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기도>
인터넷에 보면, “이런 부모 되게 하여 주소서...”, “이런 남편 되게 하여 주소서...”, “이런 자녀가 되게 하여 주소서...”라는 글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글들을 볼 때마다 감동하기 보다는 화가 납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제 자신이 그런 부모나 남편 혹은 그...런 좋은 자녀가 되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그 글들이 대단히 무책임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자신이 정말 좋은 부모나 남편, 그리고 좋은 자녀가 되고 싶다면, 자기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다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부모, 이런 남편, 이런 자녀가 되게 해달라는 막무가내식의 글로 일관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막무가내식의 태도는 교회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교회의 백 집사님이 목사님의 주일 설교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배가 끝날 때 즈음해서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오늘 저에게 꼭 맞는 말씀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부터 설교 말씀대로 착하고 거룩하게 살게 하여 주씨옵소서!” (이 분은 자기의 간절한 마음을 하나님께 표현하기 위해 ‘주시옵소서’에 힘을 더하여 ‘주씨옵소서!’라고 기도했습니다.)
이런 기도는 좋은 기도일까요?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좋은 기도 같지만, 사실은 자기 믿음의 성장을 가로막는 기도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착하고 거룩하게 살기 위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각오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 하나님 말씀에 은혜를 받아 그대로 살고 싶다면, 자신의 각오와 결심을 하나님께 약속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약속은 하지 않은 채, 무조건 하나님께 이렇게, 혹은 저렇게 살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하면 할수록, 자기가 제대로 살지 못한 일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회개의 강도는 둔해지기 마련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기도한 대로 살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하나님께 돌릴 명분도 생깁니다. 즉, 자신은 분명히 거룩하게 살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기도의 소원대로 살지 못했을 때, 자신이 거룩하게 살지 못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고 책임 전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오랫동안 믿음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음이 자라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 걸음하는 교인들을 보면서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다가, 바로 이런 막무가내식 기도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기도의 문구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님! 사업이 번창하게 해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보다는 “하나님! 사업이 잘 되도록 제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뛰겠습니다!”라는 다짐의 기도, “하나님! 우리 가정을 살려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보다는, “하나님! 우리 가정을 살리기 위해 제가 이제부터 이렇게 제 생활을 바꾸겠습니다!”라는 결심의 기도, “하나님! 우리 교회를 부흥시켜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보다는 “하나님! 우리 교회가 부흥하도록 제가 이렇게 전도하고, 이렇게 교회를 위해 일하겠습니다”라는 헌신의 기도 등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나는 내 기도에 대한 책임의식을 더 느끼게 되고, 따라서 내가 하나님께 기도한대로 살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하나님께 전가하지 않고, 나를 더욱 담금질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럴 때에야 비로소 내 믿음도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2013.11.27)
첫댓글 제가 해야할 영역을 하나님께 전가하지 말아야 되겠습니다^^