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잖아도 어수선한 대한민국에서 재해(화성 참사)로 23명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듣고 있습니다. 대부분 일용직 조선족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뒤뻑치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배터리에서 연기가 났고 43초 만에 폭발을 했으니 소화기 들고 불끄려는 사람들 모두 쾅 소리와 함께 산화되었을 것입니다. 아! 아리셀 리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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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두 번의 사기를 거쳐 어른이 된다는 것을 아시나요? 첫 번째가 거울 단계이고 두 번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생후 6개월이 되면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내가 아닌 나를 처음 인식(가짜) 했고, 거세 공포를 느끼면서 근친 상간의 욕망을 포기 하고 아버지를 닮기로 작정하는 기만을 통과 해야지만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겁니다. 알쏭달쏭 하지만 구조적인 부조리를 숙명으로 업고서 살아가는 인간은 시작 부터 '미쳤다'는 논리 같아요. 손담비의 '내가 미쳤어!'가 훅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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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쉬르-푸코-바르트-레비스트로스-라깡으로 이어지는 구조주의 계보를 훓고 있는 중입니다. 인간이 행하고, 생각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모든 것의 기저에 깔린 구조를 밝히는 학문인데 우리가 흔히 구조적인 문제라고 일컫는 구조주의(Structuralism)는 문화와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구조화 되어 있으므로 그 구조를 파악해서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철학 쯤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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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인간의 존재를 자신의 의지나 생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이미 만들어진 언어 구조나 무의식 구조 등에 의해 구성된 존재라고 바라보는 관점으로 사회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언어학에서 문화와 기호(상징) 해석의 방법론으로 사용됩니다. 조금 오래된 표현이긴 하지만, 과거 한국에서 구조주의가 유행했을 때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미셸 푸코를 엮어 '구조주의의 사총사'라고 불렀으며 여기다가 루이 알튀세르를 넣어 오인 방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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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의 본진 격인 프랑스에서는 1960년대 실존주의의 대항마로 구조주의가 대단한 인기를 얻었어요. 이러한 구조주의의 열풍은 1980년대까지 이어지다가, 197~80년대 들어 후기 구조주의와 포스트 모더니즘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1980년대에는 자크 라캉, 롤랑 바르트 등 많은 구조주의자들이 죽음을 맞이하며 자연스레 구조주의가 침체기에 들어갔어요. 반면, 미국에서는 구조주의가 조금 늦게 수입되어 1980년대 유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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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구조주의의 유행이 퇴조한 2020년대에는 자크 비데, 피에르 마슈래, 자크 랑시에르, 슬라보예 지젝, 에티엔 발리바르 등 구조주의 전통을 일부 계승한 철학자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알튀세르의 미공개 원고들도 속속 발간되며 알튀세르 재평가의 흐름도 일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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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의 광풍 이후, 1990년대 루이 알튀세르와 미셸 푸코의 철학이 각광을 받으며 구조주의가 유행을 탔습니다. 이러한 알튀세르주의와 구조주의 열풍은 2000년대 질 들뢰즈를 위시로 한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이 떠오르며 일부 계승되었고, 2010년대와 2020년대에는 라캉을 이은 슬라보예 지젝이 떠오르며 유행은 일정 부분 이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필자는 30년 전에 '문맥구조'라는 구조주의 방법론(홍인규, 김상훈, 이진섭, 김지찬 등등)을 처음 접하고서 적잖게 충격을 받았는데 그것이 이것인 줄 나만 모른건가.
2024.6.25.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