리 위에 귀바위가 나타났습니다. 북한산의 랜드마크인 인수봉에서도 또 다른 랜드마인 귀바위를 가까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귀바위 사진관이 열려 수많은 사람이 매달려 찍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회장님도 아직 못하셨다며 우리도 한번 하자고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대신, 사진 찍는 사람은 고독길에 있어야한다고 하네요~
귀바위 바로 아래에 도착하니 눈 앞에 대환장 파티가 펼쳐졌습니다. 사이 좋은 20인 산악회에는 모 등산학교를 졸업한 신입분들도 많고 인원이 많아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후등 빌레이를 반복해서 요청하거나 그리그리를 활용한 셀프 빌레이 등반이라는 귀한 모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귀바위를 날아오르는 사람을 구경하며 마침내 소문씨가 가보길 원하던 영자 크랙과 고독길의 끝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회장님은 영자 크랙이 어디에 있는거지 싶을 정도로 잘 올라가셨고, 소문씨는 저기가 영자 크랙이구나 싶을정도로 고독길에서 얻던 자신감이 스멀스멀 사라지는 게 보였습니다. 저는 졸업 등반 때 올라갔던 적이 있지만 암벽화를 tc pro로 바꾸니 크랙 안에 넣은 발이 아프지 않은 것을 신기해 하며 올라갔습니다.
영자 크랙 이후로는 흙길이 나타나 인수봉 정상으로 안내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영자 크랙에 이은 또 다른 명소인 참기름 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는 엄청 어려웠지만 지금은 조금씩 바위를 깨기도 했고, 고정 로프가 있어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는 곳입니다.
참기름 바위에는 오래된 고정 로프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고정 로프 2개가 있었습니다. 작년 졸업 등반 할 때는 하나 뿐이었다 생각을 했는데 알고보니 이 로프를 상연이가 최근에 달았다고 합니다!
날이 좋았던 인수봉 정상입니다. 졸업 등반 이후 첫 인수봉 정상인데 여긴 올라올 때마다 좋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예전 백운대 정상에 올라갔을 때는 인수봉을 바라보며 저기엔 왜 사람이 있고, 저기를 왜 올라가나 싶었던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러 이야기를 듣고 다른 시야가 생겨서인지 인수봉 뿐만 아니라 만경대, 백운대 모두가 등반지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지켜만 보고 조금씩 따라가고 있지만 한크랙을 통해 벌써 시야가 넓어졌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올해의 쫑바위이자 저에겐 5번째 멀티피치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래도 몇 번 따라 붙었다고 말자로 매듭을 풀고 하강을 하며 나름 뿌듯함을 가진 채 마무리해서 성과도 있던 고독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내인 소문씨에게는 궁금했던 호기심을 해결하고 등반 자존감을 조금 올릴 수 있었고, 저는 부상 와중에도 뿌듯함을 챙길 수 있던 등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문씨에게 약속하셨던 길을 안내해주신 회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느낀점*
1. 소문씨가 다음 고독길은 내가 선등하겠다고 3피치 즈음 말한거 같은데 이 다짐은 아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2. 고독길은 졸업 등반 혹은 시바위라는 시기에 참 좋은 길인 것 같습니다.
3. 3인이 등반 할 때는 세컨과 말자과 번갈아가며 선등 빌레이를 봐야한다는 것을 끝나고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4. 선배님들이 말씀하시던 '등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등반이 끝난 뒤에 찾아오는 묘한 욕심과 아쉬움 속에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만큼이나 즐거웠던 날!
게스트인 다은님과 멀리서 오신 종환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첫댓글 등반이 주는ㅜ묘미를 잘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부상 관리가 매우 중요 합니다. ~~^_^!!아무쪼록 올겨울 내. 발목이 완치되어. 내년에는 제대로 등반의 재미를 느껴 보자고요. ~~^_^
근데 고독길 선등하려면 캠이 있어야 함 ㅋㅋㅋㅋㅋ 캠이 없으면 겁을 상실해야 할 거 같은데 둘 다 없어서 불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선등한다면 다들 빌려주실거임. 1빠 참석예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자영선배랑 언니를 고독길로 인도해야겠군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ㄴㄴㅋㅋㅋ
소문동진!
드디어 고독길을 무탈하게 다녀오셨으니 이제 진정한 산악인이라 불러드리지요...ㅋㅋㅋ
진정한 산악인 가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