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장례식날, 직장에서 함께 일하시던 동료분이 많이 오셨다.
그중에 40대 초반 정도로 되어 보이는 아저씨가 오시더니 나에게 두툼한 흰 봉투를 건네었다.
엄마에게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더니 조문객들 사이에서 인사드리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저씨를 쳐다보니 뜻밖의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버님은 훌륭하신 분이야. 내가 직장 다니면서 방통대 다니는데, 후배들 공부하라고 근무도 바꿔주시고 학자금도 오랫동안 도와주셨어. 아버님이 그동안 도와주셨던 학자금이야. 동생들 학교 등록금에 보태면 좋겠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몰랐던 아빠의 또 다른 모습을 마지막 가시는 길에 알게 되다니...우리에게 한 번도 말씀하지 않으셨던 이야기라 더욱 놀랐다.
평소 과묵하셨지만 정이 많으셨던 아빠의 성격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아빠는 그런 분이었다.
나보다는 가족을, 동료와 이웃을 생각하고 배려하시던 분.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지만 자식들 교육만큼은 아낌없이 최선을 다해 뒷받침해 주셨던 것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 정서연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 中에(95~96p)
남외동과 원도심 일대를 거닐며, 유난히 아빠가 그립고 보고싶은 날입니다.
저의 책 일부 내용으로 제 마음을 대신합니다.
엄마와 단둘이 나주 여행(정서연)
♪ 봄날은 간다 - 이동원 ♪
https://youtu.be/AQ_YLrcLTAM?si=xcpyRdpCassbj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