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가슴길
인도로 떠날 때는 속으로 중얼거렸네. 거기서 죽고 싶다고.
달 뜨는 갠지스강을 베고 눕거나 사막의 바람 속 모래 위에
지쳐 쓰러져 까마귀 울음소리 들으며 설산을 바라보고
눈을 감자고
짜이푸르*에서 이른 새벽길을 떠나려고 밝아오는 거리를
나섰을 때 발 앞에 여기저기 사람들이 쓰러졌네. 낡은
천조각 하나에 몸을 가린 채로 한기 속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네
가끔 드러난 얼굴이 땅빛을 너무 닮아서 지나다 모르고
밟을 뻔했네. 올려다보는 눈빛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섬찟
숨이 막혔네. 은은히 웃고 있는 눈동자 속의 그러나 아아,
텅 비어 있었네. 얼굴도 몸도 텅 비었네
희미한 안개 속에 묻힌 그들은 벌레 같았네. 이슬젖은
꽃 같았네. 쓰러진 주검 같고 주검처럼 아무것도 아닌
지푸라기보다 못한 無였네
텅 빈 눈과 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려워져서,이 한없이
깊은 불랙홀, 무 안에 빠질 것 같아서 얼른 지나쳐 자리를
떠났네. 無에 몸 씻으러 여기 온 내가. 神의 가슴길을
찾아온 내가. 아아
- 이성선 -
* 짜이푸르
아그라 서쪽에 위치한 도시.
구시가지가 모두 분홍색집들로 칠해져 있어
<핑크 시티>라고도 불린다.
첫댓글 강원도.. 25년전 타계한 시인이군요..
'.그냥둔다..잡초도..벌레도..'..무위자연?
어디선가 인도야말로 꼭 가봐야 하는 여행지라던데..
난 언제나 가보누..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